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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에 갑질 당했다" 한국미쓰도요 특약점 피해 호소

특약점 "재판매가격유지행위뿐 아니라 차별적 취급" 주장…한국미쓰도요 "억측, 사실과 달라"

2021.07.28(Wed) 15:10:37

[비즈한국] 글로벌 정밀 측정기 제조업체 미쓰도요 한국지사가 유통업체의 제품 판매에 간섭했다며 국내 특약점 대표가 피해를 호소해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특약점만 정가로 제품을 판매하게 하고 한 단계 위의 유통업체들은 할인가에 판매하도록 하는 불공정 사례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또 한국미쓰도요가 제품 가격 감시를 특약점들의 신고제로 운영해 국내 특약점 간 분쟁을 조장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국미쓰도요 측은 “특약점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연락이 올 경우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미쓰도요 한국지사인 한국미쓰도요가 특약점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한국미쓰도요 홈페이지


미쓰도요는 다양한 제조산업에 최적화된 정밀 측정기와 측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본 기업이다. 미쓰도요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938억 9200만 엔(약 980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럽과 아시아, 북남미 등에 40개가 넘는 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쓰도요 제품만을 납품받는 유통업체가 있을 정도로 미쓰도요는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졌다는 평이다. ​

 

한국에는 한국지사인 한국미쓰도요가 있으며, 그 아래로 3개의 대리점이 있다. 그리고 대리점들과 50개 이상의 특약점이 계약을 맺고 미쓰도요 제품을 판매한다. 특약점은 제조회사 또는 상사회사 등과 취급상품·판매지역·거래조건 등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을 체결하고 있는 도매상을 의미한다. 

 

제보자 A 씨는 특약점을 운영하는 유통업체 대표다. 사건의 발단은 A 씨가 올해 초 대리점으로부터 모든 대리점과 특약점이 제품 가격을 통일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A 씨는 “대리점 연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지사 대표가 직접 우리 점포를 방문했다. 그는 ‘가격을 지키지 않는 업체에 페널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와 동행한 임원은 ‘가격을 (높게) 맞춰야 매출이 오르고, 다 같이 가격을 올리면 영업이익도 함께 남는다. 이는 본사도 동의했기에 따라주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그 지시에 따라 가격을 올려 제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얼마 후 A 씨는 한 유통업체가 한국미쓰도요의 지시사항을 어기고 가격을 여전히 올리지 않은 채 제품을 판매하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대리점에 알렸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A 씨에 따르면 대리점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타 일본 기업의 자회사라 한국미쓰도요 측에서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지사에도 이를 알렸지만 답변은 다르지 않았다. 

 

A 씨는 “유통업체의 제품 판매를 간섭하는 것부터가 문제지만, 본사도 동의했다고 했고 한국지사 대표가 직접 찾아와 얘기했기 때문에 묵묵히 지시에 따랐다. 이 통제가 모든 업체에 동일하게 적용됐다면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업체의 지위에 따라 통제가 달라지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약점에만 정가 수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도록 해 우리의 매출을 떨어뜨리고, 높은 단계의 유통업체 혹은 지사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업체들이 더 많은 수익을 차지하도록 유도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A 대표가 특약을 맺은 대리점 관계자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 대리점 관계자는 A 씨에게 한국미쓰도요가 4월 13일부터 온라인 가격을 확인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사진=A 씨 제공


결국 A 씨는 앞서의 업체처럼 제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한국지사에 보고했다. A 씨는 “한국미쓰도요 대표에 이를 알리니 ‘마음대로 하라’며 으름장을 놓더라. 얼마 후 대리점 직원 2명이 찾아와 48시간 내로 가격을 다시 올리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겠다고 압박했다. 할인 판매가 가능한 유통업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 결국 우리는 특약점 지위를 반납해야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본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 본사 직원들이 세 차례에 걸쳐 A 대표를 찾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A 씨는 “대표와 동행한 임원이 본사 직원 앞에서는 자신들이 가격 통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더라. 오히려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라고 거짓 발언을 했다. 문제가 해결될 리 없었고, 일본 직원들도 그 후로는 연락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한국미쓰도요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문제 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사업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할 때, 거래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 다음 거래단계별 사업자에게 거래 가격을 정해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규약에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업자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제한되며, 이를 어길 시 과징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포함되지 않아, 제출자료만으로 피민원인을 조사하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한국미쓰도요가 특약점들에 제시한 거래가격과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한 사실 입증 자료, 미준수 특약점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사실, A 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특약점 반납이 피민원인의 페널티 부과 통보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완하길 바란다”며 A 대표의 민원을 반려했다. 

 

A 씨는 추가 자료를 보충해 다시 민원을 넣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처음에는 모든 업체에 제품 가격을 통제한다고 하길래, 대표가 이에 대한 혜안이 있는 듯했다. 그런데 혜안은커녕 가격 정책 위반에 대한 감시 의무를 특약점에 전가하더라. 결국 이로 인해 한국 업체들끼리 싸우고 고발하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리점과 지사의 이러한 내로남불의 태도는 유통업체 간 화합하는 관계를 흐리며, 갑을관계를 형성하는 악질적인 관습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미쓰도요는 A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 중이다.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분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미쓰도요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한국미쓰도요 관계자는 “A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A 대표의 억측일 뿐이다. 우리는 공정위로부터 연락이 올 경우 성실히 공정위 조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짧게 말했다. 

 

A 씨는 “당사는 미쓰도요 제품 판매 비중이 40%에 달한다. 측정기 분야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쓰도요가 유명해, 특약 관계를 끊은 후에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제품을 도매로 힘들게 매입해 판매 중”이라며 “그래도 우리는 미쓰도요 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미쓰도요 제품만을 판매하는 특약점도 있다. 그러니 특약점들은 지사와 대리점의 부당한 태도에도 쉬이 항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금이라도 미쓰도요는 대리점에 희생되는 특약점들을 구제하고, 건강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의 제품 판매에 간섭하는 것은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로서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 특약점의 제품 판매 가격을 통제하고, 적발 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위법하다. 위법성 여부는 재고 부담의 주체가 누구냐다. 직영점의 경우 본사가 재고를 부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인정될 수 없다. 그러나 대리점, 특약점 등 유통업체는 보통 제품의 소유권이 업체에 있다. 본사가 업체들을 통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위 사항은 특약 내용을 정확히 들여다봐야겠지만, 재고를 본사에 반품할 수 없으면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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