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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제 '비대면 임상시험 도입' 목소리 커지는 까닭

의료기관·의사 중심 탓에 임상요원 방문, 음압병상 이동 등 여전…환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2021.07.27(Tue) 09:43:11

[비즈한국]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임상’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엔 ‘혼합형 임상’으로 불린다. 이미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속하게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비대면 임상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임상시험 요원, 매번 방역복 입고 자택 방문해 검체 채취 ‘비효율적’

 

지난 7월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 개선 건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을 비롯한 신약개발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비대면으로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보완할 지점이 적잖다는 게 건의서의 핵심이다.

 

건의서에는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과정에서의 비효율적인 실태가 보고됐다. 건의서에 따르면 확진자에 노출된 고위험군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14일의 격리 기간 중 임상시험 요원은 방역복을 착용하고 자택을 방문해 검진하고 혈액 및 검체를 채취한다. 임상 참가자당 5번씩 자택을 방문한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의 경우 단기간에 5000번 방문해야 한다. 비대면으로 임상시험 참가 동의를 받을 수도 있지만 방역복을 착용한 임상시험 관련자가 자택을 방문해 동의를 받는 행태도 있다.

 

코로나19 이동식 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키트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경미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임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참가자는 음압 차량으로 음압진료실로 이송돼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한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인 제약사 관계자는 “환자 상태는 대면으로 진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건의서에서 “28일 격리 중 6번 음압진료실에서 진료를 받도록 요구한다. 500명이 참여하는 임상시험에서는 단기간에 6번 음압 진료실 방문을 위해 음압 차량에 의한 이동이 ​3000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비대면 임상이 활발하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 세계 30개국 405개 병원에서 1만 133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4개의 의약품을 동시에 평가하는 대규모 치료 임상시험을 실시했는데,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임상시험 데이터도 환자와 의사가 클라우드에 직접 제출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고위험군 확진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참여 동의부터 건강 상태 보고, 감염상태 확인 등에 이르는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이 시행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비대면 임상시험 매뉴얼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이 매뉴얼에는 임상 대상자가 임상 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격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비대면 임상이 활발하다.


#비대면 임상시험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

 

국내에서 비대면 임상시험이 금지됐다고 볼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허용 지침’과 연계해 임상시험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식약처가 지난 1월 배포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 고려사항’에는 “임상시험의 진료 및 환자 모니터링 방법 등이 비대면으로 변경되는 경우 식약처 변경승인 또는 보고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전화로 임상시험 동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 의사 중심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를 금지한다는 법은 없지만 여러 규제가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약처의 사전 승인을 받는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하고, 임상시험 근거자료, 근거문서 등은 임상시험 시험자(담당 의사) 책임 아래 해당 의료 기관에서 수집 관리된다. 임상시험 의약품은 임상시험 참여자가 참여를 등록한 의료기관에서 수납하고, 관련 의료행위도 해당 의료기관에서 이뤄진다.

 

국내 임상시험은 의료기관, 의사 중심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관계자는 “환자 중심 임상시험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지정된 임상시험 실시기관 외의 병원 혹은 생활치료센터 등에 격리돼 있더라도 비대면으로 임상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야 하는데 지금은 장애물이 상당히 많다. 국내 임상시험 실시기관들도 비대면 임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또 원격 의료 및 약 배달을 둘러싼 이권 싸움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비대면 임상은 결국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코로나19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시험기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분산형 임상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분산형 임상을 도입한 국내 제약사가 없지는 않다. 가령 제넥신은 지난해 전자동의서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앞서의 CRO 관계자는 “원격으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하고 비임상시험 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의 임상시험 참여를 허용하는 등 좀 더 전향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건의서에서 “(확진자에 노출된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건강상태는 문자나 이메일로, 감염상태는 자가진단키트 시험 결과를 매일 비대면으로 보고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돼야 한다. 혈액 검사는 임상시험 담당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혈액을 채취하도록 건의한다. (경미한 확진자의 경우) 일일 건강상태와 산소포화도 측정과 체온을 문자 등의 방식으로 제출하게 하고 임상 담당 의사들은 제출된 자료를 보면서 필요하면 비대면으로 진료를 할 수 있다. 음압진료실 이동과 혈액 채취는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아울러 ​외부 임상시험 인력의 활용 필요성도 언급했다. “코로나19 중증도 환자들은 격리 병동에 입원하기 때문에 임상시험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대학병원에 감염질환 임상시험 지원 인력이 매우 부족해 임상시험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며 “외부(SMO) 임상시험 인력이 임상시험 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 시험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식약처는 대학병원에 SMO 임상시험 인력을 파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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