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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던' 제로칼로리 음료의 '반전'은 어떻게 시작됐나

맛 개선, 유해성 논란 잦아들며 인기…보디빌더·유튜버 '언급'도 매출 증가에 한몫

2021.07.21(Wed) 18:16:15

[비즈한국]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전성기를 맞았다. 그동안 맛이 없다는 인식과 건강에 해로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속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던 상황을 반전시킨 것. 기업은 최대한 기존 제품과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고, 대체 감미료가 단기적으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실험 결과가 이어졌다. 여기에 보디빌더 등 다이어트 강도가 일반인보다 높은 운동선수들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를 섭취하며 홍보한 것도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가 다이어트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음료 기업들이 대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200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다. 탄산음료에는 설탕이 과하게 들어가 비만·당뇨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해로운 음식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개발됐다. 원리는 간단하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 등 대체 감미료를 넣어 칼로리를 물에 근접한 수준까지 낮췄다. 

 

하지만 초창기 제로 탄산음료의 맛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맛이 없다”, “탄산이 부족하다”, “원제품과 맛 차이가 크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대체 감미료가 설탕과 똑같은 맛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이질감이었다.

 

대체 감미료의 유해성에 대한 의문 부호도 항상 뒤따랐다. 시작은 사카린이었다. 1977년 캐나다 보건방어연구소가 사카린을 투여한 쥐에서 방광암이 발생했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하면서 세계적으로 ‘사카린 주의보’가 발령됐다. 우리나라도 1990년부터 사카린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러나 이 실험 결과를 두고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사카린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부터 점차 사카린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다.

 

그럼에도 대체 감미료의 유해성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창윤 내과 전문의는 닥터프렌즈 유튜브 채널에서 “제로 탄산음료가 건강에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제로 탄산음료를 지속해서 섭취할 경우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발생해 우리 몸의 체질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안심하고 마시기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 속에 우리나라에서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더디게 성장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5년 출시된 ‘코카콜라 제로’와 2010년 동아오츠카가 출시한 ‘나랑드 사이다’가 전부였다. 2011년 롯데칠성음료가 칠성사이다 제로를 출시한 바 있으나 4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이제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제품이 늘고 판매량도 수직 상승한 것. 올 한 해에만 ‘스프라이트 제로’, ‘펩시 제로’, ‘칠성사이다 제로’ 등이 출시됐다. 칠성사이다 제로의 경우 출시 100일 만에 250ml 기준 3500만 캔을 판매했고, 나랑드 사이다 역시 소비자가 기준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액이 300억 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판매고가 예상된다.

 

이렇게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가 인기를 얻은 요인이 뭘까. 우선 맛이 설탕이 첨가된 기존의 탄산음료와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음료 회사들은 기존 탄산음료와 최대한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에 변화를 줬다. 코카콜라 제로의 경우 초기 제품에는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었으나, 최근 제품에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으로 변경됐다. 

 

코카콜라는 최근까지도 코카콜라 제로의 맛에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코카콜라 제로는 대단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콜라 브랜드 가운데 여전히 비중이 낮다. 개선된 제조법은 코카콜라의 상징적인 맛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오츠카도 나랑드 사이다를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세 번 정도 맛의 변화를 꾀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2011년 출시한 칠성사이다 제로에는 천연 감미료인 에리스리톨을 사용했지만, 최근 재출시한 칠성사이다 제로에는 액상 알룰로스,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을 첨가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설탕을 완벽하게 대체할 감미료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오리지널 제품과 맛의 차이가 크면 소비자들이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대체 감미료가 나오고 있어, 최대한 오리지널 제품의 맛과 차이가 없는 제품을 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 감미료에 늘 꼬릿표처럼 따라다니던 유해성 논란도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칼로리가 낮아 혈당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포만감을 줘 배고픈 느낌이 있을 때 자유롭게 섭취할 수 있어 당뇨와 상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대체 감미료가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론이 존재한다. 구독자 307만 명을 보유 중인 ‘피지컬갤러리’ 유튜브 채널에서는 “수크랄로스의 경우 쥐에게 투여했을 때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험에 사용된 용량이 일상에서 섭취할 수 있는 양에 비해 과다하게 높다. 우리가 작정하고 하루 동안 이 감미료를 다량 섭취하지 않는 이상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생마TV 채널에서 일반 코카콜라와 코카콜라 제로를 40분 이상 끓인 결과. 사진 왼쪽 냄비에는 일반 콜라를 끓여 남은 잔여물이 가득했다. 사진=야생마TV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고도의 다이어트가 필요한 보디빌더나 운동선수가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가 홍보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정상급 피트니스 대회로 알려진 나바코리아에서 4연패를 달성한 김강민 머슬프로짐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대회를 앞둔 시점을 제외하고는 시즌·비시즌 가리지 않고 코카콜라 제로를 먹는다”고 밝혔다. 

 

야생마TV 유튜브 채널에서는 일반 코카콜라와 코카콜라 제로를 끓이는 실험을 했다. 두 제품을 40분 이상 끓인 결과 일반 코카콜라는 다량의 설탕을 남겼지만 코카콜라 제로는 깨끗했다. 그는 “일반 콜라의 경우 치킨보다 사악하다. 다이어트 시 절대 멀리해야 하는 제품이다. 코카콜라 제로를 마시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진 것 같다. 그로 인해 트레이너, 보디빌더 등 운동 유튜버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제로 탄산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각종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노출됐다. 탄산음료는 아무래도 다이어트와 대척점에 있는 제품인데, 다이어트 강도가 높은 그들이 섭취하면서 구독자들이 신기해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일반 탄산음료 시장에 비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매출 규모가 현저히 적다. 앞으로도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가 일반 탄산음료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한 번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 미용이 아닌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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