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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최초 포착' 블랙홀이 중성자별을 잡아먹는 순간!

블랙홀 간, 중성자별 간 충돌 아닌 블랙홀과 중성자별 충돌로 인한 중력파 검출은 처음

2021.07.19(Mon) 10:54:45

[비즈한국]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남긴 여러 예측 가운데 거의 백 년 가까이 검증되지 못한 채 남았다. 하지만 2015년 지구에 설치된 거대한 검출기를 통해 처음으로 그 시그널이 감지된 이후 인류는 중력파의 여운으로 의심되는 후보 시그널들을 꾸준히 검출하고 있다. 이제 중력파는 몽상가 아인슈타인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 우주에 존재하고, 그 실체를 충분히 인류의 기술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포착한 중력파 시그널은 블랙홀끼리, (좀 더 드물게는) 중성자별끼리, 같은 종류의 천체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시공간의 떨림이었다. 그런데 최근 서로 다른 블랙홀 하나와 중성자별 하나가 함께 충돌하면서 발생한 중력파 시그널이 새롭게 확인되었다. 이 시그널은 지난 2020년 1월경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LIGO)와 비르고(Virgo) 검출기를 통해 포착되었다.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친 신중한 분석 끝에 비로소 블랙홀 하나가 중성자별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면서 시공간에 남긴 ‘먹방’의 흔적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중력파를 일으키는 순간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영상

 

사실 2019년에도 물리학자들은 이와 비슷하게 블랙홀-중성자별의 충돌에 의한 중력파 시그널로 의심되는 신호를 검출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 신호가 정말 서로 다른 두 육중한 천체의 충돌 때문이었는지 신뢰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포착된 신호는 분명 블랙홀이 중성자별을 집어삼키며 남긴 흔적으로 생각된다. 

 

이미 물리학자들은 주변 시공간에 떨림을 일으키며 충돌하는 두 천체의 질량에 따라 그 떨림의 파문이 어떻게 일렁일지를 다양한 모델로 계산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정밀하게 여러 검출기를 통해 중력파 신호가 점점 거세지다가 순간 피크를 찍고, 빠르게 감쇄하는 경향을 보면 그 중력파를 일으킨 두 천체가 각각 어느 정도로 무거운 녀석일지를 유추할 수 있다. 

 

LIGO와 비르고 검출기에서는 각각 2020년 1월 5일과 1월 15일에 걸쳐 중력파 시그널을 포착했다. 분석에 따르면 첫 번째 중력파 시그널은 태양 질량의 8.9배 정도 무거운 블랙홀 하나와 태양 질량의 1.9배 정도로 무거운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신호로 생각된다. 그리고 두 번째 충돌 신호는 태양 질량의 5.7배 정도로 무거운 블랙홀과 태양 질량의 1.5배 정도로 무거운 중성자별이 충돌하며 발생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두 가지 충돌 모두 태양계에서 약 9억 광년 이상 먼 거리에서 발생한 신호로 추정했다. 

 

지금까지 포착된 중력파 시그널이 어떤 천체들의 충돌에서 비롯됐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 파란색 점이 블랙홀, 노란색 점이 중성자별이며, ​굵은 흰 선으로 표시된 것이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신호다. 이미지=LIGO/Virgo


천문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태양 질량의 5배 정도 이상으로 더 무거워야 최소한 블랙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추정한다. 반면 그보다 더 가벼운 태양 질량의 3배 이하의 질량을 갖고 있는 천체는 블랙홀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높은 밀도로 뭉쳐 있는 중성자별과 같은 천체로 추정한다. 따라서 이번 시그널을 분석한 결과, 질량의 규모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부딪친 ‘불공평한’ 충돌의 결과였다는 추론을 할 수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앞서 포착된 1월 5일의 시그널은 실제 중력파 신호였다기에는 신뢰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신호는 미국 동부와 서부에 설치된 두 LIGO 검출기 중 하나에서만 포착되었는데, 중력파 시그널이 아니라 기기 결함이나 다른 진동으로 인한 가짜 신호로 의심된다. 하지만 1월 15일의 신호는 훨씬 높은 신뢰도로 실제 블랙홀과 중성자별에 의한 중력파로 판단된다. 

 

블랙홀이 중성자별을 집어삼키는 장면을 그린 그림. 이미지=LIGO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포착된 것과 같은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충돌이 우주 전역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실제로 그 충돌이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해선 아직 여러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쌍성처럼 함께 붙어 있던 두 육중한 별이 함께 나이를 먹고 둘 다 핵융합 연료가 고갈되면서 하나는 블랙홀, 다른 하나는 중성자별이 되면서 그대로 충돌할 수도 있다. 반면 원래 따로 멀찍이 떨어져 있던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우연히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점차 접근하면서 충돌할 수도 있다. 두 가지 방식 중 어떤 것이 이 둘의 충돌을 더 우세하게 지배하고 있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더 작은 중성자별이나 상대적으로 더 작은 블랙홀을 잡아먹는 과정을 통해, 중간 규모의 블랙홀을 거쳐 아주 거대한 은하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과 같은 천체로 성장할 거라 생각한다. 2015년 이후로 간간이 포착되는 블랙홀과의 충돌로 인한 중력파 시그널은, 우주 멀리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되기 위해 먹방을 찍는 블랙홀의 성장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한때 유행했던 ‘세포 키우기’ 게임의 이미지를 연상하면 쉽다!) 

 

덩치 큰 블랙홀 둘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중력파가 훨씬 규모가 강하고 확률적으로 포착하기 더 쉽기 때문에 이번에 포착된 블랙홀과 중성자별, 또는 중성자별끼리의 충돌로 인한 중력파를 검출하는 것은 좀 더 까다롭다. 하지만 앞으로 LIGO, 비르고의 뒤를 잇는 여러 지상, 우주 중력파 검출기를 통해 기존에는 감지하지 못했던 미세한 중력파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우주 시공간 전역에서 쉬지 않고 떨리는 다양한 떨림을 알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소머즈’처럼, 눈을 감고서 검출기의 감각에 의지해 우주 전역에 남아 있는 수억 광년 거리의 충돌의 여운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082e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black-holes-swallow-neutron-stars-in-a-single-bite-new-results-sugges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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