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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해운대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부산 그린레일웨이

아담한 해변열차·스카이캡슐 타고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느릿느릿 달리기

2021.07.06(Tue) 16:51:27

[비즈한국] 지난 7월 1일 해운대 해수욕장이 정식 개장했다. 코로나19와 때늦은 장마 탓에 평소 백만 명을 훌쩍 넘던 피서객들은 수십 분의 일로 줄어들었지만, 덕분에 방역과 거리두기는 잘 이루어졌다니 올 여름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운대를 한가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만약 해운대를 방문한다면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을 해변열차로 잇는 부산 그린레일웨이도 꼭 찾아보시길. 지난해 개통한 부산 그린레일웨이는 벌써 해운대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을 해변열차로 잇는 부산 그린레일웨이. 지난해 개통해 벌써 해운대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해변열차와 스카이 캡슐이 함께 운항하는 미포정거장. 사진=구완회 제공


#기찻길 따라 바다 보며 걷기

원래 해운대와 송정을 잇는 기차는 동해남부선이었다. 부산과 경주를 연결하는 동해남부선 노선 중 해운대와 송정 구간은 우리나라 유일의 바닷길 철도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하지만 2013년 해운대 도심을 지나는 새 길로 복선화 공사가 진행되면서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동해남부선 해안 철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된 철길은 시민들의 산책로로 개방되었다가, 몇 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 해 관광 열차와 산책로가 어우러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부산 그린레일웨이는 해운대 올림픽교차로에서 시작해 옛 해운대역과 미포항, 달맞이공원, 옛 송정역 등을 거쳐 동부산관광단지에 이르는 총 9.7km의 산책로다. 이 중 미포항에서 옛 송정역에 이르는 구간에는 해변열차와 스카이 캡슐이 운행된다. 해운대 동쪽 끝과 맞닿은 미포항은 소가 누운 모습을 닮은 와우산(臥牛山)의 꼬리 부분에 자리 잡았다. 미포(尾浦)는 그래서 붙은 이름이다. 크고 화려한 해운대와 이웃한 것이 어색할 정도로 작고 고즈넉한 옛 풍경을 간직한 미포항은 해변 산책로의 출발점이자 송정으로 향하는 해운대 해변열차의 기점이기도 하다. 

부산 그린레일웨이는 해운대 올림픽교차로에서 시작해 옛 해운대역과 미포항, 달맞이공원, 옛 송정역 등을 거쳐 동부산관광단지에 이르는 총 9.7km의 산책로다. 중간 전망대. 사진=구완회 제공


이곳에서 출발하는 아담한 해변열차는 달맞이 터널과 청사포 정거장을 지나 송정해수욕장까지 4.8km 구간을 20여 분에 걸쳐 느릿느릿 달린다. 모든 좌석이 바다 쪽 창가를 향하고 있어 어디에 앉으나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으면 기찻길 위 모노레일을 오가는 원색의 스카이 캡슐을 바는 것도 좋겠다. 가능하면 기찻길 옆 산책로를 따라서 송정까지 걸어갔다가 오는 길에 열차나 스카이 캡슐을 타는 걸 추천한다. 그래야 부산 그린레일웨이의 매력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달맞이 터널과 청사포, 정거장의 풍경들

해변열차와 스카이 캡슐이 출발하는 미포 정거장 앞에는 동해남부선이 부산 그린레일웨이로 다시 태어나게 된 사연을 담은 안내판과 함께 인증샷 찍기 좋은 조형물들이 보인다. 철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 멀리 광안대교가 보이는 전망대가 있고, 달맞이 고개 아래를 지나는 달맞이 터널이 이어진다. 아담한 터널은 바다와 어울려 산책객들의 훌륭한 기념촬영 장소가 된다. 

터널을 지나 줄지어 늘어선 해송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중간 정거장인 청사포다. 하얀 등대와 붉은 등대가 방파제 끝에서 마주보고 있는 청사포는 갯바위로 된 해안에 수려한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곳이다. 여전히 한가로운 포구 마을은 재미난 벽화가 그려져 있고, 옛날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잃은 아내가 심었다는 망부송은 마을 당산 나무가 되어 지금도 산신제와 본당제를 지낸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매일 같이 바닷가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를 불쌍히 여긴 용왕님이 푸른 구렁이를 보내 아내를 용궁으로 데려왔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덕분에 청사포(靑蛇浦, 푸른 구렁이 포구)라는 이름이 생겼는데, 훗날 청사포(靑沙浦, 푸른 모래 포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옛날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잃은 아내가 심었다는 청사포 망부송은 마을 당산 나무가 되어 지금도 산신제와 본당제를 지낸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2017년 세워진 청사포다릿돌전망대는 새롭게 청사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바다 쪽으로 72.5m나 쭉 뻗은 전망대로,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아찔하다. 포구 아래로 내려가면 조그만 자갈이 수북한 청산포 몽돌해변을 만난다. 

해변열차의 종점인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의 번잡함을 피하려는 부산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요즘 새로운 해양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파도와 바람이 서핑에 적당해서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즐기기에 좋다고 한다. 서핑을 즐기지 않더라도, 수십 수백 명씩 떼를 지어 열심히 파도를 타고 있는 서퍼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얀 등대와 붉은 등대가 방파제 끝에서 마주보고 있는 청사포는 갯바위로 된 해안에 수려한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곳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부산 그린레일웨이
△위치: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일대
△문의: 051-701-5548(해운대 해변열차)
△이용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해변열차는 09:30~20:30(7~8월), 09:30~19:30(5~6월/9~10월), 09:30~18:30(11~4월) 운행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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