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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않고 6~7채씩 매수" 지방까지 번진 1억 원 미만 아파트 열풍

1억 미만은 다주택자도 취득세 1.1%…수도권 매물 싹쓸이, 지방 아파트까지 구매 문의 쇄도

2021.06.29(Tue) 11:25:52

[비즈한국] “부린이입니다. 고수님들, 공시지가 1억 미만 아파트 투자 추천해주세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이다. 부동산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인기 패션 커뮤니티, 지역 커뮤니티 등에도 1억 원 미만 아파트 매수에 대한 글이 급증하고 있다. 주식, 가상화폐에 이어 이번엔 저가 아파트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기준 2주택자 8%, 3주택 이상 12%의 취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구입하면 다주택자라도 취득세를 1.1%만 내면 된다. 취득세 부담을 줄이며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투자자가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찾고 있다.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한 아파트 단지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1억 원 미만 아파트 추천해주세요” 저가 아파트 투자에 부린이 몰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투자의 경우라면 소액으로도 1억 원 미만의 아파트 매수가 가능하다. 경기도 시흥시 신촌동의 무지개 아파트는 매매가가 8700만 원인데, 전셋값이 55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3200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갭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다. 

 

여윳돈이 많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부린이’들도 1억 원 미만 아파트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사도 청약을 쓸 수 있냐”,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샀다가 공시지가가 1억 원이 넘으면 유주택자가 되는 거냐”, “주변에서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사라고 하는데 이점이 뭐냐” 등의 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너도나도 저가 아파트 매수에 열을 올리다 보니 수도권에서는 1억 원 미만 아파트가 거의 동난 상태다. 시흥, 평택 등 저가 아파트 갭투자가 성행했던 지역에서도 이제 1억 원 미만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1억 원 미만 아파트 매물이 소수 남아 있다. 지금 남은 건 월세를 끼고 있는 물건”이라며 “전세 끼고 살 수 있는 매물은 이미 두 달 전에 끝났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아파트 저층만 소수 남아 있다. 공시지가도 오르고 물건도 많이 빠져 매물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3개월간 부동산 갭투자 매매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 중 하나인 경기도 평택시도 저가 아파트를 찾기 어려워졌다. 평택시 지산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갭투자용으로 좋은 물건은 이미 다 빠졌다. 몇 개 남은 물건은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5000만~6000만 원 정도 나는 것들”이라며 “갭투자 목적으로는 금액 부담이 있어 잘 안 나간다. 이런 소수 물건 외에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평택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안중읍까지도 1억 원 미만 아파트 매물은 씨가 말랐다. 안중읍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억 원 미만으로 살 수 있는 작은 평수대 아파트는 이미 다 빠지고 없다.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물건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으로까지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수도권 물건 바닥나니 지방으로 갭투자, 전화 문의 후 물건 있으면 바로 구매

 

수도권의 저가 아파트가 동나면서 이제는 지방으로까지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북 구미시의 갭투자 인기 아파트 20곳 중 16개의 매매가가 1억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500만 원부터 많으면 2500만 원대의 현금으로 아파트를 산 매수자가 상당하다. 

 

구미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6000만 원 정도에 아파트를 매수한 뒤 1500만~2000만 원 정도 투자해 집을 리모델링을 하고 전세를 놓는다”면서 “전세가가 6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지인들은 집을 보지도 않고 물건만 있다고 하면 바로 계약금을 넣는다. 한 번에 6~7채씩 사는 사람이 많다”면서 “리모델링도 부동산에 위임하거나 업자에게 사진만 받아 진행한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는 최근 외지인 매매가 증가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월 257건이던 외지인 구매가 4월에는 332건으로 증가했다.

 

경남 김해시도 갭투자 붐이 일어나는 지역 중 하나다. 김해시 구산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들어 전화로만 문의하고 바로 계약금을 지급하는 투자자가 급격히 늘었다. 투자 개념으로 사 전세를 놓는 경우가 늘다 보니 예전만큼 전세가 아주 귀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전세 물건이 많다 보니 세입자를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보통 잔금 지급 날짜를 3개월 이상으로 넉넉하게 잡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구입해 취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이라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금리 인상 현안이 있는 만큼 지금보다 투자가 크게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1억 원 미만 아파트 매수가 늘어나면서 정부에서 취득세 중과 규제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선의의 수요자도 있는 만큼 섣부른 규제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무리한 갭투자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집을 보지도 않고 여러 채를 구입하는 행동은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대출을 받아 구입했을 경우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집값 거품이 빠져 조정이 왔을 때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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