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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화려했던 백제 문화의 '최고봉', 충남 부여

마지막 도읍지, 700년 백제 문화의 '정수' 보여주는 유적이 시내 곳곳에

2021.06.08(Tue) 17:24:45

[비즈한국] 부여의 옛 이름은 사비다. 한성에서 시작한 백제가 웅진(공주)을 거쳐 사비(부여)에 이르러 멸망하고 말았다. 백마강 뒤로 아름답게 서 있는 낙화암이 애절해 보이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나라가 쇠했다고 문화가 후퇴한 것은 아니다.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부여는 700년 백제 문화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이것들은 부여 시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이 만들었다는 왕궁의 남쪽 별궁 연못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이라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진품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백제금동대향로 

백제의 전성기는 한성에 도읍을 정한 4세기 무렵이라지만, 백제 문화는 마지막 도읍지인 사비에서 절정을 맞는다. 백제 석탑으로는 드물게 남아 있는 정림사지5층석탑의 단아한 멋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백제금동대향로는 그 시절 백제의 문화 수준을 지금까지 증언하고 있다. 

특히 발견된 지 30년도 안 되는 백제금동대향로는 신라 왕관에 비견될 만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국보는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지만, 백제 예술의 진수를 담은 백제금동대향로를 보려면 국립부여박물관에 가야 한다. 부여의 능산리 고분군 주차장 공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어 가까운 국립부여박물관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64cm 높이의 백제금동대향로는 용 모양 받침 위에 연꽃이 새겨진 몸체와 산들을 표현한 뚜껑, 꼭대기 봉황 장식으로 이루어졌다. 신라 왕관에 비견될 만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진=구완회 제공


64cm 높이의 대향로는 용 모양 받침 위에 연꽃이 새겨진 몸체와 산들을 표현한 뚜껑, 꼭대기 봉황 장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향로 곳곳에 새겨진 아름답고 정교한 조각들이다. 특히 뚜껑에 새겨진 수십 개의 산들 사이로 신선과 사냥꾼, 호랑이, 사자, 원숭이, 코끼리뿐 아니라 폭포, 나무, 불꽃 문양까지 보기만 해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조각들이 한가득이다. 여기에 용 받침과 봉황 장식까지 어우러져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국립부여박물관의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복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이곳에는 백제금동대향로 외에도 사비 시절의 찬란한 문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이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 외에도 사비 시절의 찬란한 문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국립부여박물관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정림사지5층석탑은 모든 역사 교과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백제탑의 대표선수다. 말 그대로 ‘완벽한 조형미’를 보여준다고 하니, 부여를 찾는다면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 이 탑은 조선시대에 ‘평제탑’으로 알려졌는데,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자신의 공적을 뽐내는 글을 새겨넣었기 때문이다. 이웃한 정림사지박물관에서는 백제불교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 

#이야기와 함께 하는 궁남지, 낙화암 여행

부여에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역사 유적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백제 무왕이 만들었다는 궁남지와 3천 궁녀가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이다. 용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무왕은 어려서 마를 팔아야 했을 정도로 가난했단다. 하지만 결국 신라의 공주와 결혼하고 백제의 왕위에 오르는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실제 역사적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무왕의 즉위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 무왕은 40년이 넘는 재위 기간 동안 신라와의 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백제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이 만들었다는 왕궁의 남쪽 별궁 연못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이라고 한다. 아이와 함께 궁남지를 걸으며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 가서, 서동 도련님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는 서동요를 들려주는 것은 어떨까. 함께 전해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정림사지5층석탑은 모든 역사 교과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백제탑의 대표선수로 ‘완벽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사진=구완회 제공


‘삼천 궁녀의 슬픈 사연’을 품고 있는 낙화암은 백제의 마지막 왕성인 부소산성 위에 있다. 지금은 산성이 자리잡은 부소산의 이름을 따서 부소산성이라 불리지만, 당시에는 사비성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의자왕이 나당연합군에 무릎을 꿇음으로써 백제는 700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이 모습을 본 궁녀들이 치욕을 피해 산성 위 바위에서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는데, 그 숫자가 3천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름도 ‘꽃이 떨어지는 바위’, 낙화암(落花巖)이 되었다고. 

하지만 낙화암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의 일이다. ‘삼국유사’에 인용된 ‘백제고기’에 따르면 백제가 멸망할 때 후궁들이 이곳에서 몸을 던져 ‘타사암(墮死巖)’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래도 삼국유사의 이야기가 훗날 과장되어 낙화암의 전설을 낳은 듯하다. 

‘삼천 궁녀의 슬픈 사연’을 품고 있는 낙화암은 백제의 마지막 왕성인 부소산성 위에 있다. 하지만 삼천 궁녀가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는 후대에 과장된 듯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국립부여박물관
△위치: 충남 부여군 부여읍 금성로 5
△문의: 041-833-8562
△운영 시간: 09:00~18: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정림사지5층석탑 
△위치: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문의: 041-832-2721
△운영 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 연중무휴

궁남지 
△위치: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문의: 041-830-2880
△운영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낙화암
△위치: 충남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31-3
△문의: 041-830-2880
△운영 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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