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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에 쏠리는 기대와 우려

상관관계 유력한 물질 특정 개발해 FDA 승인…임상4상 조건부 승인, 효과 미지수

2021.06.08(Tue) 15:34:27

[비즈한국] “쉽게 말해 박카스와 까스활명수만 있던 시장에 타이레놀과 게보린이 나타난 겁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허가된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제품명 에드유헬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설 교수는 “기존에는 뇌 기능을 좋게 하는 데 상관관계가 있는 걸 먹으면 알츠하이머도 좋아질 수 있으니 먹어보자는 식의 약만 있었다. 알츠하이머에도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아두카누맙은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것을 타깃으로 정하고 개발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FDA는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 사진=바이오젠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승인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전 세계에 4종에 불과했다. 에자이의 ‘아리셉트’, 노바티스의 ‘엑셀론’, 머츠의 ‘나멘다’, 존슨앤존슨의 ‘라자딘’이다. 모두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이지만 질병 자체보다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생긴 증상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원래 치료제를 개발할 땐 원인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에 대해선 원인을 뿌리 뽑겠다고 나선 약이 없었다. 질병 특성상 원인을 꼽기가 어렵고 개발도 어려운 탓이다.

 

유승호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존의 알츠하이머 약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치료제가 아니었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세포가 죽으면 기억력이 저하되는데 이런 걸 완화해준다거나 세포 독성을 방지해주는 정도였다. 결국 약을 써도 병은 계속 진행된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는 약이 효과가 없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알츠하이머의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은 약이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원인이 아밀로이드라는 가설에 주목했다. 의료계에는 뇌 신경세포 표면에 당과 단백질이 뭉쳐진 덩어리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쌓여 신경세포에 악영향을 주면서 알츠하이머를 촉진한다는 전통적 가설이 있었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와 플라크가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정맥 주사 형태로 주입된 단일 클론 항체가 이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임상 결과 아두카누맙을 쓴 사람에게서 플라크가 줄어드는 사실이 확인됐다. FDA는 “이 치료제는 알츠하이머의 기저 질환 과정을 표적으로 해 영향을 미치는 최초의 치료법이다. 348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두카누맙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상당 용량 감소했지만 위약군은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원인이 아밀로이드라는 가설을 주목했다. 사진=바이오젠


다만 아직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설대우 교수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축적을 억제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없어지면 알츠하이머도 없어지는지는 아직 모른다. 플라크가 알츠하이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은 알려졌지만 정확히 그것이 원인인지 혹은 알츠하이머로 인해 생긴 결과인지 모른다. (플라크가) 원인이라면 치료 효과가 더욱 뛰어나겠지만, 결과인 경우엔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이 진행한 2건의 임상 3상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MERGE 임상에서는 고용량 아두카누맙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78주 후 임상 치매 평가 척도와 간이 정신 상태 검사, 일상생활 능력 평가 검사 등에서 기준치 대비 임상 증상 악화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ENGAGE 임상에서는 저용량과 고용량 모두 임상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자 바이오젠은 2019년 3월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가, 2020년 10월 고용량 투여군에서 효과를 봤다며 임상 결과를 수정했다. 이번에 FDA가 시판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을 조건으로 내건 까닭이다. 11월 FDA 자문위원회 외부 전문가는 비승인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아두카누맙 개발의 핵심이 된 ‘아밀로이드 가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사실 아밀로이드 가설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뛰어든 것은 ​바이오젠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 머크(MSD) 등 수많은 거대 제약사들이 시도했으나 하나같이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두카누맙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없애는 방법으로 승인된 첫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보니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다.

 

그러나 치료제가 마땅치 않았던 시장에 또 다른 기회가 생긴 점은 분명하다. 유승호 교수는 “뇌에 아밀로이드가 많은지 적은지를 검사할 수 있는 진단검사가 보편화돼 있다. 아밀로이드가 많으면 알츠하이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건데 진단을 내려도 지금까지는 쓸 수 있는 약이 없었다. 여러 가지로 좋은 여건이 조성된 거다”며 “국내에서도 바이오젠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FDA 시판 허가 이후 국내 허가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에도 희소식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는 “국내에서 같은 기전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해외에서 알츠하이머 신약이 나왔다고 해서 국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경쟁이 뜨거워질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시장이 큰 미국으로 약을 들고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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