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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테러단' 모집까지…자영업자들 배달앱 리뷰 공포증

앙심 품고 조직적으로 '악성 리뷰' 남겨…도 넘은 요구와 화풀이식 별점에도 무대책

2021.05.25(Tue) 12:37:28

[비즈한국] 최근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리뷰 공포증’이 생겨나고 있다.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앱의 악성 리뷰로 매출 급감을 겪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악성 리뷰 하나만 있어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의 무리한 요구 등도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준다는 푸념도 늘고 있다. 

 

배달앱의 리뷰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악성 리뷰 하나가 하루 장사를 망친다’고 얘기한다. 사진=임준선 기자

 

#화풀이 리뷰 조작, 비일비재… 돈 주고 사람 고용해 ‘악성 리뷰 남겨달라’

 

서울 강서구에서 일본라멘점을 운영하는 A 씨. 지역 내 맛집으로 소문난 그의 가게는 배달앱에서 평점 4.9점(5점 만점)을 유지하는 인기 음식점이었다. 그런데 5월 12일부터 배달앱 리뷰에 악평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별점은 최하점인 1점이 줄을 이었고, 리뷰에는 ‘면이 딱딱하다’, ‘육수가 너무 짜서 먹을 수 없다’, ‘돈이 아까워 먹으려 했지만 못 먹겠다’ 등의 악평이 줄을 이었다. 

 

A 씨는 “정말 고민이 많았다. 갑자기 음식에 대한 악평이 쏟아지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음식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크게 걱정했다”고 말했다. 

 

며칠 후 A 씨의 가게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대뜸 “요즘 배달앱에 악플이 달리지 않냐”고 물어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면서 “한 심부름앱에 당신 가게에 악플을 달아주면 돈을 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나도 지원했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껴 알려주게 됐다”는 얘길 전했다. 

 

A 씨는 곧장 해당 앱에 들어가 문제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에는 ‘배달앱에서 음식 주문 후 본인이 요청하는 리뷰를 남겨주면 식사비와 리뷰비 2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심부름앱에 올라온 조작 리뷰 요청 게시글. A 씨가 해당 앱 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총 9명이 악성 리뷰 작성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진=제보자 제공

 

조작 리뷰를 요청한 B 씨는 얼마 전 A 씨와 개인적인 다툼이 있던 조명업자였다.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매장 조명 공사를 하며 B 씨와 다툼이 있었고, 최근 합의를 진행해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했다. 

 

A 씨가 심부름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조작 리뷰에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9명이다. 그중 6명이 7개의 악성 리뷰를 남겼다. A 씨는 “악성 리뷰에 댓글로 ‘연락을 주면 음식값을 환불해준다’고 하자 조작 리뷰 참여자 중 한 명이 연락을 해왔다”면서 “직접 만나 추궁한 끝에 리뷰가 조작됐다는 것을 확인했고, B 씨에게서 사례비를 받은 계좌 내역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A 씨가 증거를 모아 B 씨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별점을 최하점으로 주라는 요청이 어떻게 범죄가 되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현재 조작 리뷰는 작성자들이 자발적으로 삭제한 상태다.

 

A 씨는 “최근 배달앱에 입점하는 음식점이 많아지며 경쟁이 치열하다. 소비자의 선택지도 많으므로 리뷰에서 낮은 별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주문을 하지 않는다”면서 “배달앱에 악성 리뷰가 올라와 있던 3일간 배달 매출이 80% 이상 감소했다. 거의 주문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LF 관계자는 “사람을 고용해 리뷰 등을 조작할 경우 업무방해죄에 해당해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최근 악성 리뷰 등으로 인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음식점 리뷰에 올라온 악성 리뷰의 일부. A 씨가 증거를 모아 B 씨에게 전달한 이후 악성 리뷰는 모두 삭제됐다. 사진=제보자 제공

 

#악성 리뷰 하나가 하루 장사 망쳐…배달앱 리뷰 시스템에 한숨짓는 자영업자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서 리뷰 영향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배달앱 이용자들이 음식점 메뉴보다 리뷰를 먼저 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래서 배달앱에 입점한 다수의 음식점이 ‘리뷰 이벤트’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주문 후 좋은 리뷰를 남길 것을 약속하면 서비스 음식, 음료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곱창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리뷰 이벤트에 참여 요청을 해 서비스를 받고 리뷰를 남기지 않는 손님도 상당수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크다”며 “맛에 대한 견해는 각자 다를 수 있는 만큼 안 좋은 평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서비스 요청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별점 테러를 한다. 간혹 서비스로 나간 사이드 메뉴나 음료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악평을 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악성 리뷰 하나가 하루 장사를 망친다’고 하소연한다. 배달앱 리뷰는 작성자 외에는 삭제할 수 없어 억지스럽고 과장된 리뷰 테러 등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리뷰제 폐지나 리뷰어 평가제 도입 등에 대한 요청도 나오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리뷰에 비속어, 거짓, 과장, 주문과 관련 없는 내용 등이 담기거나 명예훼손, 근거 없는 비방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 주의, 게시물 차단 등이 이뤄진다”면서 “여러 방면으로 리뷰의 신뢰도를 높이면서도 사장님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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