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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단독] 천룡의 진짜 정체는 '공대지 미사일', 게임 체인저 기대감

시제품 제작해 F-4E 팬텀에 장착 및 투하 시험 계획…개발방식 논란 극복이 관건

2021.05.17(Mon) 10:22:26

[비즈한국] 지난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공군회관에서 열린 ‘에어로스페이스 컨퍼런스 2021’은 향후 30년간의 미래 공군력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무인 비행기, 드론봇, UAM(도심 항공교통), 전자전 등 공군력에서 가장 중요한 최첨단 기술들을 선보인 가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쉽게 말하자면 비행기에 탑재하는 현무-3라고 할 수 있다. 크루즈 미사일은 보통 제트 엔진을 탑재하고 비행기 같이 길쭉한 접이식 날개를 달아 수백 km 이상 떨어진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미사일이다. 현재 한국 육군과 해군은 현무-3와 해성-2 등 여러 종류의 국산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으나, 아직 공군은 SLAM-ER 및 타우러스 등 수입산 크루즈 미사일만 사용했다.

 

ADD가 공개한 천룡 미사일의 테스트 개념.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이는 미사일을 달고 쏘는 기술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전투기에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마하의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 외부에 달아도 떨어지지 않는지, 발사했을 때 제대로 엔진에 불이 붙는지, 혹시 떨어지다가 비행기에 부딪히지 않는지 검사하기 힘들다. 배나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쏠 때는 커다란 통제 장비에 발사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넣을 수 있지만, 전투기는 매우 작은 임무 컴퓨터에 온갖 통제기능을 넣은 다음 조종사 1명이 모든 조작을 해야 하는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공대지 크루즈 미사일의 어려움도 이제는 큰 고비를 넘긴 모양이다. ADD(국방과학연구소)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국산 항공무장 통합기술’​이라는 발표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개발 현황을 공개했는데, 그동안의 성과가 적지 않다. ADD는 시제 업체 제작업체인 LIG 넥스원과 함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일명 ‘천룡’​ 미사일에 대한 탐색개발을 2019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천룡 미사일의 기술 실증 시제품을 제작하고, 기술 실증 시제품을 테스트용 F-4E 팬텀 항공기에 장착 및 투하 비행시험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천룡 미사일의 성능은 현재 공개된 바 없지만, 제작사와 연구기관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현재 우리 군이 가진 가장 강력한 공대지 미사일, KEPD-350 K-2 타우러스보다 탄두가 약간 작지만 동등한 사거리와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500km 이상 떨어진 적 지휘부를 1m 내외의 오차로 명중시킬 수 있고,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관통탄두 기능도 갖출 것으로 예측된다. 천룡 미사일이 실전 배치된다면 지상에서 쏘는 지대지, 함상에서 쏘는 함대지, 잠수함에서 쏘는 잠대지 크루즈 미사일들과 함께 개전 초기부터 북한 지휘부를 괴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룡의 형제도 연구 중이다. 현재 방위사업청과 군은 일명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공대지 미사일에 관한 타당성 연구 중이다.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현재 F-4E 팬텀 전투기에 장착한 AGM-142 팝아이 공대지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서, FA-50 전투기에 장착하는 좀 더 작은 공대지 미사일을 만드는 계획으로, 약 250km에서 400km 정도 떨어진 적 지휘소를 정밀타격하기 위한 크루즈 미사일이다. 과거에는 이 정도의 미사일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크고 무거운 쌍발 전투기가 필요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훨씬 작고 가벼운 FA-50 단발 전투기에도 같은 성능을 갖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단, 천룡 미사일과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단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경우 아직 정확한 사업 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사업 방식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한화의 경우 터키에서 만든 SOM-B2 미사일의 기술도입 생산을 제안 중이고, 타우러스 코리아는 타우러스 미사일을 소형화한 타우러스 K-2 미사일을,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 사는 F-35와 그리펜 전투기에도 탑재하는 JSM(Joint Strike Missile)등을 제안 중이기 때문에 아직 사업 방식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천룡 미사일의 향후 계획도 아직 정확히 정리되지 못했다. 원래 천룡 미사일은 ADD 주도 개발해서, ADD가 개발의 책임을 지고 체계업체가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이었다가 지난 9월 체계업체가 주도하는 업체주도 개발로 개발방식을 변경했다. 문제는 이 개발방식을 변경해서 생기는 추가 개발비가 얼마인지, 그리고 어떤 업체가 주도해서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이 아직도 나지 못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 업체들은 천룡 미사일의 개발을 포기하고, 대신 외국 미사일을 기술도입 생산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공대지 미사일을 6발 이상 장착가능한 KAI의 해상초계형 디자인. 사진=한국항공산업 제공

 

천룡 미사일의 미래는 올해 안에 결정 날 예정이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올해까지 진행할 천룡 미사일 탐색개발에서 얻은 지식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서 제안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제안은 천룡 미사일의 다목적화 개발이다. 천룡 미사일의 목표 성능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하 관통 능력으로, 동급 해외 미사일인 타우러스 미사일이나 MBDA의 스톰 쉐도우(Storm Shadow)미사일은 폭발 에너지를 사용하여 관통력을 높이는 특수 탄두와 지하에서 정확히 폭발하기 위한 스마트 신관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 기술을 제때 개발하기 어렵다면 미국의 JASSM과 같은 일반형 관통탄두를 장착하거나, 용도를 변경하여 활주로 파괴 폭탄, 혹은 정전탄을 사용하는 천룡 미사일을 먼저 개발한 뒤, 충분히 기술이 축적되면 관통탄두를 장착한 천룡 블록2(가칭)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스톰 쉐도우 미사일이 활주로 파괴 폭탄 버전을 만든 후 지하 관통탄두를 장착하는 개조개발을 수행한 바 있다.

 

두 번째 제안은 천룡 미사일을 활용한 파생형 개발이다. 천룡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과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크기와 탄두 중량, 사거리가 다르지만, 천룡 미사일의 탄두 크기와 연료 탑재량을 줄여서 FA-50에 탑재 가능한 버전을 만들거나, 미국의 JASSM 공대지 미사일이 공대함 미사일 LRASM으로 바뀐 것처럼 공대함 미사일로 개조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파생형으로 개발비용과 생산단가를 절약한다면 개발의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세 번째 제안은 천룡 미사일을 활용하는 전용 공중 플랫폼 개발이다. 에어로스페이스 컨퍼런스 2021에는 천룡 미사일 이외에 KAI(한국 항공우주 산업)가 제안 중인 한국형 차세대 수송기가 화제가 되었다. 한국형 차세대 수송기는 날개와 엔진을 그대로 두고, 얇고 긴 동체를 개조한 민간 여객기와 해상초계기 버전이 제안 중인데, 이 중 해상초계기 버전과 천룡 미사일을 조합하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초계기 버전의 경우 외부에 4발, 내부 무장 창에 6발의 AGM-84 하푼 대함미사일 혹은 어뢰를 탑재한다. 만약 천룡 미사일을 아무런 개조 없이는 6발 이상을 장착할 수 있고 전용 대지공격 버전을 만든다면, 10발 이상의 천룡 미사일을 탑재하고 한반도 상공에 대기하다가 적의 공격이 시작되는 즉시 선제타격이 가능하다. 전투기 4, 5대가 공격할 수 있는 수량을 개조형 지상공격기는 단 1대로 해결 가능하니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우수하다.

 

천룡 미사일은 한국이 수입에만 의존했던 최첨단 무기체계인 공대지 미사일을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는 자긍심뿐만 아니라, 북한 및 주변국의 위협에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타격 가능한 수단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군의 미래 핵심전력으로 삼을 만하다. 천룡 미사일의 개발방식과 비용에 대한 논란이 하루빨리 해결되길 기대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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