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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이어 가상부동산? '폰지사기'일까, '제2 비트코인'일까

비관론 크지만 잠재적 가능성도 기대…몰빵 대신 소액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2021.05.10(Mon) 14:47:05

[비즈한국] 가상부동산을 거래하는 플랫폼이 떠오르고 있다. 거래 참여자들은 디지털 ‘가상의 지구’에서 10×10m 크기로 쪼개진 토지를 사고판다. 위성사진 이미지와 동일한 이 가상의 지구는 실제 세계의 부동산과 입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아직은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가 한 타일 당 2만 5000원 수준이지만 앞으로 가치가 급등할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어스 2(earth 2)’ 사이트 메인 화면. 사진=‘어스 2’ 캡처


이 플랫폼의 이름은 ‘어스 2(earth 2)’다.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 ‘어스 2’는 외형상 게임이지만 새로운 투자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가 시작된 후 4월 1일 기준 미국 이용자의 자산가치는 총 3215만 달러, 이탈리아는 81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이용자들의 자산가치도 745만 달러에 달한다. 서비스 초기 세계 땅값은 100㎡당 0.1달러로 모두 같았지만 이후 수요에 따라 토지가치가 급상승한 지역이 생겨났다. 현재 미국 땅 한 타일은 56달러, 한국은 23달러까지 올랐다. 

 

타일 가치가 몇 개월 사이 10%부터 10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가상부동산이 전망 있는 투자처가 될지, ‘현대판 봉이 김선달’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스 2’ 속 가상부동산이 ‘제2의 비트코인’이 될 수 있을까. 투자 경험자와 전문가들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소액 투자부터 수 백만 원대까지…광화문, 에펠탑 땅도 소유

 

30대 직장인 설 아무개 씨는 지난달 ‘어스 2’에 150만 원을 투자했다. 가상화폐 초창기 투자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던 설 씨에게 가상부동산 시장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설 씨는 ‘어스 2’의 경우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 중 선두두자이고 아직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꽤 많은 유저를 확보해 놓은 것을 좋게 봤다”고 말했다.

 

설 씨는 “소액이라도 미리 들어가 있으면 10년 후 비트코인처럼 대박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10년 뒤, 20년 뒤를 보고 넣은 돈이라 진득하게 묵혀둘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170달러를 가지고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 부지를 사들인 강 아무개 씨는 최근 ‘어스 2’ 사이트에 들어가는 빈도가 잦아졌다. 자산 가치가 2개월 만에 급격히 올라 476달러를 넘었기 때문이다. 200% 수익률을 찍으면 매매할 계획도 세웠다. 강 씨는 “워낙 소액을 넣은 거라 도박이나 투자라기보다는 ‘부루마블’을 하는 느낌”이라며 “국회의사당이나 광화문 앞 도로는 현실에서는 애초에 판매하지 않는 땅인데 온라인상에서나마 소유할 수 있어 흥미롭다”고 밝혔다. 

 

세계 각 국의 투자자가 매입한 ‘어스 2’ 상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부지. 사진=‘어스 2’ 캡처


‘어스 2’는 희소성이 있는 가상의 공간을 싼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전 세계의 명소들은 신규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판매가 완료됐다. 한국의 경우 청와대, 광화문, 국회의사당, 롯데월드, 해운대의 부지 대부분이 한국인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북한 등의 국적을 가진 투자자에게 팔렸다.

 

#광고료・통행세도 받는 ‘제2의 지구’?…NFT 기반 아닌 점은 불안요소

 

‘어스 2’ 측은 가상 토지 거래 플랫폼이 아닌 ‘메타버스(가상・추상을 뜻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강조한다. 단순 토지 거래만 가능한 초기 단계를 지나 사업이 안정화되면 추후에는 구입한 토지에 건물을 올리고 도로를 내서 가상의 도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실 사회에서 이뤄지는 경제 및 사회생활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기도 한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처럼 건물 외벽에 광고를 걸어 수익을 창출하거나 도로에 통행세를 물게 하는 식이다. 투자자들이 '어스 2‘의 미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운영진이 강조하는 비전이 실제로 구현될지는 불확실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 초기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폭발적인 가격상승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가치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마켓플레이스에 매물로 나와 있는 부지들. 사진=‘어스2’ 캡처


설 씨는 “프리미엄을 주고 팔아야 할 것 같은 부지가 높은 할인율로 마켓 플레이스(플랫폼 내의 토지 거래 시장)에 올라 있는 걸 보면 불안하다. 나중에 내 땅을 내놓으면 살 사람이 있을까 싶다”며 “업데이트 예정일자가 계속 밀리는 등 이 서비스가 어떻게 변해갈지 예측 불가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밝혔다.  

 

현실에서도 부동산 투자를 하는 박 아무개 씨는 메타버스 시대의 가능성을 고려해 ‘어스 2’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자신을 ‘장기 투자자’라고 소개한 박 씨는 “선진국이나 메가시티 타일을 저렴하게 구입해 향후 도시개발을 통해 수익을 얻는 전략을 짜고 있다”며 “NFT 기반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란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JPG 파일이나 동영상 등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신종 디지털 자산이다. 디지털 작품의 진품을 인증하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높아져 최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비전을 서비스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투자 가치 상실할 것…투자 주의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상부동산의 가능성을 둘러싼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불안정성이 크다는 비관론이 대세지만,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투자처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다만 가상부동산 투자자와 전문가들 모두 가상부동산을 제2의 비트코인으로 간주하고 인생역전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자신이 감당할만한 금액을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 그림이 전시돼있는 ‘크립토복셀(cryptovoxels)’ 내 가상 공간. 사진=‘크립토복셀’ 캡처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어스 2’ 토지 가격의 등락이 타일의 희소성에만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 교수는 “현실세계에서는 토지가 어떻게 활용되냐에 따라 땅값이 결정되는데 ‘어스 2’에는 유동인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2차적인 경제적 활용이 없다”며 “단순히 구획을 나눈 타일이 5조 개로 한정돼 있다는 점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상부동산 크립토복셀(cryptovoxels)의 경우 가상현실 내에 유동인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미술관이 직접 부지를 사서 디지털 갤러리를 꾸며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지만 ‘어스 2’는 용도나 실체가 불분명한 땅 거래에만 그쳐있다는 판단이다. 

 

김 교수는 “토지를 구매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 계획이나 약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운영진들이 ‘메타버스 구상은 폐기한다. 서비스하지 않겠다'고 결정해버리면 피해를 보전 받을 수도 없다”며 “플랫폼 특성상 미래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자산 측면에서의 불안정성을 지적한다. 박 전문위원은 “각종 산업이 디지털 중심으로 가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를 통한 투자는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가치를 매길 수 있고 일반 대중에 자산으로 통용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가상부동산의 경우 게임 아이템과 성격이나 기능이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어스 2’ 내의 가상부동산 거래가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사기’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어스 2’라는 플랫폼을 통해 실제 투자자들이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인규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많은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약속한 서비스를 구현한다면 투자처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어스2는 △암호화폐보다도 유동성 리스크가 크고 △투자 정보가 적으며 △심사 절차가 없고 △사이트가 죽으면 개별부동산도 증발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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