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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심각한 터키-미국 갈등, '핵공유' 원하는 한국에는 악재?

양국 관계 악화로 '아시아판 핵공유 그룹'에도 부정적 영향…현실적 핵무장 방법 고민해야

2021.04.28(Wed) 15:09:15

[비즈한국] 더는 나쁠 수 없을 것 같았던 트럼프 정부 하에서의 터키와 미국과의 관계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월 25일 백악관이 106년 전 일어난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사건에 대해 추모한다고 발표하자, 터키 정부와 국민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 미국이 터키의 S-400 대공미사일 도입을 이유로 100대에 달하는 F-35 전투기 터키 수출 건을 무산시킬 때까지만 해도, 터키와 미국이 서로 협상을 통해서 갈등을 해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이는 결국 보기 좋게 틀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지금까지 터키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중동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터키를 대접해 왔다. 심지어 몇몇 사례에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보다 터키를 더 대접해 준 적이 있었다. 미국의 중요 우방에만 판매하는 F-35A 전투기는 아직 사우디아라비아가 도입하지 못하고, 이스라엘도 불과 24대에서 40대 정도 구입 계약을 맺었지만, 터키는 초반부터 개발과정에 참여시키고 100대 주문에 성공하였다. 터키가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일원으로, 미국을 대신해서 구소련과 아랍의 반미국가들을 상대한 보상이었다.

네덜란드 공군기지에 보관된 미국의 전술핵폭탄. 사진=fas.org


그런데 강력한 우방의 상징이었던 F-35A 100대 구매가 오히려 갈등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되었다. 2018년 8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러시아의 S-400 대공미사일을 도입한다는 이유로 터키에 F-35A 수출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하자, 터키가 이에 강하게 반발했고 터키와 미국의 관계는 이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터키와 미국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다. 가령 지난 2월에 터키 정부는 미국의 대형 로펌과 로비 계약을 체결하여 F-35A 전투기 판매 허가를 위한 로비 활동에 들어가기도 하고, 터키 국방장관이 S-400을 꼭 필요할 때에만 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제안을 모두 단호하게 거절하고, 이번에 터키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아르메니아인 학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국이 이렇게 터키의 협상을 거부하고 공개적으로 자존심을 건드린다고 해서 터키가 최강국 미국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터키는 COVID-19 팬데믹 이전에도 경제가 크게 후퇴한 데다, 관광 산업이 괴멸적인 타격을 입어 국력이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터키를 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은 터키의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있는 약 50발의 B-61 전술 핵폭탄이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NPG(Nuclear Planning Group)라는 조직으로 나토 산하 5개 국가에 미국의 핵폭탄을 배치하는 핵공유 체계를 만들었는데, 이 배치국가 중 하나가 터키다. 핵전쟁 시 터키 공군의 F-16은 미군이 관리하는 이 핵폭탄을 장착해서 미국 대신 핵 공격을 할 수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미들이스트온라인닷컴


하지만 이렇게 사이가 나빠졌으니, 이런 ‘핵공유’ 체제가 잘 돌아갈 리 없다. 그런데 무작정 핵무기를 빼자니 터키 국민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고, 그냥 놔두자니 미국으로서는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들이 대표단을 꾸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면담을 진행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현재까지도 미국은 터키와 화해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터키에서 핵무기를 빼내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아시아판 핵공유 그룹’을 원하는 우리나라의 사정이다. 지난 3월 미국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CCGA)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에게 나토의 NPG와 같은 아시아판 핵 공유그룹을 만들자는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미국으로서는 철수하지도 유지하지도 못하는 터키의 핵공유 상황을 경험하고 있으니, 아시아판 핵 공유그룹을 미국이 새로 허가해 줄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매우 희박해졌다.

유도 로켓에서 항공기용 유도폭탄을 사용할 수 있는 GLSDB 시스템. 사진=보잉 제공


그렇다면, 아시아판 핵공유 그룹 대신 북핵 대응을 할 방법은 있을까. 일단 단기적으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인정하고, 비핵무기로 핵무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춰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착실히 구축해온 강력한 북핵 대응 전력들을 내년 차기 정부 때에도 축소 없이 꾸준히 투자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대응을 한다면, 이는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길고 긴 협상이 필요한 아시아판 핵 공유 협정에서 유리한 협상 카드가 될 것이다.

이와 별개로, 미국과 한국이 서로 도움이 되는 창조적인 핵전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단 현재 논의되는 방법은 한국에 미국 전술핵 배치 대신, 전술핵이 배치된 미국에 우리 병사와 무기가 출장을 가서 전술핵 무기 운용을 연습하는 방안이다. 우리 군의 F-15K 전투기나 F-35 전투기가 미국 핵무기가 배치된 기지에서 핵무기를 장착하고 사용하는 훈련을 하면, 유사시 한국군이 미국 핵무기를 대신 사용하는 개념이다.

더 진취적인 접근을 하자면, 현재 전투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른 무기체계에도 사용할 수 있는지 연구해 볼 필요도 있다. B-61 전술 핵폭탄은 기본적으로 GPS로 유도되는 핵폭탄인데, 이 GPS 유도 부분은 우리 군이 운용 중인 JDAM 유도폭탄이나 SDB 유도폭탄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최근 미국 보잉(Boeing)사가 개발한 GLSDB 같은 신형 로켓 무기체계에는 전투기에 장착하는 SDB 유도폭탄을 그대로 장착할 수 있어, 유사시 B-61 전술 핵폭탄을 전투기처럼 장착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핵공유 협정을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은 한국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핵무장 방법이지만, 이렇게 터키의 사례처럼 문제가 있어 핵공유 협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다. 높은 목표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지금 우리의 능력과 조건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현실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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