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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저작권 분쟁에서 손해액은 어떻게 계산될까

저작권자 주장대로 손해액 산정되지 않는 경우 적잖아…손해액과 관련된 유효·적절한 사정 발굴이 중요

2021.04.05(Mon) 10:50:31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저작권 분쟁에서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저작권 침해와 손해액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손해액은 논리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입증된 이후 검토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손해액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저작권 침해도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청구 자체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다면 손해액도 따져 봐야 하는데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므로 손해액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저작권 분쟁에서 ‘차액설’이라는 법리에 따르면, 손해액 입증이 불가능에 가깝고 법원은 매우 보수적으로 손해액을 인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작권법은 손해액 산정 및 입증의 편의를 위해 아래와 같은 특칙을 두고 있다. 특허권법과 디자인법 등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다.

 

우선 침해자가 얻은 이익은 저작권자의 손해액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저작권자가 저작물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손해액의 기준이 된다(손해액 추정 제도, 제125조 제1항, 제2항).

 

저작권자는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저작물마다 1000만 원(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고의 침해 시 5000만 원) 이하의 범위 내에서 상당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법정손해배상 제도,  제125조의 2 제1항).

 

다만 법정손해배상 조항(제125조의 2)은 실손해 배상이 원칙인 우리나라 법제와 비교할 때 이질적인 면이 있어 실무상 그 적용이 주저되는 경향이 있다. 또 법원의 판단을 의미하는 상당한 손해액 조항(제126조)에 의해 손해액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나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재판에 드러난 모든 자료를 종합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나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재판에 드러난 모든 자료를 종합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상당한 손해액 인정, 제126조).

 

이러한 조항에 따라 저작권 분쟁에서 손해액 산정은 침해자가 얻은 이익 또는 저작권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손해액으로 주장하고 그것이 인정되지 않으면 법원의 재량 판단을 구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손해액 추정 조항은 침해자가 얻은 이익 또는 저작권자가 통상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침해자 또는 저작권자의 이익은 가상적인 금액에 불과하므로 이를 특정하기 어렵고 법원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돌아와요 충무항에(원곡)’의 표절곡임은 인정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액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2004가합4676).

 

① 원곡의 저작권자는 원곡을 발표한 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고, 대중에게 그리 알려지지 못했으며 음반 판매 등 실적이 거의 없었다. 

②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1975년 재일동포 모국방문의 시대적 상황과 조ㅇㅇ의 강한 호소력 등이 어우러져 유명해졌고, 그로 인해 묻혀 버릴 가능성이 컸단 원곡의 가사가 햇빛을 보게 됐다.

 

서울서부지법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돌아와요 충무항에(원곡)’의 표절곡임은 인정하면서도,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액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건물 전경. 사진=비즈한국 DB


간단히 말해 명곡 ‘돌아와요 부산항’에 대한 기여도는 원곡의 저작자보다 가수 조ㅇㅇ가 높으므로, 저작자가 요구한 대로(1억 7800만 원) 손해액을 높게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최종적으로 3000만 원 인정).

 

심지어 서울남부지법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춰 보면 저작권자가 저작물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손해액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2017나4904).

 

① 저작권자의 소설은 동성애 소설로 그 독자층이 동성애 성형을 가진 소수의 자에 국한된다.

② 저작권자는 자신의 소설을 출판사와 일반 서점을 통해 유통한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판매했으며, 현재까지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설을 게재해 놓아 홈페이지 회원들은 그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작권 분쟁에서 저작권자는 라이선스료를 제시하며 이에 기초해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대체로 법원은 그 라이선스료는 해당 라이선스에서만 유효한 금액일 뿐 ‘저작권자가 통상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는 볼 수 없다고 보고 저작권자 주장을 배척한다.

 

이러한 이유로 상당한 손해액 인정 조항(제126조)에 따라 손해액이 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법원이 재판에서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재량으로 손해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손해액 산정에서는 침해의 기간·태양·의도와 목적·영리성 등 다양한 사정이 고려되며, 이 과정에서 대리인(변호사)이 손해액과 관련된 유효·적절한 사정을 얼마나 발굴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저작권자가 저작물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법원이 손해액 자체를 부정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림의 복제물을 무단 전시한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500만~800만 원의 손해액을 인정했다. 

 

① 이 사건 원화는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에 의해 10억 원 이상의 작품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피고는 그 복제물을 음식점에 수년간 전시해 상업적으로 사용했다.

②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는 피카소 작품의 전시용 아트포스터에 대해 6개월간 전시료로 1작품 1포스터당 80만 원을 책정했는데, 이 사건 그림은 사본이 아니라 진본처럼 게시되고 있었으며 그 크기도 위 포스터보다는 훨씬 크다.

 

W 출판사는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를 출판해 3년간 백만 권 이상의 판매실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W 출판사는 중국 출판권자(북경)의 허락만 받고 중국 저작권자(선양원류)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

 

이에 중국 저작권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W 출판사 등에 대해 2억 원의 손해배상을 명했다. 아래 내용을 보면 W 출판사가 중국 출판권자(북경)의 확인을 구한 점이 그나마 손해액 감경의 사유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① 번역 서적 총매출액이 111억 3921만 7015원이고, 외국 서적의 국내 번역·출판 계약에 있어서 인세율은 일반적으로 7% 내외다.

② 번역 서적에 실린 이야기 중 23개의 이야기에 관한 저작재산권 침해가 인정되는데 그 중 본문에 해당하는 부분은 6개에 불과하고, 번역 서적 중 침해가 인정된 감상 부분이 이야기 본문과 비교해 볼 때 그 양과 질에 있어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아주 적다.

③ 번역 서적은 중문 서적을 주된 자료로 삼아 이를 번역한 후 제작·출판한 점, 피고가 북경출판사에 확인한 후 번역 서적을 출판한 점 등과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저작재산권 침해 경위와 정도, 침해기간, 피고의 이익, 이 사건 중문 서적의 창작성·주지성 정도 등 기타 제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실무에 따르면 손해액을 인정받는 데는 변호사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저작물의 유형에 따라 미술·음악·도서 등 내부 사정에 해박해야 하며, 사용료 등 감정·확인을 위해 사실조회를 하는 경우 적재적소의 기관을 선택하고 회신 결과를 미리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원래부터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해당 저작물의 팬이라면 이러한 과정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 그러나 딱히 관심이 없는데 사건을 배당받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 이러한 작업은 고역이다. 열심히 하거나 대충하는 경우 공수에 극단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게 저작권 소송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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