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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왜 '사무직 노조'를 만들었을까

SK하이닉스·LG전자 이어 현대차도 가세…기성 노동계 '반성과 우려' 목소리

2021.04.02(Fri) 14:44:24

[비즈한국]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사무직·연구직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관련 불만이 퍼지면서 별도로 노동조합(노조)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올해 초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LG전자에 이어 현대차까지 옮겨붙은 셈이다. 보상체계 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기존 생산직 중심의 노조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별도 노조 설립까지 논의되는 분위기다. 노동조합 안팎에서는 기존 운동 방식에 대한 반성과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사무직·연구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별도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이 생산직 근로자 위주로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현재 현대차 사무직·연구직 노조 설립을 위해 개설된 네이버 밴드에는 26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8년 차 이하 매니저급(사원·대리) 직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 사무직·연구직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LG전자, SK하이닉스 이어 현대차로…중심엔 'MZ세대‘

 

지난 2월 25일에는 LG전자 사무직 직원을 대표하는 노조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이 설립인가증을 받고 공식 출범했다. 생산직 중심의 ‘한국노총 금속노련 LG전자노조’와 서비스직 중심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LG전자지회’에 이은 LG전자 내 세 번째 노조다. 

 

노조 설립은 연초 대기업 중심으로 불거진 성과급 논란에서 시작됐다. LG전자 직원들은 동일업종 대비 낮은 연봉과 비공개인 성과급 기준에 문제의식을 느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서 모였다. 노조 가입자는 3000명을 넘어섰으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인원도 2일 기준 8000명이 넘는다. LG전자의 전체 사무직이 2만 5000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올해 초 결성된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커뮤니티에는 2일 기준 80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사진=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 결성 준비위원회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도 MZ세대가 중심이 돼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현장 근무자 중심인 전임직 노조가 기술 사무직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발단이 돼 2018년 설립됐다. 올해 초 보상 체계의 객관적인 기준 공개와 개선을 요구하며 대기업 성과급 논란의 선두에 서기도 했다. 

 

최근 대기업 사무직 중심의 노조 설립은 MZ세대가 중심이 되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모인다는 특징을 갖는다. ‘공정성’에 예민한 MZ세대가 회사의 주축이 되면서, 익명 커뮤니티를 경유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의 유준환 위원장도 30대로, LG전자 4년 차 연구원이다.

 

박현미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과급 논란에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명확한 기준과 공정성이다. 최근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이는 대기업 사무직 노동자들은 자사 내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사측과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이나 성과급 등을 결정하는 과정을 봤다. 그 결과에 대한 만족도 여부를 떠나 적어도 기준을 만들고 절차적인 공정성을 갖고 사측과 소통하면서 조율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본 것이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의 경우 논란이 된 후 사측과 노조가 협상을 해서 그 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그동안 이들은 조합에 가입하지는 않거나 못 했더라도 노조의 수단성, 도구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20대 노동조합 상근활동가 A 씨는 “노조는 모든 노동자가 필요하면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MZ세대 사이에서 노조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본다. 이전에는 노조할 권리를 제한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많았으나 어느 정도 해소됐고 사회문화적으로도 빨갱이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자신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노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특히 예전 사무직들은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무직들도 노조설립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도 변화 물결…느슨한 관계 중요성 부각

 

이들이 상급 단체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현대차 사무직들은 기존 노조인 민주노총이, LG전자·SK하이닉스 사무직들은 한국노총이 생산직 직원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별도 노조 설립 시 상급 단체를 결정하는 데 신중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대 노동조합 상근활동가 B 씨는 “최근 대기업 사무직 중심의 노조가 상급 단체 없이 결성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안팎에서 고민이 많다. 우리 세대는 특히 민주노총 또는 한국노총 소속이 되는 것에 ‘정치색이 씌워진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법체계 자체가 기업별 노조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서 노동조합을 상상할 때 기업 중심이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노조 활동을 하는 산별노조 체제로 가입하는 게 좀 더 사회 전반적인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현미 연구위원은 “(MZ세대는) 기존 노동조합운동,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이 있다. 물론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모두 합리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언론 등을 통해 악의적으로 혹은 편향적으로 접하게 된 정보에 근거한 측면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조, 노동(조합)운동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측면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드러낸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과급’이 노동조합 결성의 핵심 요인이었다는 점도 주요한 특징이다. 이재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성과주의의 역설’ 관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이 초과이윤을 달성했을 때, 노동자와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성과주의·능력주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 궁극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성과에 집착해 내부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 결국 기술·인재·서비스·장기적 비전 등 기업 전반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성과 역시 특정 부서나 직군으로 제한하기 어렵고 하청·협력업체 등 공동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화된 도구의 역할도 하지만 개별 기업 내 특정 노동자만을 위해 단기적 이익만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결과적으로 다른 이의 권리를 억압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노동조합이 변화된 세태를 반영하며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MZ세대는 노조를 대할 때도 끈적끈적하게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보다 익명 커뮤니티를 통한 느슨한 관계를 지향한다. 80년대의 노동조합은 그 자체가 전국적인 투쟁의 형태였지만 지금은 각각 사업장별로 개별화된 노사 관계가 형성돼 상황이 좀 다르다. 대기업 정규직도 회사를 영원한 둥지로 여기고 그 자체를 자신과 동일시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계급성을 인지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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