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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수수료 50% 너무해' 웹소설 작가들 단체행동 나섰다

권익위·문체부·공정위에 동시 민원 '수수료율 상한제' 등 요구…플랫폼 "독자 반응 따라 노출시간 결정"

2021.03.15(Mon) 17:03:45

[비즈한국] 플랫폼 기업의 높은 수수료에 문제를 제기한 웹소설 작가들이 급기야 단체행동에 나섰다. 작가들은 13일과 14일을 ‘작가 권익을 위한 행동일’로 자체 지정해 정부 관련 부처에 민원을 제기했다. 작가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와 트위터 등 SNS에서 민원 내용 가이드라인이 공유됐고, 이를 통해 작가들은 플랫폼이 ​최대 50%까지 이익을 가져가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을 멈춰달라는 주장이다.

 

국내 웹소설 플랫폼 선두 기업인 카카오페이지와 리디북스는 프로모션과 선인세 지급 등을 빌미로 웹소설 작가들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그러나 수수료율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한다. 작가들은 유료 플랫폼에 작품을 노출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작품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기에 플랫폼을 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 통상 유료 플랫폼에는 출판사와 계약이 된 작가들이 진입하는데, 출판사에 배분해야 하는 수익과 플랫폼 수수료를 떼면 작가에게 돌아오는 수익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시리즈는 프로모션에 따른 수수료 차등은 없지만 제대로 된 프로모션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웹소설 작가들이 주요 플랫폼 기업의 높은 수수료에 문제를 제기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진=관련 트위터 캡처

 

이러한 이유로 지난주 주말, 웹소설 작가들은 국가권익위원회(권익위)·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개인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12월 한 작가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3909명의 동의를 얻은 채 마무리됐는데, 이보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셈이다. 지난 2월 말 한 작가가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 30%가 과다하다고 주장하면서 작가들에게 걷는 수수료는 합당하냐”며 여론을 형성하자는 목소리를 내면서 불이 붙었다(관련기사 구글 30% 수수료 과하다는 국내 플랫폼, 웹소설 수수료 50% 받아). 출판사와 플랫폼에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익명으로 본인만 내용을 알 수 있는 민원 제기 방식이 채택됐다.

 

불만의 핵심은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민원을 제기한 작가 A 씨는 “플랫폼이 자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큰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민원을 넣게 됐다”며 “카카오페이지에서는 ‘기다리면 무료’가 핵심 프로모션으로 꼽히는데 수수료를 45%까지 요구한다. 그런데 론칭(출시) 다음 날 배너에서 작품이 사라지는 게 부지기수다. 웹소설은 회당 100원이 책정돼있다. 수수료는 센데 노출이 안 되니 독자가 읽지를 않아 매출이 나지않고 결국 작가 수익이 적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선인세 지급에 따라 일부 수수료가 조율된 경우가 있다. 선인세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별도의 수수료 조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을 작가가 선택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앞서의 A 씨는 “카카오는 선투자 개념으로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한다. 웹소설 론칭 전에 줘야 하는 게 맞지만 실상은 론칭 후에 주는 경우가 있다. 또 선인세를 안 받을 테니 수수료를 30%로 해달라고 하면 커다란 배너를 주는 ‘기다리면 무료’ 오리지널 프로모션을 주지 않는다. 실은 선택권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리디북스는 최상단 배너 프로모션인 ‘오늘, 리디의 발견(오리발)’ 등을 조건으로 수수료를 50%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작가들은 말한다. 사진=리디북스 홈페이지 캡처


리디북스는 최상단 배너 프로모션인 ‘오늘, 리디의 발견(오리발)’ 등을 조건으로 수수료를 50%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작가들은 전한다. 작가 B 씨는 “열 작품 이상 배너에 노출되게 하면서 모두 50% 수수료를 받는다. 옆으로 넘겨야 하는 구조여서 앞순위에 배치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작가들에 따르면 프로모션을 진행하더라도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작품이 노출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오늘(15일) 리디북스 오리발 프로모션의 앞순위는 신작이 아닌 검증된 구작들이 차지했다고 한다.​

 

네이버시리즈의 경우 프로모션에 따른 추가 수수료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상위 프로모션을 이용할 수 있는지, 어떤 작품이 배너에 오래 노출되는지 등 정보가 없어 ‘네이버에 간택 당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앞서의 B 씨는 “프로모션에 따른 수수료 차등이 없다는 점은 그나마 낫다. 다만 기본 수수료율만큼 제대로 프로모션이 안 된다는 지적은 맞다. 메인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작품이 한 화면에 똑같은 크기로 나열되기 때문에 도드라지는 효과가 작다. 거기서 살아남으라는 구조”라고 말했다.

 

높은 수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작가들의 주장이다. 플랫폼에 노출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작품을 알릴 기회가 현저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작가 C 씨는 “작가에게 떨어지는 수익이 절반에서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작가들은 월급이 나오지 않아 기본적으로 ​재정 상태가 ​불안정하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들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들어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는 ‘희망’에 목을 매게 되고, 결국 작가들이 플랫폼의 수수료 착취에 저항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웹소설 플랫폼 업계 강자 중 카카오페이지와 리디북스가 프로모션과 선인세 지급 등을 빌미로 웹소설 작가들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카카오페이지 캡처

 

작가들은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과 갑질 심화도 우려한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출판사에 잇달아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행보를 보인다. 작가 D 씨는 “자회사 작품을 밀어주는 점도 또 다른 문제다. 일반 출판사에 들어가면 높은 수수료를 내고도 광고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카카오페이지 자회사인 직계 출판사에서는 30% 수수료로 가장 좋은 배너를 받고 내보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수경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지회장은 “자회사 작품을 밀어주는 경우가 심할 때가 보여서 다른 출판사 작품과 적절하게 분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작가들은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A 씨는 “배달 앱 수수료가 논란이 됐을 때 경기도에서 자체 앱을 개발했던 것처럼 수수료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 30%도 애초에 높지 않나”고 반문했다. C 씨는 “수수료 상한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D 씨는 “일반도서처럼 35% 내외 수수료를 받는 체제가 정립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수경 지회장은 “수수료를 최대 30%까지만 받도록 정하는 등 대책 외에도 문체부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통해 작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들이 제기한 민원 처리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익명 제보나 신고된 내용은 7~14일 이내에 관할 사무소에서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 후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업체에 행정적인 처분을 가한다”고 했다. 문체부에 제기된 민원 처리 과정도 비슷하다. 권익위에 접수된 민원은 위원회나 조사관이 사실관계를 조사해 대부분 60일 이내에 처리된다.

 

앞서의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플랫폼의 역할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유저 반응에 따라 배너 작품이 빨리 바뀌다 보니 작품 노출 시간이 짧다고 느낄 수도 있다. 광고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이 노출되는 시간을 고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전에 출판사 등과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고, 어느 플랫폼이나 불만은 나올 수 있다. 플랫폼과 작가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상생해야 하는 생태계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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