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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발 '코로나 백신 간호사 접종'이 불가능한 진짜 이유

학교보건법 따르면 긴급 상황 시 간호사도 접종 가능…정부·의협 합의가 현실적 대안

2021.02.24(Wed) 15:54:52

[비즈한국] 간호사가 의사 지시 없이 코로나19 백신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임시로 허용하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을 계기로 ‘간호사 백신 접종권’ 논쟁에 불이 붙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중범죄자 의사면허 취소법’에 반발해 백신 접종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나온 얘기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이 지사가 주장한 방안이 실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간호사를 의사 보조인 정도로 규정한 데다 간호사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한 ‘간호사 단독법’도 번번이 무산돼왔다.

 

#이재명 지사가 주장한 의사진료독점 예외조치, 법적 근거는?


‘간호사 백신 접종권’ 논란에 불이 붙었다. 간호사가 의사 지시 없이 코로나19 백신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임시로 허용하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하면서다. 지난 10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건의한 ‘의사진료독점 예외조치’는 의사 파업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사 지시·감독 없이 간호사가 단독으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 지도 등이 있어야만 주사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감염병 백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현행법상 의사 진료 없이 간호사가 주사를 접종하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이 지사의 말이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코로나19가 1년 넘게 장기화하는 감염병 위기 상황인 데다, 백신만이 이 사태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겨져 왔다. 백신은 바이러스 전파력을 낮춰 일상생활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현재 백신 접종법과 관련한 간호사 교육이 실시된 상황.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안내문’을 통해 “상완의 삼각근에 근육주사한다. 이 부위에 접종이 불가능한 경우 허벅지의 외측광근에 접종할 수 있다”며 접종 술기를 설명해뒀다.

 

실제로 감염병 상황에서 간호사가 예방접종을 해도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 조항도 있다. 학교보건법 제14조의 2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학생 또는 교직원에게 감염병의 필수 또는 임시 예방접종을 할 때 학교 의사, 혹은 간호사 면허를 가진 보건 교사가 접종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때 보건 교사는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독립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 지도 등이 있어야만 주사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참가자들이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무엇보다 백신 접종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백신 접종을 지시해줄 의사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돼 25일 법제사법위원회로 간다. 일단 의사들은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범죄를 살인·강도·성폭행 등 강력범죄로 좁히자며 한발 물러섰다. 정성균 의협 기획이사는 “의사들도 국민에 피해가 가는 걸 원치 않는다. 다만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얼마나 파업에 참여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무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리라 예상한다”고 했다.


#간호사 ‘진료 보조자’ 지위로만 규정…사회적 논의 과연 가능할까

 

의사들의 백신 접종 보이콧 가능성이 현실화됐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지사가 주장한 방안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찍힌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간호사를 ‘진료의 보조자’ 정도로 보고 있는데 과연 간호사 역할을 키우자는 논의가 가능할지조차 미지수이기 때문.

 

먼저 의사의 진료와 접종 후 이상반응 확인 및 처치를 간호사가 할 수 있게 할지에 대한 문제다. 정부가 공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진표’를 보면 환자가 △임신 중인지 △오늘 아픈 곳이 있는지 △최근 14일 이내 백신을 접종받은 적이 있는지 △혈액응고장애를 앓고 있는지 등 문진표를 적어야 한다. 이후 의사가 문진과 진찰을 통해 예방접종 가능·연기·금기 등을 정하고 그 이유를 작성하게끔 돼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전 예진 매뉴얼을 주고 간호사가 별도의 지시 없이 접종한 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소수의 의사가 처치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다만 문진의 어려움 여부를 떠나 간호사에 역할이 부여되는 데 부정적일 수 있다.​ 실제로 “그래도 진단은 의사 몫”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아나필락시스가 와서 30분 만에 사망할 수도 있는 의료행위를 경미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도 나왔다. 아나필락시스는 급작스럽게 전신에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 접종 군에서는 100만 명당 11.1명, 모더나 접종 군에서는 100만 명당 2.4명의 비율로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났다.

 

문진의 어려움 여부를 떠나 간호사에 역할이 배정되는 데 부정적일 수 있다. 백신 접종 모의 훈련에서 참가자가 문진표를 작성하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간호인력에 대한 독자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자는 간호사단독법은 매번 무산돼왔다. 현장에서는 의사가 해야 하는 처방 대행·시술·기록지 작성 등을 암암리에 하는 경우가 많으니 간호사 업무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한 간호법을 따로 만들자는 이야기는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직역 간 다툼으로 제정되지 않았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의료법에는 간호사 업무범위가 규정돼 있지 않다. 진료 보조가 뭔지도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네팔을 포함한 90여 나라에 간호법이 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행법상 백신 접종을 지도해줄 의사 인력이 부재해져도 의사진료독점 예외조치를 두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간호사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 적정한지를 두고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온 상황에서, 백신 문진 및 접종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는 정부로서도 부담스럽다. 지난해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면서 불법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PA(의사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주목받았지만, 의료계에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현직 PA 간호사는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기록지 작성 등은 여전히 하고 있다. 전공의가 많이 없는 과에서는 간호사가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물론 한시적인 예외 조치가 시행되어도 임상적 판단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간호사가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이상반응이 나타나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되면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피해 환자는 의료기관 및 의료진을 상대로도 소송을 걸 수 있다. 이미 간호사가 현장에서 보조적인 역할만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원은 의료법상 의사에 지도·감독 의무가 있다고 해서 의사에 모든 책임을 묻지 않는다. 다만 간호사가 문진부터 접종까지를 담당하면 책임 소지가 높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때문에 의협과 정부가 합의에 이르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의 정성균 의협 기획이사는 “의료계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다만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료법 개정은 사회적으로 논의할 사항이다. 의사들이 백신접종 거부로 시민들 협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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