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김범석 의장에 사택 제공한 쿠팡, 임차료 납입 여부 "말할 수 없다"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전용 30평형에 쿠팡이 전세권 설정, 김 의장은 주소지 등록

2021.02.17(Wed) 13:03:22

[비즈한국]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쿠팡이 지난해 서울 송파구 본사 건물 인근 아파트를 임차해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회사로부터 1434만 1229달러(약 158억 원) 상당의 보상을 받은 김 의장이 회사가 마련한 주택으로 전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은 쿠팡 모회사의 수익적 소유자로 쿠팡이 사택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업무와 관련 없는 지출’이 될 수 있다.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쿠팡 대표이사를 지내던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전용면적 112.25㎡(33.95평) 규모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아파트 한 세대로 전입했다. 주상복합 형태인 이 아파트는 2013년 6월 지하 4층~지상 39층 규모 2개동(288세대)으로 조성됐다. 쿠팡 본사 건물 ‘타워730’과는 직선거리로 400여 미터 떨어졌다. 쿠팡은 지난해 2월 21일 김 의장이 전입한 이 아파트에 1년간 존속하는 전세권을 설정했다. 김 의장은 쿠팡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이 아파트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뒀다. 현재 실거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쿠팡이 전세권 설정 계약에 명시한 전세금은 1억 원이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 매매와 전세 실거래가가 각각 최대 15억 9000만 원(2019년 12월), 10억 8000만 원(2018년 11월)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 해당 금액은 월세 보증금으로 추정된다. 통상 법인이 사택 제공 등을 목적으로 주택 월세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는 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전세권을 설정해 반환을 담보한다. 개인과 달리 전입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에 신고된 월세 실거래는 2018년 1월 보증금 1억 원, 차임 340만 원으로 이뤄졌다.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쿠팡 외국인 직원들이 이 아파트에 많이 들어와 있다. 중개한 매물에 입주한 직원은 모두 외국인이었고 아직까지 한국인 직원을 본 적은 없다. 전세금 1억 원의 전세권을 설정한 것은 월세 보증금을 보호할 목적으로 보이는데, 임대물이 귀하다 보니 해당 평형 월세는 현재 400만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의장이 쿠팡 측에 임차료를 지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쿠팡은 전세권을 기반으로 집주인 동의 없이 부동산을 제삼자에게 유상 임대(전전세)할 수 있다. 쿠팡은 외국인 직원에게 사택을 제공하는 복지 제도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아파트가 복지 차원으로 김 의장에게 무상 제공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상 아무 말씀을 드릴 수 없는 점 양해를 부탁한다”고만 말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제공


다만 쿠팡이 김 의장에게 사택을 무상 제공했다면 관련 임차료를 ‘업무와 관련 없는 비용’으로 처리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법인의 주주(소액주주 제외)나 출연자인 임원이 사용하는 사택의 사용·유지·관리 비용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비용’으로 회계 처리 시 손금에 산입해선 안된다. 법인이 자산이나 용역을 무상 또는 시가보다 낮은 임대료로 제공해 손금으로 회계 처리하면, 관세당국이 법인 소득에 대한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부당행위)으로 보고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다시 산정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쿠팡 상장 서류에 따르면 김 의장은 쿠팡 지분 100%를 소유한 미국 법인 ‘쿠팡엘엘씨(Coupang, LLC)’의 ‘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다. 김 의장이 지난해 쿠팡 모회사 주주이자 쿠팡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관련 규제가 검토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세청 법인세과 관계자는 “법인세법상 주주에게 제공하는 사택 관련 비용은 손금에서 부인하게끔 돼 있다. 해당 주주가 법인의 주식을 직접 소유하지 않을 경우 이 조항을 직접 적용할 수 있는지는 추가로 판단해야겠지만, 검토할 여지는 있을 것 같다. 법인이 주주에게 사택을 제공했더라도 해당 주주가 법인에 임차료를 지불했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이 특수관계인에게 사택을 무상이나 시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제공해 비용 처리하면 세무 당국은 이를 부당행위 및 부당행위계산으로 보고 법인세 과세표준을 재구성해 과세한다. 사택이 특수관계인에게 무상 제공됐다면 회사는 법인세 신고 문제와 상여 또는 기타소득 지급에 따른 원천징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대료 상당을 지급받은 특수관계인은 상여나 기타소득 발생에 따른 소득세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엘엘씨는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하는 쿠팡 주식은 일반인이 거래할 수 있는 ‘클래스A 보통주’와 김 의장이 전량을 보유하는 ‘클래스B 보통주’로 구성된다. 클래스B는 클래스A에 비해 주당 29배 의결권을 갖고, 양도·증여하면 클래스A로 환원된다. 주식 수량과 공모 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쿠팡엘엘씨는 상장 전 ‘쿠팡아이엔씨(INC)’로 전환해 이르면 3월 상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엘엘씨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류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19억 6733만 달러(약 13조 2538억 원)로 전년 62억 7326만 달러(약 6조 9501억 원​)보다 약 90.7% 늘었다. 영업적자는 5억 2773만 달러(약 5844억 원)으로 전년 7130억 4947만 달러(7130억 원) 대비 1억 1610만 달러(1285억 원) 줄었다. 영업적자에 따른 순손실은 4억 7489만 달러(약 5258억 원)를 기록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연봉 88만 6635달러(약 9억 8212만 원)와 주식 형태 상여금 등 총 1434만 1229달러(약 158억 8577만 원) 상당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핫클릭]

·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 예타 면제 목소리 커지는 까닭
· 우리나라가 임신부·65세 고령층 백신 접종을 보류한 까닭
· 매출 '제로' 하나에스엠지에 본사 부행장급들 옮겨간 까닭
· 배달의민족 '크리스마스 먹통 사태' 보상에 뒷말 여전한 까닭
· 쿠팡 인건비 6454억 미스터리 '외국인 임원 vs 쿠팡맨'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