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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민사판결 최신 동향

민사상 불법행위라면 재판 구제도 가능…법원이 불공정거래행위 판단하는 사례 증가해야

2021.01.11(Mon) 10:43:15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불공정거래행위는 일반인에게 낯설다. 법조인들도 평소 공정거래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불공정거래행위가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쩐지 불공정거래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관할이 전속돼 있어서 재판 등 사법절차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 같기도 하다.

 

그러나 불공정거래행위는 공정위 등 행정관청의 직권에 의해서만 판단되는 개념이 아니다. 사안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의 개념에 포섭된다면 재판에서 구제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흔한 사례는 아니나, 유능한 변호사가 헌법 위반을 주장해 민사법정에 소송을 제기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는 뉴스가 종종 나오는 경우와 같다.

 

여기서는 공정위 의결 없이 법원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인정해 손해배상을 명한 사례를 살펴본다. 보수적인 재판 절차에서 생소한 개념인 불공정거래행위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집념과 변호사의 노력이 돋보이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가맹계약 갱신 거절이 불법행위로 판단된 사건이다. 피고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고, 원고는 12년간 한 지역에서 가맹점을 운영했던 점주다.

 

피고는 원고가 간장치킨 조리 시 조리용 붓을 사용하지 않고 분무기를 사용한 사실을 발견했다. 피고는 이를 조리 매뉴얼을 위반이라고 하면서 시정요구를 했다. 그러나 원고는 조리 매뉴얼 중 정확히 어느 부분을 위반했는지 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요구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2차 시정요구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맹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사안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의 개념에 포섭된다면 재판에서 구제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사건은 점주에게 가맹사업법상 보장된 10년의 계약 기간이 지난 사안이다. 따라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피고가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하더라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됐다. 그런데 대법원은 가맹사업법상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도 가맹본부의 갱신 거절이 신의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2019다389495).

 

즉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가맹본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했다.

 

“피고의 조리 매뉴얼은 간장소스를 붓을 이용해 바른다고 명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원고가 분부기를 사용한 것은 조리 매뉴얼을 고의로 어긴 행위가 아니고 나름 조리 방법을 개선하기 위하여 한 행위에 불과하다. 원고는 한 지역에서 12년간 영업을 해오고 있었으므로 피고의 갱신 거절로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는 가맹계약이 갱신되더라도 손해를 입을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판결은 현재 프랜차이즈산업이 점점 확대되고 있고 전반적으로 가맹본부가 갑의 지위에 있어서 점주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배경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례는 대리운전 고객정보 프로그램의 운영자가 대리운전 기사에게 고객정보를 차단한 점이 불법행위로 판단된 사건이다. 

 

원고들은 대구지역 대리운전 기사이고, 피고는 대구지역에서 배차프로그램(앱)을 운영하는 대리운전업체들의 연합체이다. 원고들은 경쟁 프로그램인 D 드라이버에 가입해 대리운전 영업을 했고, 그러자 피고는 원고들에 대해 고객정보를 차단했다.

 

이에 원고들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고는 원고들이 타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자사의 운송 차량을 이용하는 점은 부당이득이 되므로 이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리운전 고객정보 프로그램의 운영자가 대리운전 기사에게 고객정보를 차단한 행위를 법원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심각한 영업상 장애가 초래된다는 등의 이유다.


그러나 대구지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2017가단53436, 대구지법 2019나301256에서 항소기각). 

 

“(1) 고객정보는 대리운전 영업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피고의 대구지역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하므로, 피고의 고객정보 차단으로 원고들에게 심각한 영업상 장애가 초래된다. (2) 피고의 행위는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한 행위이며, (3) 피고는 타사 콜업무 수행 여부를 확인해 운송 차량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한편 민사소송은 금전적으로 구제를 받는 절차이므로 손해액의 산정, 즉 돈 계산이 중요하다. 위 사건에서 대구지법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원고들의 영업손실액을 계산했다.

 

“대구지역 대리운전 평균요금은 1만 2000원이며 1일 평균 운행 횟수는 8.3회다. 그러나 통상 대리운전 기사들이 여러 프로그램으로 콜 정보를 입수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의 고객정보 차단으로 원고들은 1일 평균 6회 정도 대리운전영업을 할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대리운전 1회당 콜 수수료 3700원을 공제하면 일일 손해액은 4만 9800원[(12,000-3,700)*6]이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 여부가 판단되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증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필자가 꼭 변호사여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불공정거래행위는 본질적으로 사법상 거래를 판단하는 개념이어서 국가가 개입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러한 규제의 공백을 법원이 메워줄 필요가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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