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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치료제는 누구의 것인가

제약사들 앞다퉈 상표·특허 출원…"공적자금 투입, 공유해야" vs "민간이 연구개발 주도"

2021.01.05(Tue) 13:40:06

[비즈한국] 새해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에서는 개발 완료에 앞서​ 지식재산권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임상3상 승인을 받기도 전에 상표권을 출원하는가 하면 기술 특허를 출원한 곳도 여럿이다. 아직 임상에 들어가지 않은 기업이 코로나19 관련 기술 특허를 먼저 출원하기도 한다. 업계의 통상적인 움직임이지만, 코로나19 의약품 관련 지식재산을 공유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임상 완료 전부터 상표·기술 특허 출원

 

특허청 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에 따르면 지난 12월 23일 대웅제약은 ‘코비윈’ ‘코비블록’ ‘코비스태트’ ‘코로엔드’ ‘코비제로’ ‘코비컷’ ‘코비윈’ 등 상표를 05류(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용 약제, 백신제, 의약품 등 18개 상품)에 대해 출원했다. 모두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상표 후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치료제 관련 상표가 맞다. 허가신청 전 신속한 상표 확보를 위해 주요 상표 후보명을 출원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15개 기업 중 코로나19 관련 상표 출원은 대웅제약이 처음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대웅제약은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 임상1상을 진행 중이고,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레이트)에 대해선 임상3상을 4일 승인받았다. 지난 12월 23일 임상2상 중간결과를 발표한 대웅제약은 호이스타정의 임상2상 결과가 나오면 조건부 허가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새해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도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개발 완료에 앞서 제약업계에서는 지식재산권을 먼저 소유하려는 흐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기술 특허 출원도 잇따른다. 동화약품은 천식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쥐꼬리망초에서 유래한 신약후보물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을 예방, 치료 또는 개선할 수 있다는 특허를 지난 8월 출원해 10월 등록됐다. 그에 앞서 부광약품은 자사가 개발한 B형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는 특허를 8월 등록했다. 동화약품과 부광약품 모두 해당 치료제에 대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의 대웅제약 관계자도 “니클로사마이드의 경우 관련 기술의 특허출원이 돼 있고 이후에도 추가 출원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임상에 돌입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기술 특허를 등록한 곳이 있다. 자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이오벤처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9월과 11월 코로나19 예방·치료와 관련된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12월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신테카바이오가 공동으로 소유하던 특허를 신테카바이오가 단독 소유하게 됐다. 기존 약이나 약물이 코로나19 확진자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을 택한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은 의약품 특허 중에서도 기존 의약품이나 화합물을 이용해 새로운 치료 용도를 찾았다는 ‘용도 특허’를 출원할 수 있다.

 

물론 상표와 특허 출원 및 등록이 임상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경쟁사보다 등록이 늦었다가 원하는 상표를 못 쓰게 될 수도 있고, 기술이 도용당하거나 침해받을 수 있다. 상표권 존속기간은 등록일로부터 10년이고 갱신이 가능하다. 특허권은 20년 보장된다. 이 기간 다른 제약사는 제네릭(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 또 개발 성공 시 상표와 기술 판매가 하나의 수익 창구가 될 수 있다. 의약품 임상 과정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바이오벤처가 기술수출을 염두에 두는 배경이기도 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사 기술 및 제품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다만 상표·기술 판매 이익을 얻으려는 경우도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1조 원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워낙 민감하다 보니 특허를 등록하고 임상에 들어가려는 기업도 나오는 듯하다”고 했다.

 

#각국서 백신·치료제 지식재산권 둘러싼 ‘갑론을박

 

기업의 통상적인 움직임이라 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정부 공적 자금이 투입된 만큼 제약사가 특허권을 내려놓고 기술을 비롯한 지식재산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9월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을 통해 임상 비용 940억 원을 셀트리온과 대웅제약 등 민간제약사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에 투입되는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27조 4000억 원이다. 자금을 지원받지 않았더라도 의료진과 환자, 코로나19 확진자 및 일반 국민이 팬데믹(범유행) 상황에서 모두 희생한 만큼 지식재산권 독점보다는 공유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료진과 환자, 코로나19 확진자 및 일반 국민이 팬데믹(범유행) 상황에서 모두 희생한 만큼 지식재산권 독점 보호보다는 공유가 옳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물음을 두고 세계 각국에서도 토론이 활발하다. 2020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지식재산을 공유하는 협력체 C-TAP(COVID-19 technology access pool·코로나19 기술 접근 풀)을 만들었지만 참여가 저조했다. 최근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가들이 중·저소득 국가들이 ‘코로나 예방·억제·치료를 위한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의 특정 조항 유예안’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안한 배경이다. 그러나 12월 열린 WTO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이 반대하면서 올해 초 다시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상표, 특허 등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인 트립스 협정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특정 조항의 시행과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라는 게 중·저소득 국가들의 주장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16일 “코로나19 의약품 및 기술은 특허 및 기타 지식재산이 부과되지 않는 공공재여야 한다”며 유예안을 지지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적잖다. 토마스 쿠에니 국제제약협회(IFPMA) 사무총장은 지난달 10일 “공적 자금 지원은 주로 위험을 줄이고 생산 일정을 당기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연구 개발은 여전히 민간 부문의 과학자들이 주도했다. 또 지식재산 보호를 뺏기면 향후 투자를 받아 연구를 이어나가기도 힘들다”며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백신 3종을 생산하는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25년간 15억 6000만 달러(약 1조 6950억 원)가 소요된다. 개발도상국이 아닌 기존 시설에서 생산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허 보호 해체는 백신 접근을 확대하거나 글로벌 제조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야 하는 점만은 분명하다. 김선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연구개발 선두에 있던 이들이 다른 기관 및 시설들과 지식재산·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기술이전과 생산확대를 미리 준비했다면, 생산·공급량은 지금보다 훨씬 확대될 수 있었을 거다. 연구개발 지원 국제기구가 지원의 대가로 C-TAP을 통한 지식재산과 노하우의 공유라는 단서를 붙였더라면 어땠을까”라고 되물었다.

 

김 연구원은 “제약사들이 ​정말 ​이윤을 추구하지 않겠다면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C-TAP과 같은 기구를 통해 지식재산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 및 기타 의료기술이 원활히 연구개발·생산되고 있는지, 보편적으로 공평하게 배분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지식재산이 그것을 가로막는 장벽은 아닌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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