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알쓸비법] 기업 M&A가 성사되기 위한 3가지 관문

지배 관계 형성-경쟁 제한성-정당화 사유 순…대한항공·아시아나 'LCC 시장'이 관건 될 듯

2020.12.28(Mon) 10:57:34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은 기업이다. 이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오가는 거래 단위당 돈의 액수가 다른 어떤 시장보다 많다는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대금은 약 10조 3000억 원이었고,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대금은 약 9조 원이었다.

 

과거에는 M&A 또는 그 기법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M&A를 △경영권 탈취를 위협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거나 △회사 재산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회사 부실을 초래하고 △경영권 분쟁을 야기해 주가를 조작하려는 시도로 봤다. 이러한 우려는 적대적 M&A 사례에서 지금도 유효하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구미 선진국에서도 위와 같은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서부터 기업 사냥꾼(Corporate Raider)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1990년 제작된 ‘귀여운 여인’이라는 영화는 피도 눈물도 없는 M&A 전문가가 여주인공을 만나 변화한다는 게 기본 줄거리이다.

 

실제로 M&A가 완료되면 피인수 기업은 대부분 자산 매각·인력 해고와 같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다. 인수 기업의 임직원은 마치 점령군과 같이 피인수 기업의 경영을 장악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따라서 실적이 부진한 기업과 부서가 M&A를 두려워하는 점은 당연하다. 

 

과거에는 M&A 또는 그 기법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과거보다 M&A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은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그러나 과거보다 M&A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은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시장 상황의 급변으로 퇴출이 불가피한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파산해 소멸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인수돼 사업을 유지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수자가 있다는 것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A의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신규 시장 진출 △규모의 경제 달성 △시장지배력 확보 △사업 다각화 등과 같은 경영 전략적·영업적 이유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규제 회피와 조세 절감 등을 위해서도 M&A를 시도한다. 

 

그런데 M&A가 어떠한 동기에서 실시되든지 간에 M&A로 사업자의 수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M&A는 시장의 구조를 독과점 시장으로 전환하거나 특정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관할하는 기업결합 규제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기업결합 신고가 있으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개시된다. 기업결합 심사는 ①지배 관계 형성 ②관련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성 ③정당화 사유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지배 관계 형성’ 단계에서는, 신고된 기업결합으로 당사회사 간 지배 관계가 형성되는지 여부를 심사한다. 회사의 합병과 영업의 주요 부분 양수의 경우 그 행위만으로 지배 관계 형성이 명확하므로, 지배 관계 형성이 문제 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성’ 단계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를 심사한다. 이는 기업결합 심사의 핵심적인 절차다. 

 

관련 시장이 좁게 획정되면 기업결합으로 인한 점유율 증대가 도드라지므로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관련 시장이 넓게 획정되면 점유율 증대가 상대적으로 미미해지므로 경쟁 제한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관련 시장의 획정이 기업결합 성패를 좌우하는데, 관련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시장획정이 간명하게 이루어진 사례로는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주식인수 건이 있다. 대법원은 삼익악기 및 영창악기의 기업결합으로 국내 양대 피아노 생산·판매업체는 사실상 독점화된다고 봤다. 소비자는 제품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생산자는 가격 인상을 통한 이윤증대의 가능성이 커지므로,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6두6659), 이처럼 삼익악기와 영창악기가 결합할 경우 국내 피아노 생산·판매 시장이 독점화될 것이라는 점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2014년 5월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기자회견에 최세훈, 이석우 전 공동대표가 합병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그러나 많은 사건에서 관련 시장의 획정이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으며 특히 첨단기술시장의 사건의 경우에는 참고할만한 선례조차 찾기 어렵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①다음-카카오 기업결합 건에서 ‘다음쇼핑하우’와 ‘카카오 선물하기’가, ②블리자드-킹 기업결합 건에서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③텐센트-슈퍼셀 기업결합 건에서 모바일 게임을 연동하는 ‘위챗(메신저)’과 ‘클래쉬 로열(모바일 게임)’이 하나의 관련 시장인지가 쟁점이었다. 

 

사업자들은 각각의 상품(서비스)은 모두 하나의 관련 시장을 구성하므로 해당 기업결합으로 인한 점유율 증가 수치는 미미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합리적 대체 가능성’ 또는 ‘수요의 교차탄력성’의 기준으로 사업자들 주장의 타당성을 판단한다.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면 기업결합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사업자가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 효과보다 더 높거나,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결합임을 입증한다면 기업결합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의 구조에서 보듯이, 사업자가 이러한 정당화 사유의 입증에 성공해 기업결합을 승인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기업결합 심사 절차에서 사업자는 관련 시장을 최대한 넓혀 점유율 증가 수치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대형항공사 시장과 LCC 시장을 합칠 것인지 나눌 것인지에 따라 기업결합의 승인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러한 개념요소를 염두에 둔다면 언론 보도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되는 M&A 건의 진행 상황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점유율 합산은 37.5%(국내선), 42.2%(국제선)이다. 그러나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LCC를 더하면 점유율 합산은 48.9%, 66.5%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대형항공사 시장과 LCC 시장을 합칠 것인지 나눌 것인지에 따라 기업결합의 승인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결합이 승인될 예정이라면 대형항공사 시장과 LCC 시장의 차별성·대체 불가능성 등의 내용이 집중적으로 보도될 것이고(즉 별개의 시장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취지), 이를 통해 어떤 사람들은 미리 승인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겠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쓸비법] 공정위 임의조사는 왜 '미란다 원칙'이 통하지 않을까
· [알쓸비법] 능력 있는 영업사원이 왜 담합의 결정적 증거가 될까
· [알쓸비법] 대형마트·백화점 횡포 잡는 대규모유통업법은 어떻게 적용될까
· [알쓸비법]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어떻게 볼 것인가
· [알쓸비법] 하도급 대금 지급 지체될 때 시나리오 별 법원의 판단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