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구글이 수수료를 30% 받겠다고 하니까 플랫폼 기업들이 엄청 반발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플랫폼 기업들에게 많게는 50%까지 수수료를 요구받는 작가 입장에선 솔직히 어이가 없죠.”
웹소설 작가 A 씨가 툭 내뱉은 말에는 뼈가 있었다.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등 국내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웹소설 작가들에게 프로모션을 이유로 최대 45~50%에 달하는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것. 구글은 내년 10월부터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자체 결제 시스템인 인앱 결제를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수수료로 최대 30%를 가져간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에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들도 앱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을 정산 받아야 해 작가 몫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구글 이전에 웹소설 작가와 플랫폼 사이의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 45~50% 가져가도 거절할 수 없는 이유
과연 웹소설 작가의 수익 구조가 어떻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 웹소설 작가들은 작품을 출간 혹은 연재한다고 해서 그 수익을 모두 가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유료 플랫폼은 출판 계약이 된 작가들만 진입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작가들은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다. 작가와 출판사의 수익 배분율은 작가·작품별로 천차만별. 보통 6:4, 7:3의 비율이 일반적이다. 출판사는 다시 콘텐츠 플랫폼과 계약을 맺는다. 이때 플랫폼은 30~50%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만약 웹소설 매출이 1000만 원 발생했다면, 플랫폼이 먼저 300만 원을 수수료로 떼어가고 남은 700만 원을 출판사가 작가가 나눈다. 70%가 작가에게 간다고 해도 490만 원 정도다. 즉, 아무리 계약 조건이 좋아도 작가에게 돌아가는 돈은 매출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작가들은 플랫폼이 요구하는 수수료율이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빌미는 프로모션, 즉 광고다. 주로 상단 배너에 작품을 노출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독자들이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해주는 프로모션인데, 업계에 따르면 계약 시 이러한 프로모션이 포함되면 카카오페이지는 매출의 45%, 리디북스는 50% 수수료를 요구한다. 그러나 작가들이 비용 대비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유튜버 ‘웹소설작가 K’는 자신의 방송에서 “리디북스에는 ‘오늘, 리디의 발견’이라는 최상단 배너 프로모션이 있다. 이 프로모션은 보통 출간 당일 저녁 6시 이후 노출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 시간을 확답받지 못한다. 오전 11시에 걸려서 3~4시간 만에 배너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2~24시간 이후 독자들에게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은 말 그대로 발행 후 시간이 지나면 콘텐츠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작가에게 배분되는 수익이 아예 없다. 다만 작품에 따라 다음 편을 기다리지 못하는 일부 구매 건에 대한 매출만 발생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독자를 붙들어 놓는 효과적인 프로모션이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위해 작품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작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본인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알릴 몇 안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선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않으면 배너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이러한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3년 차 웹소설 작가인 김효진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부지회장은 “프로모션 심사가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 심사 기준은 모른다. 통과되지 않은 이유나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플랫폼에서 실시하는 웹소설 단행본의 ‘재정가 이벤트’도 작가들에겐 기회이면서 한편으론 부담이다. 출간 후 18개월이 지나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간행물의 정가를 낮추는 것인데, 김효진 부지회장은 “플랫폼에서 할인율이 높은 작품을 상단에 게재해주겠다는 식으로 제안을 한다. 그런데 ‘최대 90% 할인 가능’이라는 점 외 다른 정보는 알려주지 않는다. 작가가 정가를 대폭 낮춰 내놓아도 아주 하단에 배치된다든지 작품 노출이 거의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작가들의 간절함을 무기로 모든 정보를 독점한다는 게 작가들의 공통된 고충이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지만 일부 스타 작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웹소설 작가들은 대부분 ‘겸업’을 택한다. 웹소설 작가의 연 평균 수입은 1227만 원에 불과하다. 출판사에서 작가에 선인세를 주기도 하는데, 선인세가 다 제해질 때까지는 출판사의 수익배분비율을 더 높이겠다고 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전해진다. 물론 선인세를 지급하지 않는 출판사가 태반이다.
#공정위 플랫폼 ‘갑질’ 손본다…작가의 자발적 참여 반론도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는 웹소설 작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네 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최대 30%까지만 받도록 정하고, 웹소설 불법 복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또 독자들이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로 열람하는 경우 수익이 아예 책정되지 않는데, 이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도서재정가 이벤트 시 일정 비율 이상의 할인율은 플랫폼이 부담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부도 이와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을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 올리고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마련한 제정안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입점업체와의 계약서에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하는지 △상품·서비스 노출 기준은 어떠한지 △수수료가 검색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등 14가지 필수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온라인 플랫폼의 거래상 지위 남용을 억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인 콘텐츠를 플랫폼에 팔아서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공급했다면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계약을 맺어 플랫폼은 ‘장’만 제공을 하고 작가나 출판사가 공급하는 식이었다면 법 적용 대상이다”고 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전자상거래법과 부당한 표시 광고법 규제를 받긴 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법의 경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하는 법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의 거래를 정면으로 다루는 법이 아니고, 표기광고법도 광고 규제여서 비껴가는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포털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등을 제재한 바 있다. 일반적인 거래관행과 어긋나거나 수수료 산정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공정거래법 등 일반법에 따른 규제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작가가 ‘갑’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플랫폼기업 관계자는 “사실 작가가 광고비를 더 낼 테니 자발적으로 배너에 노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아니냐. 플랫폼 기업들이 돈을 더 받지 않고 임의로 작품을 선택해서 노출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일 듯하다”며 “만약 프로모션이 손해라면 참여하는 작가도 없을 테고 플랫폼 업체들도 수수료를 오히려 낮출 거다. 또 적정한 수수료가 어느 정도인지는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르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밝혔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작가별로 계약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요율은 확인이 어렵다. 다만 기다리면 무료를 하는 작품에 대해선, 플랫폼 측면에서 프로모션, 마케팅, 홍보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작품이 성공적으로 론칭될 수 있도록 돕는다. 기다리면 무료 작품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별도로 받는 건 아니고, 이러한 부분들까지 다 합쳐서 협의해 수수료를 받는 것”이라며 “프로모션 기준을 특별히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자사의 노하우 및 지적재산에 해당할 수 있어 공개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한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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