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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조선 궁궐 생활의 모든 것, 국립고궁박물관

왕의 초상화 '어진'부터 과학기술 '자격루'까지 왕실 관련 유물 상설전시

2020.12.01(Tue) 12:13:59

[비즈한국] 고궁박물관은 경복궁의 광화문과 홍화문 사이, 예전 국립중앙박물관 건물에 있다. 아담한 크기에 ‘이거 보고 나서 경복궁 보면 되겠네’ 하고 생각했다가는 다리에 쥐 나기 십상. 2층부터 지하 1층에 이르기까지 총 7개의 전시실에 있는 유물의 숫자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따로 날을 잡고, 사전에 ‘대표선수’에 대한 정보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사전 예약과 현장 신청을 병행하고 있는데, 크게 유명한 박물관이 아닌 탓인지 관람 신청 인원이 거의 없어 충분한 거리를 두고 관람할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7개의 전시실에서 조선의 국왕, 궁궐 등 왕실 문화에 대한 전시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어진에서 용장식까지, 조선 국왕 살펴보기

 

전시의 시작은 ‘조선의 국왕’이다. 이곳의 대표 유물은 화려한 색상의 어진과 닫집, 일월오봉도 등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태조어진’. 파란색 곤룡포를 입은 백발의 태조가 무장다운 당당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아쉽게도 조선 국왕들의 어진은 태조 어진을 포함해서 몇 점 남지 않았다. 지속되는 전란에 모두 불타버린 것이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정부가 피난을 갔던 부산에서 임시로 문화재를 보관한 창고에 큰불이 났는데, 이때 상당수 어진들도 재가 되어버렸단다. 

 

닫집이란 원래 ‘존귀한 분을 보호하고 위엄을 높이기 위해 건물 안에 지은 작은 집’이다. 그러니까 건물 안에 닫집, 그 안에 옥좌, 그 위에 임금님, 이런 순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국왕이 앉은 옥좌 뒤로는 늘 ‘일월오봉도’를 그린 병풍(그러니까 ‘일월오봉병’)을 쳐 놓았단다.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봉우리 그림. 이는 왕의 위엄을 상징하고 왕실의 위엄을 높이는 뜻이었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왕을 그릴 필요가 있을 때는 지엄한 왕의 모습 대신 일월오봉도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왕의 초상화인 어진 뒤에도 반드시 일월오봉병을 둘렀다고.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봉우리를 그린 ‘일월오봉도’. 왕의 위엄을 상징하고 왕실의 위엄을 높이는 뜻이었다. 그래서 국왕이 앉은 옥좌 뒤로는 늘 ‘일월오봉도’를 그린 병풍을 쳐 놓았단다. 사진=구완회 제공

 

전시는 ‘조선의 궁궐’로 이어진다. 이곳을 대표하는 유물은 용이다. 조선 국왕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그래서 임금님의 얼굴을 ‘용안’, 옷을 ‘곤룡포’라 하지 않았던가. 먼저 보이는 것은 궁궐의 정전이나 편전에 있는 어좌 위 천정을 장식했던 ‘어좌 용무늬 보개장식’이다.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사이에 두고 구름 속에서 서로 희롱하는 모습이다. 궁궐에 갈 때마다 멀리서 희미하게만 보여 아쉬웠는데, 이렇게 가까이 보니 반갑다. 

 

또 하나의 용은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서 나왔다는 청동용이다. 화재를 막기 위해 경회루에 청동으로 만든 용 두 마리를 넣었다는 옛 기록이 있었는데, 지난 1997년 경회루 보수 공사 중에 연못에서 이 용을 발견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경회루 연못의 용도, 근정전의 드므도 붉은 색 종이에 써 넣은 ‘수(水)자 부적’도 거듭되는 궁궐의 화재를 막지는 못했다. 

 

궁궐의 정전이나 편전에 있는 어좌 위 천정을 장식했던 ‘어좌 용무늬 보개장식’.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사이에 두고 구름 속에서 서로 희롱하는 모습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화려한 어차도 보고, 자격루 종소리도 듣고

 

2층의 마지작 전시실인 ‘왕실의 생활’에선 왕과 왕비의 화려한 옷과 장신구들이 눈길을 끈다. 왕이 평소에 입던 곤룡포는 단순함 속에 위엄을, 왕비의 예복인 적의(翟衣)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적의’의 ‘적’은 ‘꿩 적’ 자. 그래서 옷의 파란 바탕에는 수십 마리의 꿩이 화려하게 수놓아 있다. 계단을 따라 1층 전시실로 내려가면 널찍한 로비에 화려한 클래식카들이 자리 잡았다. 100여 년 전, 대한제국의 황제와 황후가 타고 다니던 어차들이다.

 

이 중 순종의 어차는 미국의 GM사가 만든 캐딜락 리무진으로 나무로 만든 마차 모양의 초기 자동차란다. 그 옆에 있는 순정황후의 어차는 영국의 다임러사가 제작한 리무진인데, 현재 전 세계에 3대만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다. 어차 옆 ‘대한제국실’에서는 겨우 10년 동안만 존재했던 대한제국 황실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다. 

 

왕비의 예복인 적의(翟衣)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적의’의 ‘적’은 ‘꿩 적’ 자. 그래서 옷의 파란 바탕에는 수십 마리의 꿩이 화려하게 수놓아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순종의 어차. 미국의 GM사가 만든 캐딜락 리무진으로 나무로 만든 마차 모양의 초기 자동차다. 사진=구완회 제공

 

지하 1층에는 ‘궁중서화’와 ‘왕실의례’, ‘과학문화’ 전시실이 이어진다. 이곳의 압권은 실물 크기로 복원된 자격루다. 작은 집채만 한 자격루는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자격루가 이렇게 커지게 된 이유는 단순히 물시계만이 아니라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멀리 아라비아에서 전래되었다는 자동시보장치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크고 작은 3개의 항아리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흘려 보낸 물이 나무기둥을 밀어 올리면 쇠구슬이 구르고, 다시 이것이 인형을 움직여 시간을 알리고 종을 치게 만드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간단한 것 같지만 당시로는 첨단 기술이었다. 정시가 되면 인형이 북을 치는 모습도 볼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시간을 맞춰보도록 하자. 

 

실물 크기로 복원된 자격루. 물시계만이 아니라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까지 갖췄다. 정시가 되면 인형이 북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국립고궁박물관 

△위치: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2

△문의: 02-3701-7500

△이용시간: 10:00~18:00, 1월1일, 명절 당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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