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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3년 만에 나가라니" 롯데마트 대구 칠성점 폐점 둘러싼 갈등

임대상인들 "폐점 두 달 전 통보, 보상안 미흡" 롯데마트 "긴박하게 결정, 간극 좁히기 위해 적극 협상"

2020.11.20(Fri) 12:27:53

[비즈한국] ​롯데마트가 ​실적 악화에 따라 일부 매장을 폐점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효율이 낮은 매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매장 내 점포를 임대한 상인들은 롯데마트가 폐점 사실을 뒤늦게 알리고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현장] ‘대형마트가 떠날 때’ 폐업 앞둔 롯데마트 구로점 풍경)

 

이달 말 폐점이 예정된 롯데마트 구로점 외관. 폐점을 앞두고 점포 정리 중이다. 사진=김보현 기자

 

롯데쇼핑은 올해 초 예고한 대로 실적 악화에 따른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120개 매장(백화점 5개, 마트 16개, 슈퍼 74개, 롭스 25개)을 폐점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100여 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실적이 이러한 결정의 배경이다. 롯데쇼핑의 올 3·4분기 누적 매출액은 12조 228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645억 원으로 57%나 줄었다.

 

#폐점 두 달 전에야 ‘문 닫는다’ 통보 

 

올 연말 폐점이 예정된 대구 롯데마트 칠성점 매장 곳곳에는 마트의 조치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롯데마트 칠성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 아무개 씨는 “올해 5월까지만 해도 폐점 관련 소문에 대해 롯데마트 측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위에서 폐점 관련 논의를 이미 시작했을 시기인데도 우리에게는 전혀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10월이 되어서야 매장 직원들과 입점 사장들을 모아놓고 12월 31일 폐점이 결정됐다고 통보했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는 3년 전 롯데마트 칠성점에 입점했다. 정 씨가 롯데마트와 맺은 계약은 ‘특약매입(수수료)’ 형태다. 양도·양수를 통해 음식점을 시작하면서 권리금과 시설비로만 6000만 원이 좀 안 되는 비용이 들었다. 

 

그런데 올해 5월부터 마트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 씨가 시청을 찾아가 담당 공무원에 확인해보니 마트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사업 계획이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얘기해도 점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부지는 2032년까지 계약돼 있다”고 부인했다. 정 씨를 비롯한 입점 상인들은 불안해도 점장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대구 롯데마트 칠성점 수수료 매장 곳곳에 붙은 현수막. 수수료 매장 상인들은 두 달 전에 폐점 사실을 통보한 롯데마트 측에 반발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본사 방문 등으로 항의하고 있다. 사진=정 씨 제공

 

하지만 정 씨가 확인한 내용은 사실이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부동산 시행사 ‘시너지’가 49층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안이 5월 말 이미 제출됐고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으면 연말 사업승인이 날 예정이었다. 롯데마트는 직원들과 입점 상인들에게 10월이 돼서야 폐점 사실을 통보했다. 

 

롯데마트 측은 이후 정 씨와 네 번의 미팅을 거치며 (타 롯데마트로의) 이전을 권했다. ‘이전을 도와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계약은 12월 31일에 만료되니 보상은 해줄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이전 비용을 보전해주냐고 물어도 “알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다섯 번째 미팅에서야 롯데마트는 보상안을 제시했다. 2년 감가상각(1년에 20%씩 차감), 한 달 치 영업손실 명목의 수수료(정 씨의 경우 수수료는 한 달 매출의 19%)였다. 정 씨는 동의할 수 없었다. 다른 수수료 매장들과 함께 매장 앞에 현수막을 붙이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억울한 사연을 올리거나 본사에 찾아가기도 했지만 쉽게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초 다운사이징에 대한 전략을 발표했고, 리스트가 변경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최종 확정되는 시점에 매장에 알리다 보니 2~3개월 전에 전달된 경우가 많았다. 대구 칠성점도 긴박하게 영업 종료가 결정된 사례였다. 향후에는 좀 더 미리 알릴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폐점 줄줄이 예고…롯데마트 “마트 3사 동일한 조건”

 

입점 업체마다 마트와의 계약 형태나 조건이 달라 공동협상에 나서지 못하는 점도 상인들에게 불리하다. 정 씨는 “롯데마트 칠성점은 개점한 지 3년밖에 안 됐다. 마트가 문 닫을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고지받지 못했을뿐더러 상상도 못 했다.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밖에 나가서 장사를 하려면 적어도 내가 입점하면서 들인 비용 정도는 롯데마트가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수료를 내는 매장 사장님들하고는 상황이 공유되지만 임대 업체 사장님들은 어떤지, 또 다른 비슷한 상황의 폐점 매장 사장님들은 어떤지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입점 상인들은 롯데마트가 제시한 보상안이 가게 이전에 필요한 비용이나 입점 시 들인 비용에 턱없이 모자라다고 주장한다. 반면 롯데마트 측은 보상안은 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동일하므로 다른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역사회가 나섰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10월 30일 “롯데마트의 일방적 폐업 통보는 문제가 있으며 점주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갑) 또한 지난 국정감사에서 “대구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마 전 롯데마트에 입점한 한 사장님이 울면서 전화했다. 입점한 사장님들은 보증금 3000만~5000만 원과 월세를 내거나, 20% 정도의 수수료를 내는 식으로 롯데마트와 계약했다. 이들이 길거리에 나 앉지 않도록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관련 부처에서 롯데마트 폐점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 홍보팀 관계자는 “입점 사장님마다 계약 형태가 다르다 보니 임대업체들과 1 대 1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임대업체의 요구와 회사 측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온도 차가 있지만 간극을 좁히기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트 허문 자리엔 부동산 개발

 

롯데마트 칠성점은 2017년 12월 15일 개점 후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 back,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 뒤 재임대)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부동산 시행사 ‘시너지’가 대구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대지면적 9695㎡에 오피스텔 46가구, 아파트 460가구 등 지하 4층 지상 4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8월 말 교통영향평가가 조건부 수정 의결되는 등 순탄하게 진행 중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이미 개점 당시 칠성점 부지를 팔아서 수백억 원 이상의 돈을 챙기고 보증금(38억 원)에 매년 임대료(33억 23000만 원)를 지불하고 있다. 매장을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폐점을 결정하기 쉬운 조건이다. 대형마트들이 올해 폐점 매장을 결정하면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 마트가 위치한 부지의 상업적 가치는 대체로 높은 편이니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폐점 매장 부지 가운데 여러 곳에서 부동산 개발이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 매물을 부동산개발업자가 사들여 개발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던 유통업체가 직접 부동산을 사들여 개발하는 식이다. 이달 말 폐점이 예정된 롯데마트 구로점 사례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 구로점 부지는 당초 대림코퍼레이션 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철거 후 오피스텔 또는 지식산업센터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롯데쇼핑이 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직접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10월 말 인수가 2000억 원을 잔금까지 모두 치르고 등기 이전을 마무리했다. 마트 철거 뒤 오피스텔 또는 지식산업센터로 재개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된다.

 

대형마트의 폐점이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정 씨 같은 사례는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 씨는 “소상공인 대출을 받고 코로나19 위기까지 겪으며 장사를 해왔다. 폐점을 하면 대출을 일시 상환해야 하고 직원에게도 알려야 하는데, 마트 측은 그냥 폐점 통보만 하고 끝이다. 지역사회에서 대형마트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 있을 텐데 부지를 사서 직접 부동산 임대업을 한다거나 팔고 떠난다는 뉴스를 보면 속이 답답하다. 앞으로도 피해자가 많이 나올 텐데, 대기업의 일방적인 폐점 통보에 따라야만 하는지…. 이기지 못할 걸 알면서도 계속 싸우는 이유다”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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