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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매너' 중국 게임, 불매 운동만이 답일까

'샤이닝 니키' 한복 원조 논란에 분노 여론 폭발…국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장치 마련 시급

2020.11.09(Mon) 10:46:31

[비즈한국] “중국산 게임을 하는 인간들이 문제지, 정신차려!” “안 하면 되지, 욕하면서 불매 운동은 왜 안해?”

 

여심을 제대로 저격한 패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 니키’가 동북공정 논란 끝에 무책임한 국내 서비스 중단을 결정하면서 분노가 폭발한 유저들의 반응이다.

 

이번 사태는 게임 역사상 역대급 사례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며, 해당 게임사의 행태는 거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게임의 국적을 떠나 뛰어난 콘텐츠를 즐기고 싶을 뿐인 이용자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시선이 바람직할까. 심지어 샤이닝 니키 이용자들 일부는 스스로 참회에 가까운 자책까지 하고 있다.

 

게임 팬이 아니라면 ‘안하면 되지’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그 게임이 취향에 맞는 게이머에게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게이머들의 잘못이 아니란 얘기다. 외산 게임사들의 비매너 근절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욕구 절제를 요구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 니키’가 동북공정 논란 후 한국 시장 서비스중단을 발표,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사진=페이퍼게임즈 제공

  

#역대급 비매너, 하지만 불매운동은 순진한 발상

 

샤이닝 니키를 서비스하는 페이퍼게임즈는 게임 내 한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두고 “중국의 전통 의상 ‘한푸’이므로 중국 의상이라 표기해야 한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일부 중국 유저들의 도 넘는 시비에 결국 해당 의상을 삭제했다. 나아가 이에 반발하는 한국 유저들과 언론을 향해 “중국에 대한 모욕에 분노스럽다”며 한국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샤이닝 니키 게임 이용자들은 물론 이 게임을 모르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적반하장’이라며 분노 여론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환불 조치 등 마무리는 하고 떠난다지만, 돈만 돌려준다고 다가 아니다. 그동안 미션을 완료해가며 한 벌, 한 벌 의상을 모으고 설레는 맘으로 니키에게 입혀보며 애정을 쏟아온 유저들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즐겁게 하던 게임을 강제로 못하게 되는 고통은 어디서 보상 받아야 하나.

 

한복이 연상되는 이 의상을 두고 일부 중국 유저들이 중국의 ‘한푸’라 주장하며 동북공정 논란을 일으켰다. 게임사는 이 의상을 삭제한 데 이어 한국 유저들과 언론이 “중국을 모욕했다”며 한국 서비스 중단을 발표해 ‘적반하장’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진=페이퍼게임즈 제공

 

하지만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 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 안 되는 순진한 발상이다. 과거 중국의 IT 제품들은 그저 가격만 저렴하고 조악한 품질로 인식되었지만 점차 가성비를 무기로 입지를 넓혀왔고, 이제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 그 자체로 글로벌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게임 역시 당장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인기 게임 순위만 봐도 상당수 중국 게임들이 상위권에 진을 치고 있다.

 

게임뿐 아니라 통신장비, 드론,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급성장한 중국 제품들은 한국과 미국 기술에 대한 ‘카피캣’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지금 글로벌 상위 자리에 와 있고 우리는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저들에게 큰 상처를 준 샤이닝 니키는 결국 12월 초 서비스를 중단하고 한국을 떠난다 쳐도, 앞으로도 경쟁력 뛰어난 중국산 게임들이 계속 쏟아질 텐데 언제까지 이를 계속 외면할 수 있을까.

 

그 제품 외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체재들이 널려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소비자가 애국심이나 공익을 이유로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샤이닝 니키만 해도 현재 게임 시장 메이저인 남성 이용자 타깃 게임들에 비해 그 수가 매우 적은 여성향 게임 중 독보적인 퀄리티를 자랑하는 패션 스타일링 게임이다.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풍성한 콘텐츠에 ‘심쿵’한 3D 그래픽과 음악, 그리고 카페나 길거리에서도 내가 코디한 예쁜 옷을 입은 니키를 부를 수 있는 증강현실(AR) 기능까지, 탄탄한 완성도의 패션 코디 재미에 어쩔 수 없이 빠져든 게임 이용자들을 무조건 비난만 할 순 없다. 

 

‘샤이닝 니키’의 증강현실(AR) 기능. 내가 코디한 의상을 입은 니키를 카페나 길거리 등 어디서든 부를 수 있다. 보시다시피 게임 자체는 매우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게 사실. 죄 없는 이용자를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강현주 칼럼니스트 제공

 

#높은 기술력-구시대적 인식 부조화, 제 2의 ‘샤이닝 니키’ 얼마든지

 

매너 없는 해외 업체들을 혼내 주기 위한 대가를 죄 없는 이용자들의 욕구 절제로 치러야 되는 게 맞을까? 불매운동에 동참 않는 소비자를 비난하는 관점은 특히 이들 게임사들의 이른바 ‘배짱 서비스’ 근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큰 도움 안 된다.

 

냉정하게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을 잃더라도 자국 시장에 굳건히 충성하는 편이 최선이다. 현실적으로 한국보다 중국이 규모면에서 압도적으로 더 우세한데다, 자칫 중국 정부에 밉보이기라도 하면 존폐를 위협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이 진행했던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완성 직전 중국 정부가 막아 순식간에 무산, 세계를 경악케 한 사례가 있었다. 당초 중국 정부는 IPO 진행을 허락했고 이에 앤트그룹은 절차를 밟았지만, 최종 승인을 해주지 않아 결국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증거금들을 전액 돌려줘야 했다. 중국 정부는 핀테크가 아직 위험성이 있다는 공식 이유를 내세웠지만 앞서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 정부의 금융 정책을 비판하는 등 갈등을 빚은 게 진짜 이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0억 이용자의 알리페이를 보유한 ‘중국의 아마존’ 알리바바도 군기를 잡으며 한 방에 타격 입히는 나라, 중국은 그런 나라다.

 

하물며 일개 게임사로서는 자국에 밉보이느니 거센 비난을 감당하더라도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게 훨씬 더 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들을 철저히 통제하려는 성향과, 자국콘텐츠는 물론 남의 나라 콘텐츠까지 자문화 중심으로 검열하려 드는 강성 중화사상에 물든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이 바뀌기를 기다리기엔 기약이 없다.

 

즉, 중국 기업들의 크게 성장한 기술력에 비해, 구시대적 사상에 젖어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글로벌 시민 의식과의 간극이 빠른 시일 내 메워지지 않는 한 제 2, 제 3의 샤이닝 니키 사태는 얼마든지 또 나올 수 있다. 

 

역사적인 초대형 IPO를 눈앞에 두고 정부에 의해 무산된 알리바바의 앤트그룹. 중국의 아마존 알리바바의 글로벌 경쟁력은 곧 자국 경쟁력일텐데, 그보다는 철저히 길들이는 게 우선이라니… 사진=앤트그룹 제공

 

#현실 직시 필요, 부당한 대우 원천 불가한 시스템 시급

 

그럼 그럴 때마다 “애초에 중국 게임을 왜 했냐”며 대책 없이 애꿎은 소비자들을 원망할 건가. 이 보다는 근본적으로 해외 기업과 국내 고객 간 정당한 거래 관계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 체계 확립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소비자의 ‘밀당’에 의존할 일이 아니다. 일부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에 와서 아무리 ‘막장 운영’을 하려 해도 시스템적으로 원천 불가능해 소비자들은 부당한 대우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똑똑하고 정교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헌 국회의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성명문은 반길만한 내용이다. 국내 진출 해외 게임사의 ‘막장 운영’에 국내 게이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막아주는 국내 대리인 제도 등의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성명이다. 기본적으로 제도라는 것은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경우, 도움은커녕 해당 시장에 대한 매력도를 낮추는 장벽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명확하되 정교한 제도여야 소용이 있다. 그만큼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이번 샤이닝 니키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듯, 중국 제품들의 놀랍게 성장한 기술력과 그에 비해 도무지 따라주지 않는 황당한 글로벌 매너, 이 부조화는 앞으로도 계속 업계와 소비자들의 골머리를 썩일 조짐이다.

 

기본적인 에티켓도 안 지키는 ‘안하무인 맛집’이라 해도 꾸준히 장사가 되듯, 양질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은 어쩔 수 없다. 이 현실을 직시하고, 불매운동 강조보다는 시스템 마련을 촉구해 한국 소비자를 대놓고 차별하는 수준 낮은 행태 근절에 나서야할 때다. 소비자 권익 시스템이 없는 시장에서는 결국 안하무인 맛집 같은 게임들에 소비자들이 끌려 다니며 당할 수밖에 없다.​ 

강현주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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