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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트업 여성 현실 바꿔 모임 해산하는 게 목표" 김지영 스여일삶 대표

'왜 여성 창업가는 없지' 질문에서 출발…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입

2020.11.06(Fri) 11:45:10

[비즈한국] 한 일간지에서 만든 ‘창업 유형 테스트’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한때 화제였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카카오 김범수 대표, 쏘카 이재웅 대표 등 쟁쟁한 창업가들이 결과 목록에 올랐다. 그런데….

 

“왜 8명의 창업가 목록에 여성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한 명뿐일까?”

 

김지영 스여일삶(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대표(32)는 좀 다른 관점의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덧붙였다. “8명의 창업가가 있다면 적어도 절반은 여성이어야 한다. 통계로나 체감으로나 여성 창업가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 지난 20~30년간 많은 여성 기업가 협회나 단체가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같은 조직이 새롭게 생긴다는 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는 거다.”

 

김지영 스여일삶 대표는 “통계로나 체감으로나 전체 창업가 중에 여성은 10%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같은 조직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지영 대표 제공

 

스여일삶(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은 2017년 11월 페이스북 그룹으로 시작해 현재 4900여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이사 준비로 한창인 ‘스페이스 살림’ 근처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김 대표를 인터뷰한 11월 3일은 커뮤니티 설립 3주년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업이 되기까지…회사 안팎의 ​언니들​ 늘리기

 

Q. 이름을 듣고 책 ‘82년생 김지영’이 떠올랐다. 

 

‘82년생 김지영’, 그 책은 나에게 좀 더 특별하다. 처음엔 어떤 얘기일지 너무 뻔해서 읽지 않으려고 했다. 주변에서 하도 추천해서 읽었는데, ‘역시나’ 생각한 전개 그대로더라.

 

Q. 페이스북 커뮤니티 멤버 5000명 도달을 앞두고 있다. 커뮤니티 그룹을 처음 만들 때 어떤 마음이었나.

 

처음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람을 모을 땐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로 생각했다. 그때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워낙 젊은 조직이라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지 물어볼 엄두가 안 났다. 일만 해도 모자란 시간에 개인적인 고민이 더해지니까 여러가지로 힘들었다. 

 

원래 기존에 있던 스타트업 커뮤니티 운영진으로 1년 동안 활동했다. 나와 비슷한 연차나 직급의 실무자에는 여성이 많았지만 대표나 투자자, 멘토 중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초기창업자 등의 선발 및 투자, 전문보육을 주된 업무로 함)를 오래한 커뮤니티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묻자 되레 ‘그동안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열린 스여일삶 컨퍼런스. 스여일삶은 코로나19 전까지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했다. 사진=김지영 대표 제공

 

그래서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스타트업에 일하는 여성들을 모아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 막상 모으고 보니 다 비슷했다. 회사 전체에서 혼자 여성이거나, 팀 안에서 혼자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 다들 ‘이래서 여자는 안 돼’, ‘역시 여자는 체력이 부족해’라는 말을 들을까 봐 무리해서 일한 다음 번아웃이 오는 과정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조금씩 늘었다. 페이스북 그룹은 페이지와 달리 광고를 할 수 없어서 본인이 직접 검색하거나, 누가 초대를 해주는 등 적극적인 참여로만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천천히 꾸준히 참여자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Q. 처음 진행한 모임은 무엇인가.

 

첫 오프라인 모임으로 ‘점심 모임’을 기획했다. 스타트업계 행사 대부분은 평일 저녁에 이뤄진다. 기혼이거나 아이를 키우면 자연스럽게 못 간다. 네트워크로부터 소외되기도 하지만 정보에서 배제되는 부분도 크다. 그래서 여유 있게 점심을 먹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 점심모임을 진행했다. 참여자가 많아지면서 마케터, 개발자 등 직종별 모임, 게임 핀테크 등 업종별 모임으로도 분리했다. 이렇게 생긴 연결고리가 추후에 컨퍼런스, 세미나, 워크숍 형태의 큰 행사로 만들어졌다. 

 

형태가 어떻든 결국 고민을 나누고 위로받는 과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또한 ‘육아휴직 제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대표 혹은 윗사람에게 물어보고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일을 혼자 끙끙댔다. 이럴 때 회사 안팎의 언니들이 ‘​얘기해도 돼’ ​하고 툭툭 조언해주거나 ‘​나도 그랬어. 이런 방법도 있어’​ 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게 필요하다는 걸 이젠 안다. 

 

Q.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일이 본업이 된 계기는.

 

2018년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정된 게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페이스북은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전 세계 커뮤니티 리더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커뮤니티를 선정해 교육 기회와 활동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당시 스여일삶은 국내에서 유일한 참가자였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정된 건 스여일삶에도, 김지영 대표 본인에게도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사진=김지영 대표 제공

 

지원하면서도 합격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스여일삶은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멤버 1000여 명의 작은 그룹이었다. 하지만 면접과 최종합격의 과정에서, 그리고 전 세계의 크고 작은 그룹 리더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나부터 많은 것이 변했다. 교육 과정에서 만난 리더의 70%가 여성이었고, 우리와 성격이 유사한 그룹도 많았다. 그 후 회사를 정리하고 스여일삶 커뮤니티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Q. 지금까지 페이스북 그룹을 메인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계를 느끼진 않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전망을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개인 프로필에 새로운 글이 예전만큼 안 올라오니까 페이스북이 자구책으로 커뮤니티 그룹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그룹 활동을 통해 페이스북을 액티브하게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실제 멤버들의 ‘가입 경로’를 살펴보면 ‘그룹 활동을 위해서 부계정을 만들었어요’, ‘페이스북에 새로 가입했어요’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다. 업계 분위기도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나 창업자, 투자자 가운데는 본인의 개인 브랜딩 공간으로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을 팔로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비율이 아직 높기 때문에 특별히 한계를 느끼진 않는다. 

 

#앞으로 10년, 목표는 ‘커뮤니티 해산’


스여일삶은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에 관심 있는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 사진=김지영 대표 제공

 

Q. 여성 대상 커뮤니티는 폐쇄적인 경우가 많은데 스여일삶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스여일삶은 처음부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에 관심 있는 누구든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대학생, 남성, 대기업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스타트업 여성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는 것, 그게 우리의 과제다. 

 

여성 이슈를 포함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군’을 많이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약적으로 모여 메시지를 내는 전략과 누구든 아군으로 포섭해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는 전략 중 후자를 택한 것이다. 

 

현재 남성 멤버가 7% 정도다. 남성이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거나 운영진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도 여성 동료의 고민을 궁금해한다. 다만 여성들의 일에는 삶이 맞닿아 있는 게 많아서 물어보기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외부 조직에서라도 이야기를 듣고 이해한 뒤 돌아가서 제도에 반영한다면 긍정적인 변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 

 

오프라인에서 쌓아놓은 걸 온라인으로 다시 쌓아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하지만 우리 그룹은 원래 온라인 기반이기 때문에 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세미나나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운동 등 인증모임을 새롭게 시도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서울 각지에 있는 공간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위워크에 사무실을 뒀는데, 곧 대방동에 위치한 스페이스 살림으로 옮긴다. 서울여성재단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라 금액이 저렴하다. 

 

Q. 조직 형태의 변화에 대한 고민은 없나.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지금은 대표인 나와 운영진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임장 역할을 하는 오거나이저, 인터뷰나 편집을 담당하는 에디터, 그리고 조커 세 축이다. 

 

단체를 등록하면 행정적으로 귀찮은 일이 많아진다. 또 지금보다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한다는 단점이 있다. 스여일삶 멤버 중에는 초기 단계의 창업자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아서 지금과 같은 커뮤니티 성격이 맞다고 본다. 가장 접근이 쉽고 부담 없는 형태로 열어놓는 걸 지향하고 있다. 

 

Q. 스여일삶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스여일삶은 필요를 다해서 없어져야 한다. ‘여자가 창업하는 게 뭐 어때?’, ‘여자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뭐 어때?’라는 질문이 자연스러워지면 우리도 해산을 하겠지. 앞으로 10년은 어려울 것 같다 (웃음). 

 

개인적인 목표로는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 건강하게 준비하고 출산해서 육아하고, 동시에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 또한 스타트업 선배로, 언니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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