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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백스주' 내부 감사 돌입, 식약처가 풀어야 할 의혹들

외국서 임상 실패한 약을 국내서 허가해준 드문 사례…치료 기회 확대 반론도 존재

2020.11.05(Thu) 17:31:46

[비즈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삼성제약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와 관련된 내부 감사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리아백스주의 조건부 허가가 부적절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후 나온 후속 조치다. 당시 허가에 관여했던 식약처 공무원이 허가 전 삼성제약 모회사인 젬백스앤카엘(젬백스)로 자리를 옮긴 점이 드러나면서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의 특혜 의혹도 불거진 상황. ‘국산 21호 신약’ 리아백스주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영국 임상3상 실패 약 허가한 이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삼성제약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와 관련된 내부 감사에 돌입했다. ‘국산 21호 신약’ 리아백스주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충북 오송에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연합뉴스

 

리아백스주(코드명 GV1001)는 2014년 9월 15일 젬백스가 식약처로부터 국내 개발신약으로 시판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다. 2008년 젬백스 자회사로 설립된 카엘젬백스가 GV1001(펩타이드 항암백신)을 갖고 있던 노르웨이 항암백신 전문 회사 젬백스AS를 인수하면서 젬백스가 이 기술을 손에 넣게 됐다. 이후 2014년 10월 젬백스는 카엘젬백스를 흡수합병했다. 젬백스가 허가권을 갖고 있던 리아백스주는 2015년 4월 29일 자진 취하됐다가 ​리아백스주에 대한 개발권과 판권을 넘겨받은 계열사인 삼성제약이 당일 시판허가를 받았다. 그러다 2020년 8월 삼성제약이 임상3상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허가가 취소됐다.

 

리아백스주는 허가 당시부터 주목도가 높았다. 젬백스는 물론 정부와 언론에서는 ‘세계 최초 췌장암 백신’이라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4년 식약처 보도자료를 보면 식약처는 “리아백스주는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기존 항암치료와는 달리 암세포가 파괴되도록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키는 신개념 항암 치료제”라며 환자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맞춤형 제품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대를 모을 정도로 효과가 있는 약이었는지, 허가를 받을 만한 수준의 약이었는지를 두고 뒤늦게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가 주력해 해명해야 하는 점이기도 하다. 리아백스주는 과거 영국에서 실시한 임상3상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되지 못해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영국 임상3상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1062명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기존 췌장암 치료제를 단독 투여한 군과 리아백스주를 함께 투여한 군의 생존 기간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혈중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환자가 14.8개월의 생존율로 차이를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추후 임상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시판 허가됐다. 이를 두고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팀장은 “외국에서 임상이 실패한 약을 국내 허가해준 약은 리아백스주를 제외하고는 최근 20년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개발이 어려운 특성 탓에 췌장암 치료제 신약이 자주 나오지 않는다. 환자들의 치료 폭을 넓혀주려는 취지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진단시약 무허가 약 허가, 특혜일까 환자 위한 걸까

 

리아백스주(사진)가 기대를 모을 정도로 효과가 있는 약이었는지, 허가를 받을 만한 수준의 약이었는지를 두고 뒤늦게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약학정보원


그렇다 할지라도 허가를 둘러싼 궁금증은 여전하다. 리아백스주는 혈청 이오탁신 농도가 81.02pg/ml(밀리리터당피코그램)을 초과하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받았는데 이 이오탁신 검사가 허가된 검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리아백스주는 약을 투약할 환자를 가리기 위해 이오탁신 진단검사를 요구하는데, 젬백스와 삼성제약은 이오탁신 진단시약에 대한 임상시험 및 허가를 거치지 않았다. 췌장암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지표인지 또 민감도와 특이도는 어떠한지 등 진단학적 가치가 규명되지 않은 셈이다. (관련기사 [단독]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 진단시약 무허가 논란)

 

다시 말해 실패한 영국 임상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 이오탁신 농도 81.02pg/ml를 초과하는 환자 ‘16명’에게서 효과가 나타났고, 이 결과를 참고해 식약처는 허가를 내줬다. 이 연구를 당시 식약처는 ‘치료적 탐색시험’이라 칭했다.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선 박인근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오탁신 바이오마커를 후향적으로 분석해서 줬다고 해서 특혜가 있을 수 있겠다고 봤다”며 “이오탁신이 바이오마커라고 주장하려면 조건이 필요한데, 이오탁신과 리아백스주 간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리아백스주 허가당시 진단시약 허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었으며, 임상시험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진단 장비 및 시약을 사용해 품목 허가 신청 단계에서 이오탁신 농도 측정방법의 타당성을 확인한 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조건부 허가를 받을 당시 이오탁신 검사는 체외진단용이 아닌 연구용으로 승인된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악성도가 높아 사망률이 다른 암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췌장암의 특성을 고려하여 식약처가 조건부 승인을 해준 것으로 안다”며 “당시 식약처의 지시대로 이오탁신 검사를 공신력 있는 검사기관 한 곳을 지정하여 모든 환자의 이오탁신 검사를 단일 기관에서 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정도 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2019년 8월 리아백스주의 임상3상 중간분석 결과는 ‘무용성(효과 없음)’으로 나오기도 했다. 다만 2019년 8월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으니 기존 투약 환자에게 중간 분석 결과를 통보하되 임상시험을 지속하라는 결정을 냈다. 당시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안전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신규 투약 환자를 제한하되 환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식약처, 시판 후 정기적 보고 의무화 추진

 

지난 10월 22일 이의경 당시 식약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품목허가를 받을 당시 젬백스가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았지만 허가를 내준 데 대해서도 식약처 내부 감사에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젬백스에 따르면 젬백스는 당시 국내 생산시설이 구비돼있지 않아 시설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이후 삼성제약이 생산시설을 완비해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 신약 허가 신청 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자료는 물론 조건부 허가일지라도 제조시설에 대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GMP는 당연히 받아야 하고 조건부 허가가 있다는 경우는 익히 들어보지는 못했다. 제조 시설 일부분에 대해 GMP 허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GMP 조건부 허가를 받는 경우는 드문 듯하다”며 “다만 아직 임상이 덜 끝났거나 신약 혹은 시장에서 필요한 약일 경우는 식약처에서 GMP에 대해서도 조건부 허가를 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일각에서 당시 허가에 관여했던 식약처 공무원이 젬백스로 자리를 옮긴 점을 문제 삼아 특혜 의혹을 제기한다. 리아백스주 허가 2개월 전 식약처 허가심사과장은 젬백스 부사장으로 취업했다. 그러나 이는 업계의 관례이기에 특혜 의혹은 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인사혁신처 재취업 신청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금까지 최근 3년간 취업심사 승인자 중 식약처는 재취업 신청자 27명 전체가 산하기관 및 관련 기관으로 재취업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식약처는 내부 감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조건부 허가 품목의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라는 취지에 맞게 시판 후 정기적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논란이 식약처가 제약 산업 육성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의 이동근 정책팀장은 “식약처는 이 약을 허가함으로써 제약 산업이 얼마나 발전할지를 고려하는 등 상업적 판단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식약처는 약을 인허가하는 기관이다. 보다 환자를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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