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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 구로 뉴스테이 상가임차인 선정 '못하나 안하나'

자격 갖춘 유통업체 없다보니 계열사 아이파크몰 밀어주기 의심…현산 "결정된 바 없다"

2020.10.28(Wed) 17:22:25

[비즈한국]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인 ‘구로 뉴스테이’가 11월 분양을 앞두고도 상가 임차인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공모지침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를 묵인해 시간을 벌었지만 여전히 상가 임차인 선정을 미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상가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는 견해와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모회사 계열사인 아이파크몰 입점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현산 측은 “상가 임차인은 공석이나, 아이파크몰을 고려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구로 뉴스테이 사업’은 서울 구로구 남부교정시설 10만 5000㎡ 부지에 주택 2214가구와 상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부지에 지어질 고척 아이파크는 지상 최고 45층 6개 동 규모의 주상복합단지와 지상 최고 35층 5개 동 규모의 아파트로 구성된다.

 

옛 영등포교도소 부지에 지어지는 구로 뉴스테이 공사현장. 11월 분양 예정이지만 여전히 상가 임차인이 공석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산은 2016년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에는 상가 임차인이 있었다. ‘뉴스테이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에 따라 사업 신청자는 상가 임차인의 입점 확약서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제출해야 했다. 현산은 중견 쇼핑몰 운영업체 엔터식스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켰다. 엔터식스는 2016년 8월경 현산과 구로 뉴스테이 사업부지의 지상 상가 부분을 통으로 임차해 개별 입점 업체를 전대 및 관리 역할을 담당하는 ‘책임 임차인’으로서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상가 임차인 자리가 공석이 된 건 2018년부터다. 현산은 돌연 엔터식스의 상가 임차인 자격을 박탈한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알렸다. 엔터식스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신 현산은 상가 임차인을 아파트 입주 개시일까지 입점하도록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현산이 보증금과 매월 임대료를 부담하며, 임대리츠나 HUG 측에 발생하는 손실도 현산이 상환할 것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HUG에 건넸다. 이에 HUG는 ‘사업계획 협의 등의 기간에 제8조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현산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한다’라는 공모지침이 있음에도 현산과 사업 약정을 체결했다. 

 

#까다로운 자격요건, 유통업계 사정 등 새 임차인 찾기 쉽지 않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산은 ​새로운 상가 임차인을 선정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에 참여할 대형 유통업체가 마땅히 없어 현산이 상가 임차인을 선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 

 

공모지침 제8조에 따르면 상가 임차인은 최근 3년간 연 매출 평균 1000억 원 이상인 업체여야 하며 주차장 면적을 제외한 판매 시설 면적의 50% 이상 입점을 확약해야 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조건을 충족할 만한 기업은 업계 ‘빅3’라 불리는 현대백화점·신세계·​롯데쇼핑, 그 외에 애경, 이랜드리테일, 엔터식스 정도다. 이 가운데 엔터식스를 제외하고는 이 사업에 참여할 의지가 없거나 여건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쇼핑의 경우 사업부지 근처인 지하철 신도림역과 영등포역 부근에 모두 백화점이 출점한 상황이다. 게다가 주상복합단지에 백화점을 출점하는 사례는 드물다. 롯데백화점 관악점과 스타시티점이 주상복합건물 내에 들어서 있으나 이 지역들은 유동인구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해도 구로 뉴스테이 지역 유동인구가 적어 백화점들이 출점을 다툴 만한 위치는 아니다. 게다가 백화점은 최소 3만 ㎡ 이상의 영업면적이 필요하다. 이 사업의 복합개발부지는 약 4만 5000㎡다. 이 부지 전부를 백화점에 쓸 수는 없다. 주상복합건물의 면적이 백화점을 수용할 만큼 넓지 않다는 의미다. 다른 주상복합건물에 입점한 백화점도 3사 통틀어 손에 꼽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구로 뉴스테이 사업지 주변에는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모두 출점한 상황이다. 이랜드리테일도 최근 구로역 앞에 NC신구로점을 새로 열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애경과 이랜드리테일도 제외다. 애경은 이미 사업부지 근처인 구로역 앞에 AK플라자가 1993년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AK플라자 구로점은 백화점에서 매출이 잘 나오는 해외 명품, 가전 등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부진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애경은 2019년 본점 폐점을 선언했다. 애경은 현재 백화점 대신 NSC형(지역친화형쇼핑센터) 쇼핑몰 출점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애경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해져 있는 향후 계획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겪고 있는 상황이 그렇듯 당사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부정적)로 하향됐고 2016~2018년에 NC백화점 당산점과 평촌점을 폐점해야 했다. 2018년 신용등급 상향에 성공했지만, 2019년 청주점을 열었고 AK플라자 구로점 부지를 임차해 NC신구로점을 출점한 상황이라 구로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당시 주변 유통업계 사정이나 분위기를 봤을 때 현산은 엔터식스와 계약을 맺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현산은 우리를 컨소시엄에 참여시키기 위해 꽤 노력했고, 단독으로 공모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외부에서 못 찾으면 내부에서? 아이파크몰 성장하고 있지만…

 

외부 영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자 유통업계 눈길은 현산의 내부 영입 여부에 쏠리고 있다. 현산은 HDC아이파크몰을 유통 계열사로 두고 있다. 2016년에는 아이파크몰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공모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되지 않았다. 매출은 1000억 원대를 꾸준히 유지했지만, 당시 자본잠식 규모가 80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아이파크몰은 2015년 이후 꾸준히 250억~38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2015년 19.7%였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31.7%까지 올랐다. 그사이 자본잠식 규모는 320억 원대로 줄며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현산도 아이파크몰을 돕고 있다. 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약정을 제공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2019년 사업보고서 기준 현산이 아이파크몰에 지원한 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약정 금액은 3300억 원에 달한다. 

 

HDC아이파크몰의 2015~2019년 주요 재무구조 상황. 자본잠식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현산이 아이파크몰을 상가 임차인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올해와 내년 재무구조 개선이 필수다. 현산이 HUG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산은 엔터식스의 상가 임차인 유치 계획 철회 이유로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신용등급 부재, 현금흐름 열위, 부채비율 상승 등을 꼽았다. 아이파크몰의 자본잠식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가 임차인 선정은 어불성설이 돼 버린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현산은 우리를 배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유지 조건을 어겼다. 그때부터 자격에 흠결이 생겼다. 이를 HUG가 묵인하고 기금을 출자하면서 현산은 민간사업자 신분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원천적으로 자격이 없는 이가 공사를 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공모 당시 자격이 없었던 아이파크몰의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상가 임차인으로 선정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산 관계자는 “현재 상가 임차인 자리는 공석이다. 아이파크몰이 상가 임차인으로 선정되는 것에 관해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향후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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