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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마트가 동네에 들어오면 편의점들이 긴장한다?

배송경쟁 격화로 배달 플랫폼 물류센터 도심으로 확장…골목상권 슈퍼·편의점·마트와 충돌 불가피

2020.10.14(Wed) 11:05:35

[비즈한국] 배달의민족 ‘B마트’와 요기요 ‘요마트’ 등 국내 배달 플랫폼이 공격적으로 마이크로풀필먼트 센터 확대에 나선 와중에 기존 산업군과의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라스트마일(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 배송 경쟁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 

 

지난달 25일 한국편의점주협의회(협의회)는 배달 플랫폼의 마이크로풀필먼트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협의회는 “배달 플랫폼 업체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상품을 대량 구매해 직접 배달하는 ‘B마트’와 ‘요마트’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골목상권과 중간 유통망의 붕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의 팽창이 도심 내 물류거점인 ‘마이크로풀필먼트 센터’의 확장을 가져왔다. 사진=배달의민족 홈페이지

 

풀필먼트는 관리 업체가 판매자들의 상품을 보관·입출고하는 것은 물론 고객 주문 이후 일어나는 상품 수거·포장·반품 및 재고 관리까지 도맡는 형태를 말한다. 여기에 더 빠른 배송으로 경쟁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팽창으로 인해 그동안 외곽 지역에 자리했던 물류 거점이 도심 안으로 들어오는 ‘마이크로풀필먼트’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공격적으로 도심지에 물류센터를 늘리고 있는 배달의민족 ‘B마트’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B마트는 현재 서울시 전역과 인천, 부천, 성남 등 경기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확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주도했다면 B마트는 한 단계 나아간 30분 배송을 이끌고 있다. 좋은 제품을 더 빨리 받으려는 소비자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물류업 전반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 데다 코로나19가 이를 앞당겼다. 최근 도심 내 라스트마일 배송 강화가 물류업계 핵심과제가 됐고, 여러 형태의 마이크로풀필먼트 센터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업체·대형마트 뛰어드는 풀필먼트 센터

 

쿠팡은 ‘로켓제휴’라는 이름을 붙인 풀필먼트 사업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에서 오픈마켓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위한 키로 풀필먼트를 꺼내든 것이다. 쿠팡은 이를 위해 지난해에만 로켓배송센터 83개를 신설했다. 현재 쿠팡이 만든 전체 물류센터는 총 168곳이며 대구에 초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등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에 기반한 플랫폼 업체들도 자체배송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풀필먼트 센터의 핵심은 데이터’라고 입을 모았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도심 깊이 들어간 작은 물류센터들에서 수익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입지 선정부터 배송 네트워크 설계까지 효율성 있게 구조가 짜여지려면 오차범위가 크지 않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이미 데이터 축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네이버도 풀필먼트 사업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설립 단계부터 풀필먼트 서비스를 고려해 지어진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사진=CJ대한통운 홈페이지

 

대형 물류업체들은 소비자의 수요가 확실히 형성됐는지 눈치를 보고 있다. CJ대한통운 내부 관계자는 “아직 마이크로풀필먼트 사업은 검토 수준이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 자체 역량과 스타트업이 함께 가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 또한 본격적으로 투자가 진행된 단계는 아니다. 물류업계는 철저히 고객사, 즉 화주의 요구를 따라간다. 따라서 소비층이 더 확실하게 형성되고 고객사들이 시장에 뛰어들면, 본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유통 대형마트들은 이미 뛰어들었거나 준비 중이다. 도심지에 위치한 기존 점포를 자동화된 소형 물류센터로 전용하는 방식을 통해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스마트스토어’와 ‘다크스토어’가 이를 실험 중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초 서울 중계점과 경기도 수원 광교점에 점포 기반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물류 거점화 실험을 시작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점포 5km 반경의 핵심 상권에 30분 배송이 가능하게 했다. 또 기존 점포 일부를 철저히 온라인 주문에만 대응하는 물류센터인 다크스토어로 전환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까지 스마트스토어 12개점, 다크스토어 29개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스트 단계이지만 풀필먼트 점포는 결국에 유통업체들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존 산업군과 충돌…어떻게 해결할까

 

한편에서는 기존 산업군과의 충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B마트, 요마트 등 플랫폼 업체의 마이크로풀필먼트 센터 확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편의점 업계다. 편의점 영업관리직으로 근무 중인 A 씨는 “B마트가 동네에 들어온다고 하면 동네 편의점들이 바짝 긴장한다. 사업 초기라 배달비 무료에 3000원, 5000원 쿠폰을 뿌려대니 경쟁이 될 수가 없다. 배달의민족은 같은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같은 물건을 소량으로 빠르게 배달받을 수 있으니 같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적도 이를 증명한다. 이달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로부터 B마트 매출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B마트는 서울 지역에서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인 작년 11월 이후 매출이 매달 증가해 지난 8월 출범 초기와 비교해 10배(963.3%)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편의점의 배달 매출은 급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편의점 운영업체인 A 사는 배달 서비스 운영 점포가 지난해 11월 582곳에서 올 8월 942곳으로 늘었는데도 평균 주문액은 48% 줄었다.편의점 업계는 배달의민족이 B마트 사업 확대를 위해 편의점의 배달앱 입점을 거부하며, 요기요는 요마트를 편의점 카테고리 상단에 노출하는 등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시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들은 슈퍼마켓과 편의점, 중소형 마트가 취급하는 식자재와 생활용품, 애견용품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홍 의원은 “기존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판매 품목과 영업일수, 영업점 위치 등을 규제받고 있지만, 플랫폼 업체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의 물류업계 관계자는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메기의 등장으로 유통, 물류, 포털 등 각 영역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으며 이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영세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 게 역할이고, 우리는 세계의 빠른 변화를 읽고 이를 따라가며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는 게 역할이다. 양쪽이 공동협의회를 구성해 상생에 관해 논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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