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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초대형 ICBM부터 전차까지' 북한 열병식 최신 무기 점검

이례적인 심야 열병식 통해 선전 효과 극대화…핵·재래식 전력 동시 강화 드러나 우리 군 대비 필요

2020.10.13(Tue) 15:27:23

[비즈한국] 북한이 10월 10일 자정 평양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열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심야 열병식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력을 숨기고 인원 규모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저녁에 공개된 열병식 영상은 북한이 자신들의 전력을 강조하고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며, 최신 무기를 숨기거나 감출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드러냈다. 짙은 어둠 속에서 화려한 조명을 사용해 군대와 군 장비를 효과적으로 전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열병식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신무기를 공개해 군사력을 강조한다. 이번 열병식 역시 놀라울 정도로 많은 신무기를 줄지어 선보였다. ‘무기 백화점’이 떠오를 정도다. 이를 통해 북한이 여전히 군 전력 증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무기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무기가 우리 군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떨지 살펴보자.

 

북한의 신형 5연장 초대형 방사포. 사진=KCNA 제공


첫 번째로 살펴볼 것은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전력이다. 지난 몇 년간 북한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마찰을 줄이는 한편 초대형 방사포 등으로 불리는 대형 다연장 로켓이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자주 공개하고, 발사 시험도 시행하며 자신들의 무력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2연장 단거리 전술 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보이는 2연장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4연장 초대형 방사포, 6연장 대형 방사포 및 12연장 조종방사포들이 공개됐다. 이에 더해 새로운 5연장 초대형 방사포도 선보였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방사포를 운용한 예는 냉전 시기 구소련이나 현재 중국을 제외하면 거의 찾을 수 없다. 더군다나 북한의 경제 사정을 생각하면 이런 ‘소품종 다종화’ 전략은 대량생산과 유지비용에 문제가 있을 것이 분명한 까닭에 군사 전문가들의 의아함을 자아낸다.

 

북한의 신형 보병장비와 특수부대(왼쪽)와 스마트폰과 무전기를 가진 북한 보병들. 사진=KCNA 제공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은 보병 개인장비다. 이른바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이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서부터 특수부대의 훈련 영상을 공개하는 등 특수부대원들의 전투력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특수부대원들에게 선진적인 장비를 입힌 모습을 전시하며 자신들의 군 현대화를 뽐내기도 했다. 이번에도 육해공 특수부대원은 물론 평양을 담당하는 경찰 특공대원에게 발전된 장비를 장착시켰다. 

 

특히 주력 무장인 보총(자동소총)에 소음기, 웨폰 라이트, 레이저 표적 지시기, 망원경 및 조준경을 장착했다. 북한 특수부대원들에게 우리 군 특전사와 같은 ‘풀옵션’ 자동소총을 들게 한 것이다. 여기다 벨라루스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 단안형 야간투시경과 방탄복, 그리고 ‘멀티캠’으로 불리는 위장무늬 군복을 입혔다. 멀티캠 군복은 미군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특수부대원들이 입고 있는 선진화된 개인 장비다. 언뜻 보기에는 우리 군 특수부대원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일부 군인들은 팔뚝에 군용 스마트폰으로 추정되는 장비와 무전기를 장착했다. 이는 우리 군도 아직 개발 준비 중인 ‘보병용 전장 네트워크’로 추정된다. 

 

북한의 신형 대공미사일들. 사진=KCNA 제공


세 번째로 살펴볼 것은 신형 대공 무기들이다. 북한은 2016년 4월 ‘번개 5호’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 무기를 처음 공개했다. 러시아의 S-300과 중국의 HQ-9와 매우 유사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이 번개 5호의 개량형을 공개했다. 기존 번개 5호는 방어력이 약한 일반 트럭에 장착되지만, 개량형은 소화기 및 기관총에 대한 방탄 능력을 갖춘 새로운 차량에 탑재된다. 이 신형 대공 무기는 발사관의 모양은 기존 것과 유사하나 크기가 더욱 커졌다. 최소 100km 이상의 장거리에서 아군 항공기를 요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기술 수준에 따라서는 탄도탄도 요격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신형 대공 무기는 일명 ‘북한 토르’라는 별명이 붙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이다. 시리아와 아르메니아에서 실전을 치른 러시아제 TOR-M2KM 및 중국의 HQ-17A와 생김새가 매우 유사하다. 이 미사일의 장점은 신속한 반응 및 독립성이다. 대형 지대공미사일이 레이더 차량과 미사일 차량이 분리된 것과 달리 이 미사일은 미사일과 탐색 레이더, 추적 레이더가 모두 일체화돼있다. 추정컨대 발달한 위상배열 레이더 기술(PESA)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사일 수직발사기(VLS)를 갖춰 어느 방향에서 표적이 와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우리 군의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북한판 스트라이커 장갑차(위)와 북한의 신형 전차. 사진=KCNA


네 번째로 살펴볼 것은 신형 대전차 장륜 장갑차(바퀴로 가는 장갑차)들이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 WZ-551 장륜 장갑차를 수입하여 운용했다. 이번에 공개한 신형 장륜 장갑차는 WZ-551을 마치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유사한 모양으로 개조했다.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같은 볼트 체결식 부가장갑을 갖춰 기존 장갑차보다 방어력을 늘렸으나, 그 성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122mm 야포를 개조한 무인포탑형 자주포와 5연장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무장은 매우 특이하다. 자주포형 장갑차는 스트라이커 MGS 대전차 자주포와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정작 탑재된 포는 대전차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5연장 대전차 미사일은 과거에 공개된 장거리 대전차 미사일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불새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했다. 고성능보다는 2선급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섯 번째로 살펴볼 것은 북한의 신형 전차, ‘개량형 선군호’다. 기존 북한군 전차와 매우 이질적인 그 모습을 보고 전문가들은 ‘주체 에이브람스’ 등의 별명을 붙였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구소련식 전차 설계, 즉 반구형 주조 포탑 설계를 주로 채택한 것과 달리 신형 전차는 각진 모양의 서방식 디자인으로 무척 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설계가 엄청나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구소련도 Object 490A 등 각진 용접 포탑을 설계한 적이 있고, 북한도 천마호 및 폭풍호 등에서 용접 포탑을 선보인 적이 있다. 다만 이 각진 포탑은 구조상 내부에 장갑이 꽉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고경도 강판을 사용한 증가 장갑일 가능성이 크다. 작은 소형 포탑에 한 둘레 큰 외피를 씌워 방어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상부 장갑은 크게 강화됐으며 차체 장갑도 기존 전차보다 측면 장갑을 늘렸다. 슬랫 아머라고 불리는 철창형 부가장갑을 후면에 장착했다. 이는 우리 군의 공격헬기 등 대공 공격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체는 보기륜이 7륜인 신형 차체를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량으로 늘어난 중량을 감당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개량형 선군호의 중량은 50톤 이상으로 추측된다.

 

그 밖에도 신형 전차는 원격 조종식 유탄발사기와 대전차 미사일 2기를 갖췄고, 러시아의 아프가니트(Afghanit) 능동 방어 장비를 갖춰 아군의 대전차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차포의 경우 기존 선군호·폭풍호와 유사해 부족한 공격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신형 ICBM(위)과 신형 SLBM. 사진=KCNA 제공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신형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북미회담 성사 후 ICBM 발사 시험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은 계속해왔다는 것이 이번에 밝혀졌다. 열병식에 공개된 신형 ICBM의 경우 북한이 가지고 있던 화성-14, 화성-15 ICBM보다 더욱 커졌다. 미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신형 ICBM을 탑재하는 차량은 바퀴가 무려 22개다. 러시아의 주력 ICBM 토폴-M 탑재 차량의 바퀴가 16개인 것과 비교했을 때 신형 ICBM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크기가 커진 것은 두 가지 이유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 전 지역에 대한 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사거리가 길어졌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다탄두(MIRV) 핵미사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특히 신형 ICBM의 탄두 부분이 매우 두꺼워지고 탄두 뚜껑을 분리할 수 있는 추진 모터가 부착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온 뒤 탄두의 뚜껑을 분리하고 다탄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북극성-4A’라고 공개된 신형 SLBM 역시 충격적이다. 2019년 10월 북한은 ‘북극성-3’이라는 수중발사 탄도탄을 시험 발사했다. 당시 사거리가 3000km 이상으로 추정됐다. 10일 공개된 북극성-4A는 북한 탄도미사일 특유의 탄소복합소재 동체 재질이 북극성-3과 동일하게 적용됐다. 길이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두께가 꽤 두꺼워졌다.

 

북극성-4A는 미사일 끝 탄두 모양도 달라졌다. 이는 북극성-4A가 북극성-3보다 더욱 긴 사거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미사일은 사거리를 길게 하기 위해 길이를 늘여 로켓 모터의 연소 시간을 늘리고 저항을 줄이지만, 북극성-4A는 크게 뚱뚱한 모양이어서 개량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이는 북한이 만들 수 있는 잠수함의 크기에 한계가 있어 잠수함에 실을 수 있는 길이로 미사일 크기를 억제하려다 보니 북극성-3보다 더 뚱뚱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탄두 역시 북극성-3보다 훨씬 뾰족한 모양으로 변경됐다. 이는 뚱뚱해진 미사일의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이번 열병식은 전체적으로 핵무기에 올인한 이미지를 벗고 핵과 재래식 전력을 같이 발전시키고 있으니 어떤 종류의 전쟁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는 정치적 행사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너무 많은 방사포 종류와 비효율적인 설계가 일부 들어간 무기, 주요 부품 혹은 외부가 가짜 모형으로 채워지는 등 실제 전력을 숨기기 위한 허세가 일부 들어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분명한 만큼, 우리 군은 대응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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