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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약 '리팜피신' 발암물질 검출, OECD 결핵 1위 한국에 미칠 영향은?

국내에선 유햔앙행·종근당 등 생산…제약업계 "의약품 접근성 고려해야 하는 사안"

2020.09.29(Tue) 09:35:59

[비즈한국] 미국에서 결핵 치료제 ‘리팜피신(미국명 리팜핀)’ 성분 일부 의약품에서 발암유발물질인 니트로사민 불순물(MNP)이 검출되면서 국내외 보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리팜피신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리팜피신은 국가필수의약품이라 퇴출 가능성이 작고 그에 따라 시장 재편 움직임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선 유한양행·종근당·비씨월드제약 완제품 생산 및 판매

 

리팜피신은 효과가 좋으면서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결핵 치료에 먼저 사용되는 1차 치료 약물에 속한다. 국민 보건을 위해 국가에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의약품인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사진=파인아트아메리카

 

지난 8월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결핵 치료제인 리팜핀과 리파펜틴에서 MNP가 잠정관리기준인 0.16ppm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MNP는 니트로사민류 계열의 화합물로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 물질이다. MNP는 아직 발암 가능성을 직접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FDA는 이미 알려진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데이터를 적용해 잠정관리기준을 설정했다.

 

MNP와 NDMA 등 니트로사민 계열 화합물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발암 물질이다. 지난 5월 국내 유통되는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병 치료제에서 NDMA가 검출돼 31개 의약품이 잠정 제조·판매 중지 및 회수 처분을 받았으며, 그보다 앞선 2019년 9월에는 ‘잔탁’으로 대표되는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에서 NDMA가 검출돼 269개 의약품이 회수됐다.

 

이에 국내 보건당국도 나섰다. 식약처는 국내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리팜피신은 효과가 좋으면서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결핵 치료에 먼저 사용되는 1차 치료 약물에 속한다. 결핵 1차 약제로는 이소니아지드, 피라진아마이드, 에탐부톨 등이 있다. 이 중 리팜피신은 결절 내에 서식하는 균에 대해 유일하게 항균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종근당, 비씨월드제약 등 세 제약사가 완제품을 생산·유통 중이고, 종근당바이오가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식약처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이들 제품은 여전히 시중에 유통된다. 리팜피신 성분 의약품을 가지고 있는 제약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단계로 퇴출 가능성을 언급하기엔 이른 것 같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오래된 결핵약이라 매출 규모는 매우 적다. 성실히 조사에 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함유량 중요…다만 의약품 접근성 탓에 퇴출 가능성은 작을 듯

 

제약업계에서는 메트포르민과 라니티딘 사태처럼 리팜피신 성분 의약품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거라 내다본다. 약을 먹지 않아 발생하는 위험이 발암 가능성보다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 리팜피신은 국민 보건을 위해 국가에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의약품인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국가필수의약품은 결핵 치료제 31개, 코로나19 치료제 4개 등을 포함해 총 441개다.

 

식약처는 국내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충북 오송에 위치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처럼 리팜핀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미국은 환자 접근성을 고려해 유통 허용 한도(5ppm)을 설정해 기준 이하 제품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유통을 허용했다. FDA는 “리팜핀과 리파펜틴의 니트로사민 오염을 알고 있었지만 생명을 구하는 약품 부족을 피하고자 제약사에 리콜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제약사에 니트로사민을 검출하고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발송했다고 9월 1일 밝혔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이사는 “일부 제품에서 발암 추정 물질이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는 사실은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다. 다만 퇴출은 굉장히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의약품은 제품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대체 의약품이 없거나 질병이환 가능성이 높은 집단에서 공중보건 의약품 접근성 문제가 생긴다면 보건의료의 형평성도 고려돼야 한다. 우리도 다른 규제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기준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핵 발병률 OECD 국가 중 1위, 신약에는 왜 관심 없을까

 

전 세계적으로 결핵 1차 치료에 쓰이는 리팜피신이 발암물질 소동에 휩싸인 가운데, 결핵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려는 국내 제약사가 등장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질병관리청의 ‘2019년 결핵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핵 신규환자는 2만 3821명(10만 명당 46.4명)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8년 연속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결핵 발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가 결핵 신약을 새롭게 출시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시장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핵 환자가 예전만큼 많지 않아 기업들이 결핵 관련 신약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해외에서만 수요가 간혹 있다 보니 그 명맥만 유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결핵 발병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사진=대한결핵협회 홈페이지 캡처


그나마 국내 제약사가 다제내성결핵 신약을 개발할 가능성은 있다. 다제내성결핵은 1차 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 등에 내성이 생겨 약의 효과를 잘 보지 못하는 질병인데, 최근 치료제와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9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다제내성결핵 통합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지난 5월 바뀐 국내 다제내성결핵 진료지침에서 초기에도 신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내용이 변경됐다. 국내에선 바이오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다제내성 결핵 치료를 위한 그람양성균 항생제 신약 ‘델파졸리드’ 국내 임상2상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다제내성결핵 치료제도 제약사들의 구미를 당기는 시장은 아니다. 다제내성결핵의 발병률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3위지만, 다제내성결핵 신규환자는 2011년 975명, 2015년 787명, 2019년 580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5년 급여가 적용된 얀센의 ‘서튜러(성분명 베다퀼린)’와 오츠카제약의 ‘델티바(성분명 델라마니드)’ 등 신약이 시장에 이미 등장한 상황이기도 하다.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제내성결핵제 관련해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이나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 납품을 위해 준비 중이다. 다른 제약사의 경우에도 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다제내성결핵 치료제에 대해 원료부터 완제까지 WHO PQ(WHO가 국제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안전성·유효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로, 국제 조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 절차)를 받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여재천 전무이사는 “지금도 국내외에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지만, 공중보건적인 면에서 국가의 책임이 크다. 다만 어떤 질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R&D(연구·개발)를 진행할지는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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