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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 신격호 명예회장 소유 토지에 불법시설물 들어선 내막

92년부터 토지사용료 내고 경작하다 이후 방치…해당 농민 "지난 가을 일부 부지에서 퇴거"

2020.09.03(Thu) 11:59:08

[비즈한국]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대규모 토지(농지) 가운데 일부에서 불법시설물이 확인돼 눈길을 끈다. 현장을 찾아가보니 해당 토지는 인근 농민이 별다른 임대차 계약없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에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 소유의 땅 28필지(7만 2106㎡, 2만 1812평)가 있다. 이 가운데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인근의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농지에서 시설물이 발견됐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해당 부지에는 소를 키우기 위한 외양간과 농기구가 비를 피할 시설물, 그리고 주거시설이 있었다.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인근 고 신격호 명예회장 부지에 불법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박호민 기자

 

관할 기관인 오산시는 이 시설물을 모두 불법시설물로 판단했다. 취재 결과 해당 토지는 그간 농민 A 씨가 정식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고 무상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에 따르면 1992년부터 이 토지에서 경작을 시작했고 2002년까지 고 신격호 명예회장 측에 토지 사용료를 지불했으나, 이후부터는 돈을 내지 않고 경작을 해왔다고 한다. A 씨는 신 명예회장 측의 암묵적인 허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토지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 A 씨는 “토지 주인이 아니다보니 지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서 “고 신격호 명예회장 측에서도 해당 부지에 시설물이 들어선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토지가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고 신격호 명예회장 측이 해당 부지에 대한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 신 명예회장 측이 A 씨가 경작하던 토지 가운데 일부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A 씨는 경작하던 토지에서 퇴거했다. A 씨는 “현재 경작하고 있는 토지에 임대차 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해 가을 고 신격호 명예회장 측의 퇴거 요구에 따라 경작지에서 밀려났다”면서 “농사를 위해 구입한 농기구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고 신격호 회장 측이 나머지 땅에서도 나가라고 할까봐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2018년 촬영된 항공사진에서 경계선 안 부지가 고 신격호 명예회장 소유의 부지다. 해당 부지의 지목이 전(밭)으로 돼 있음에도 불법시설물이 들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카카오맵 캡처

 

실제 올해 1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하면서 A 씨의 우려가 현실화 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고 신격호 명예회장 측은 해당 부지를 담보로 받은 1200억 원대의 대출금도 모두 상환했다. 다만 아직까지 상속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현재도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명의로 돼 있다. 상속 관련 절차가 끝나 소유주가 명확해지면 토지 개발 계획에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A 씨​가 퇴거하고 고 신격호 명예회장 측이 관리를 시작한 부지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내부는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만 가림막 위로 높은 나무들이 수십 그루 심어져 있었다. 나무의 크기는 7~8m 정도로 보였다. 조경에 바로 이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길 하나를 두고 위치한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라 이곳에 나무가 옮겨 심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1996년 농지법 이전에 소유권이 이전된 토지에 대해서는 직접 임대차인과의 계약이 가능하다”면서 “고 신격호 명예회장과 A 씨​의 관계는 농지법 시행 전이기 때문에 A 씨가 임대차 계약없이 무상으로 토지 사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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