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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의 종말은 '타노스의 핑거스냅' 같을까?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는 '빅립 시나리오'…최근엔 흑색왜성 초신성 폭발 가능성 등장

2020.08.31(Mon) 11:19:48

[비즈한국] 2019년 어벤져스 시리즈의 대서막을 끝내는 ‘엔드게임’이 개봉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스포일러로 고생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 SNS와 인터넷을 끊은 사람도 많았다. 심지어 출연 배우들이 직접 나서서 스포일러를 하지 말자는 캠패인까지 벌일 정도였다.

 

하지만 단 하나, 우리가 스포일러를 기다리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우주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다. 사실상 천문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하는 일이 우리 우주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할지 우주의 결말을 미리 스포일러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천문학이 이야기하는 우리 우주의 결말은 어떤 모습일까? 해피엔딩? 아니면 새드엔딩? 놀랍게도 최근 우리 우주의 최후에는 이전까지 신경 쓰지 못했던 히든엔딩이 숨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우주는 어떻게 종말을 맞이할까? 모든 것이 산산이 조각나는 빅립으로 끝날까? 놀랍게도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히든 엔딩이 우주에 숨어 있었을지 모른다.

 

#우주의 운명을 손에 쥔 암흑에너지

 

우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주 속 물질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력, 그리고 우주의 팽창을 가속하는 암흑에너지다. 중력은 우주의 팽창을 더디게 만드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반대로 암흑에너지는 우주를 더 가속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한다. 

 

199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천문학자들은 암흑에너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우주의 운명은 오로지 중력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빅뱅 직후 우주 시공간이 빠르게 팽창을 시작했지만, 우주 속 물질들의 막대한 중력에 의해 우주 팽창이 점점 더뎌지고 결국 팽창이 멈출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다시 태초의 모습처럼 우주가 한 점으로 쪼그라들 것이라 예측했다. 공을 위로 던져 올렸을 때 계속 공을 잡아당기는 지구의 중력에 의해 공이 얼마 안 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빅뱅 직후 시간에 따른 우주 시공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림. 최근 우주는 중력에 대항하는 암흑에너지에 의해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가 더 빠르게 팽창하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NASA/WMAP science team


하지만 놀랍게도 우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 거리에 떨어진 과거 우주의 팽창률과 가까운 거리에 떨어진 최근 우주의 팽창률을 비교한 결과, 놀랍게도 우주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빠르게 팽창하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었다. 이는 위로 던져 올린 공이 손을 떠난 이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빠르게 하늘로 치솟아 날아가는 것과 같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난감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미지의 에너지, 암흑에너지가 숨어 있다는 가정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중력에 대항해 우주 시공간을 더 빠르게 팽창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우주 속 빛(복사)과 (암흑물질과 일반물질을 합한) 물질 전체의 에너지 밀도의 보여주는 그래프. 각각 빨간선과 파란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둘은 시간이 흐르면서 팽창하는 우주의 크기(스케일)에 의해 점점 밀도가 낮아지고 희석되는 변화를 겪는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초록색으로 표현된 암흑에너지의 밀도는 우주가 팽창한다고 해서 희석되거나 낮아지지 않는다. 결국 미래에는 암흑에너지만이 살아남아 우주의 진화를 압도한다. 이미지=https://www.mdpi.com/2218-1997/2/4/23/htm


흥미롭게도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공간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에너지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다른 일반적인 물질과 빛의 복사 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할수록 그 에너지의 밀도가 감소하지만 암흑에너지의 밀도는 우주가 팽창하더라도 줄지 않는다. 결국 먼 미래가 되면 아주 거대하게 팽창한 우주 시공간 속 물질과 빛의 에너지 밀도는 거의 완전히 희석되어 0에 가깝게 수렴하지면, 암흑에너지의 밀도는 여전히 동일한 값을 유지하며 우주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요소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결국 먼 미래 우주의 결말은 이 암흑에너지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빅립, 그동안 예상했던 찢어진 우주 시나리오 

 

천체물리학자 로버트 콜드웰(Robert Caldwell)은 이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팽창을 영원히 가속시켜 나간다면 결국 우주는 산산이 부서지는 방식의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우주의 모든 것을 멀리 떨어뜨리는 암흑에너지의 막강한 물살에 떠밀려, 우주 속 모든 물질들의 중력과 원자들의 결합력도 버티지 못하고 모두 다 부서질 것이라 추정했다. 마치 어벤져스의 최후의 빌런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부서지는 모습처럼 말이다. 이러한 우주 종말 가설을 모든 것이 다 찢어진다고 해서 ‘빅립(Big Rip)’ 시나리오라고 부른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빌런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긴 직후 벌어지는 장면. 어쩌면 타노스는 손가락을 튕김으로써 암흑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런 영향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영화 캡처

 
우주의 운명은 중력과 암흑에너지 두 요소의 경쟁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중력이 암흑에너지를 압도한다면 우주는 다시 한 점으로 응축되는 빅 크런치 모델의 모습으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결국 우주는 암흑에너지에 의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빅립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ESO


당시 관측된 암흑에너지의 함량을 바탕으로 한 콜드웰의 계산에 따르면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220억 년 후 350억 살이 되었을 때 빅립을 맞이한다. 빅립에 도달하기까지 10억 년을 앞둔 시점에는 은하단 속 은하들이 서로 뿔뿔이 흩어지며 은하단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빅립을 6000년 앞둔 시점에는 우리 은하 속 별들도 서로 흩어지며 은하들도 부서지기 시작한다. 빅립까지 3개월을 앞둔 시점에는 태양계 구성원들도 서로 흩어지기 시작하고, 빅립을 30분 앞둔 시점에는 지구도 원자 단위로 쪼개져 가루가 되어 산산이 부서진다. 콜드웰은 이러한 빅립 시나리오에 의해 우주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이 빅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먼 미래 암흑에너지가 압도해버린 우주에는 암흑과 적막만이 감돌 것이다. 결국 우주는 서서히 호킹 복사로 증발해가는 블랙홀들의 잔해와, 모든 열기를 잃고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죽은 별들의 시체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더 이상 중력으로 물질을 뭉쳐 새로운 별도 빚어낼 수 없다. 결국 우주의 나이가 10^100 년에 다다르면, 우주는 절대영도에 도달하며 영원한 추위 속으로 잠들 것이다. 암흑에너지를 발견한 이후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마지막 장면이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같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고 말이다. 

 

#모든 관객이 떠나고 난 뒤 시작되는 히든 엔딩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사라진 이 암흑과 추위 속 우주에 최후의 순간, 무언가 우주를 잠시 밝게 비춰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했다. 이 히든엔딩의 주인공은 태양처럼 가벼운 별들이 죽을 때 남기는 백색왜성이다. 

 

태양에 비해 질량이 열 배 이상 무거운 육중한 별들은 그 강한 중력으로 중심의 온도를 아주 높게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아주 효율적으로 핵융합이 벌어지며, 철과 같이 아주 무거운 원소까지 핵융합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무거운 별들은 그 중심에서 무거운 원소를 다양하게 만드는 제철소가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중심에 철 찌꺼기가 쌓이면, 별은 땔감이 다 떨어져 핵융합이 멈추게 된다. 결국 내부에서 열을 만들어내는 엔진이 꺼지면서, 더 이상 육중한 질량을 버티지 못하게 된 별의 순간 중력에 의해 붕괴되며 큰 폭발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다. 

 

3D로 구현한 초신성 폭발이 벌어지기 직전과 직후의 불안정한 별의 모습. 영상=NASA/CXC/SAO/JPL-Caltech

 

하지만 태양처럼 가벼운 별들은 중력이 약하고, 그 중심의 온도도 높게 끌어 올리지 못한다. 그래서 철처럼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높은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할 수 없다. 기껏해야 탄소나 산소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원소들을 만드는 낮은 단계의 핵융합만 한다. 그러다가 이런 가벼운 별들도 핵융합에 쓸 수 있는 연료가 다 떨어지고 나면, 별 외곽의 가스층을 우주 공간 바깥으로 불어내며 최후의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잔잔한 죽음의 과정에서 별 외곽 가스층에 덮여 있던 별의 작은 속살이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질량이 가벼운 별이 죽어서 남기는 ‘사리’와 같은 백색왜성이다. 

 

백색왜성은 살아생전에 갖고 있던 온기로 한동안 따뜻하게 빛을 내지만, 내부에 열을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에 결국 서서히 식어간다. 결국 먼 미래가 되면 완전히 빛을 잃은 깜깜한 암흑 덩어리 흑색왜성이 된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이런 흑색왜성이 영원히 차가운 시체로서 우주에 버려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흑색왜성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바로 양자역학이 허락한 벽을 뚫는 마법, ‘양자 터널링 효과’ 덕분이다. 

 

더 이상 핵융합을 할 수 없게 된 별이 죽고 남은 흑색왜성 상상도. 한때 천문학자들은 빛을 내지 않는 미지의 질량 덩어리, 암흑물질의 정체가 바로 이 흑색왜성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흑색왜성만으로는 그 많은 암흑물질을 모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NASA/JPL-Caltech

 

흑색왜성과 같은 별의 시체 중심에는 아주 높은 밀도로 원자핵 찌꺼기들이 잔뜩 농축되어 쌓여 있다. 그런데 이 원자핵들은 전기적으로 같은 극을 띠는 데다 하나의 양자 상태를 두 개 이상의 원자핵이나 전자가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결합하지 않고 계속 밀어내며 쌓여 있다. 마치 하나의 좌석에 두 명 이상 승객이 엉덩이를 맞대고 앉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입자들은 하나의 양자 상태를 함께 공유하지 않으며 서로 붙어 있지 않으려는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원리를 파울리 배타 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라고 한다.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양자 상태가 모두 꽉 차서, 한자리에 앉기 싫은 입자들이 서로를 밀어내는 압력을 축퇴압(degeneracy pressure)이라고 한다. 

 

이런 축퇴 상황은 입자들이 서로를 밀어내며 떨어져 있으려고 하는,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있는 것과 같다. 어지간해서는 이 벽을 절대 넘을 수 없다. 그런데 미시 세계에서는 입자들이 이 벽 너머에도 존재할 확률을 갖게 된다. 아주 드물지만 그 확률은 0이 아니다. 그래서 서로 접근하는 작은 입자들은 서로를 밀어내는 축퇴압에 의한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운 좋게 서로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마르셀 에메의 소설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이렇게 벽을 넘어 만나는 현상을, 터널 뚫듯이 에너지 장벽을 통과했다는 뜻에서 터널링 효과(Tunneling effect)라고 부른다.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 양자역학이 허락한 터널링이란 마법 덕분에, 절대영도에 도달한 별의 시체 중심에서도 오랜만에 핵융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했다. 차갑게 식어가던 흑색왜성의 중심 찌꺼기들도 다시 서로 뭉치고 반죽해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터널링 효과에만 의지해 핵융합이 벌어지는 과정은 훨씬 더디고 오래 걸린다. 두 원자핵 사이의 에너지 장벽을 관통할 수 있는 아주 희박한 확률에 의지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결국 흑색왜성의 중심에서도 철 원소까지 융합해낼 수 있다. 그리고 무거운 별들이 철을 만들고 초신성이 되어 폭발했듯이, 이 흑색왜성들도 철을 만들어낸 이후 장렬한 폭발과 함께 진정한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현상을 흑색왜성 초신성(Black dwarf supernova)라고 부른다. 

 

모든 것이 사라진 먼 미래, 암흑의 우주 속에서 벌어지는 최후.


#우주가 죽기 직전 보여주는 진정한 마지막 공연   

 

천문학자들은 태양 질량의 약 1.2배에서 1.4배 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들이 바로 이 우주 최후의 갈라쇼, 흑색왜성 초신성 폭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질량 범위에 들어오는 별은 현재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전체 별들 중에서 1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터널링 효과는 아주 드물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흑색왜성 초신성이 폭발하기까지는 아주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다. 

 

이번에 새로운 연구에서 제안한 계산에 따르면, 첫 번째 흑색왜성 초신성의 폭발은 우주의 나이가 10^1100년 정도는 되어야 벌어진다고 추정했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우주 곳곳에서 흑색왜성 초신성이 폭발하다가, 우주의 나이가 약 10^32000년이 되면 비로소 우주에 남아 있는 최후의 흑색왜성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우주의 마지막 갈라쇼가 종지부를 맺게 될 것이라 추정했다. (1 뒤에 0이 3만 2000개가 놓이는 숫자다. 과거 빅립을 처음 제안한 콜드웰이 초기에 추정한 우주의 수명보다 더 긴 시간이며, 가늠도 되지 않는 거의 영겁에 가까운 먼 미래다.) 

 

사실 이렇게 먼 미래가 되면, 이미 우주 속 모든 별이 뿔뿔이 흩어져 버린 후라서, 슬프게도 이 시기에 폭발하는 흑색왜성 신성들은 서로가 터지는 모습도 지켜봐줄 수 없을 것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 범위 안에 들어오는 다른 별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관측 가능한) 우주의 유일한 주인공이 되어, 아무도 지켜봐주는 이가 없는 가운데 홀로 남아 장렬한 폭발과 함께 깜깜한 우주를 잠시 비춰줄 것이다. 이 흑색왜성 초신성들은 관중이 모두 떠난 텅 빈 무대에 남아 꿋꿋하게 마지막 장면까지 연기를 이어가는 마지막 배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영겁의 시간이 흘러 더 이상 터질 흑색왜성조차 남지 않게 된다면, 비로소 우주는 엔트로피가 최대치에 도달해 아무런 변화도 벌어지지 않는 진정한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주는 빅뱅 직후 뜨거운 입자들의 스프와 같은 상태에서 출발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깜깜한 추위 속으로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이러한 우주의 진화 과정은 마치 빅뱅이라는 한여름을 지나 영원한 겨울을 향해 계절이 변화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우주의 계절은 바로 가을이 아닐까 생각한다. 

 

빅뱅 직후, 여름을 지나 영원한 겨울을 향해 서서히 변해가는 가을 말이다. 점차 추위가 찾아오고 나무들이 붉게 단풍이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 우주도 서서히 온도가 식어가고, 은하들도 팽창하는 우주와 함께 멀어지며 그 빛이 적색편이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이 무엇인가? 바로 코스모스다. 어쩌면 우리가 가을마다 만발하는 그 꽃에게 코스모스(Cosmos), 우주라는 위대한 이름을 지어준 이유는 바로 우주의 계절이 가을이기 때문이어서는 아닐까? 

 

우리 우주는 항상 그래왔듯, 앞으로 찾아올 머나먼 겨울을 향해 오늘도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 우주는 138억 년째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인간이 가을을 보내는 우주가 맺은 탐스런 과일이었다고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참고

https://journals.aps.org/prd/abstract/10.1103/PhysRevD.91.043532

https://arxiv.org/pdf/astro-ph/0302506.pdf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08/way-universe-ends-not-whimper-bang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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