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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의사 총파업 와중 SNS 달군 '소문' 검증해보니

의사 대출 막힌다? 한의사에 의사 면허 발급?…복지부 "대부분 가짜뉴스" 일축

2020.08.27(Thu) 11:06:09

[비즈한국] ‘인포데믹스’다. 최근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으로 정부와 의사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의사집단을 향해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다는 등 근거가 불명확한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의사의 대출 금리만 높인다’든지 ‘시·도지사의 친인척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정부가 공공의대(공공보건의료대학원) 정책을 추진한다’는 등 다양한 설이 잇따라 나온다. 의료계 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하자 정부도 사실이 아니라며 대응하고 나섰다.

 

정부가 의사집단을 향해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다는 등 부정확한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의사는 앞으로 대출받기 힘들어진다?…은행권 “원래부터 의사와 크게 관련없는 대출”

 

지난 25일 의사들의 SNS에는 “정부가 9월부터 의사를 대상으로 주던 기술신용평가(TCB) 대출을 없애라고 은행권에 지시했다”는 글이 빠르게 번졌다. 26일에는 TCB 대출 대상에서 의사와 약사 등 보건업종이 9월부터 제외된다는 보도가 나오며 이슈는 더욱 커졌다. 일부 의사와 국민들은 ‘시기가 미심쩍다’, ‘정부의 의사 옥죄기와 보복이 시작됐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TCB 대출은 담보 대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프로그램이다. 기술은 우수하지만 담보나 현금창출 능력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TCB사나 은행이 발급한 기술평가서를 바탕으로 창업 초기(설립 후 7년 이내) 기술력 우수 중소·벤처기업 중 일정 등급 이상을 획득한 경우에 신용대출을 해준다. 한 기술신용평가기관 관계자는 “개원의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대개 대출 가능한 최저 등급인 T6 이상은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즉 7년 이내 개원의들은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취재 결과 최근 은행권과 한국신용정보원·기술신용평가기관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한국신용정보원 관계자는 “9월 시행 예정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건 맞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 금융위원회에서 시중은행에 병·의원 등도 유의 업종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공문은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를 의사 집단 휴진에 대응한 정부 압력이라 해석하기는 힘들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병원 같은 보건업이 기술신용대출 대상이 맞는지에 대해서 2018년부터 논의가 계속된 부분이다. 유의 업종에 도·소매업 등 다른 업종도 포함되기 때문에 의사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질 높은 지원을 위해 유의 업종 포함이 필요하다는 은행권과 기술평가를 통해 수수료 받는 입장인 기술평가사 쪽 입장이 갈리는 것으로 안다. 의사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의사들의 SNS에는 “정부가 9월부터 의사를 대상으로 주던 기술신용평가(TCB) 대출을 없애라고 은행권에 지시했다”는 글이 빠르게 번졌다.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대출 문턱을 높여 개원의를 줄이려는 정부의 속셈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꺼낸다. 그러나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보건업을 유의 업종에 포함한다고 해서 7년 이하 개원의를 비롯한 모든 의사가 TCB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다. 특수한 기술이나 특허를 가진 개원의는 당연히 대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TCB 유의 업종에는 육상 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숙박업·음식점업·부동산업·금융업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정작 TCB 대출을 받아야 할 대상이 못 받고 있다는 지적에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2018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으나 오히려 늦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의사 직군 대출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의사는 TCB 대출 외에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다. TCB 대출은 전공의·봉직의 등 의사는 애초부터 대상이 아니어서, 현장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 예상한다”며 “올해 들어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개원의를 통해 TCB를 하려고 해 정부가 제동을 건 것 같기도 하다”고 의견을 표했다.

 

#시·도지사 자녀 특혜 주려 공공의대 정책 추진?…복지부 “가짜뉴스”

 

공공의대를 둘러싸고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이야기도 정치권과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발단은 2018년 10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 자료였다. 여기에는 “시·도지사 추천에 의해 해당 지역 출신자를 선발하고, 해당 지역에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지역 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고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시·도지사의 자녀와 친인척 등이 선발될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복지부는 ‘가짜뉴스’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24일 블로그를 통해 “시·도지사가 개인적인 권한으로 특정인을 임의로 추천할 수 없다”며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위원회가 정부 제시 심사기준을 토대로 시·도에 배정된 인원의 2~3배수를 객관적으로 선발해 추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시민단체가 공정하게 인재를 뽑을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다시 쏟아졌다. 이에 복지부는 “구체적인 선발 방식은 국회 법안 심의 과정을 통해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25일 해명했다. 21대 국회에서 논의할 공공의대 법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30일 대표 발의했는데, 해당 안에는 “학생 선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말만 나와 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청년들은 기회의 공정성을 중시한다. 복지부가 쓸데없는 오해를 불렀다”고 SNS를 통해 질타했다.

 

공공의대를 둘러싸고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이야기도 정치권과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이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한의사에게도 의사면허 발급?…복지부 “검토한 적도, 검토할 예정도 없다”

 

한의사가 보수교육만 받으면 의사면허를 복수 발급할 수 있게 된다는 소문도 의료계를 흔들었다. 이는 지난 8월 6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과 대한한의사협회 주최로 ‘포스트 코로나19, 한의사·한의대를 활용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 국회 간담회’가 개최되며 ‘정부가 면허 복수 발급을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확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한의사와 의사 상호 포괄면허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도 민 의원은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규칙을 만들고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면허통합, 기관통합, 의료통합 모두 멀었다”고 말했고, 이창준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의료일원화 논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한의계 내부와 의료계의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도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의사·의사 교차 면허 발급) 내용은 검토한 적도, 향후 검토할 예정도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한편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강대강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파업 첫날인 26일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지만, 27일에도 의협은 총파업을 이어간다. 26일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 2787곳 중 10.8%인 3549곳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뚜렷한 합의점이 나오지 않는 이상 사태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투쟁 당시 업무개시 명령을 위반해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된 의사 두 명은 각각 대법원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t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의료계 집단휴진 정부 업무개시 명령 발동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진료 공백 우려 방지 등을 고려한 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1.0%를 차지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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