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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위한 '소비자 대응 매뉴얼' 안 만드나 못 만드나

불만 느는데 대응은 제각각…관련 부처·단체 "업종 광범위해 대응체계 구축 어려워"

2020.08.25(Tue) 18:02:20

[비즈한국]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지만 들쭉날쭉한 보상 체계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잖다. 일부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매뉴얼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관련 부처나 단체에서는 “업종이 광범위하므로 스타트업만을 위한 별도의 소비자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비즈한국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서 발생한 소비자들의 불만 사례들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소비자들이 서비스 이용 중 불편함을 느껴 업체에 이를 알렸지만 피드백이 더디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관련기사 '단 5분 들었는데 환불액이…' 클래스101 고할인의 함정, 공유 전동킥보드, 사고 나고도 보상 못받은 '황당' 이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에게 소비자 대응은 어려운 문제다. 관련 부처나 단체에서 ​매뉴얼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4일 ‘위기를 기회로,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청와대 제공

 

최근 A 씨는 카셰어링 업체의 서비스 이용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해당 업체의 차량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만 잠금이 해제되는데 앱이 약 40분간 작동하지 않은 것. 고객센터에 이를 알리려 전화했지만 열 번 만에 겨우 통화가 연결됐다. A 씨에 따르면 업체가 기술적인 결함은 인정했으나 A 씨에게 돌아간 보상은 5000포인트뿐이었다. 

 

A 씨는 “앱 오작동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체감 시간은 더 길게 느껴졌다. 굉장히 답답했다. 고객센터 연결이 더딘 것도 한몫했다”며 “그런데 업체 관계자는 기기 오작동은 10분이었고, 나머지 귀책 사유는 우리에게 있다며 규정대로 5000포인트를 보상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더라”며 “우리가 보상을 바라고 전화를 한 듯 취급해 기분이 나빴다. 보상 금액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변명 없이 빠르고 말끔한 피드백을 원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보상체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자사 서비스 이용 중에 발생한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은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한다.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더라도 말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우선주의’에 힘을 실었다.  

 

반면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업체마다 여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업체가 소비자의 불만 사항을 소홀히 다루려 하겠나. 다만 소비자가 환불·보상 약관 등을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모든 소비자에게 한없이 보상할 수 없는 이유다. 차라리 정부에서 이를 위한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도 소비자 대응 매뉴얼이나 교육 프로그램만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은 5월 20일 중기부 주최로 열린 ‘컴업 2020’ 조직위 출범식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관련 부처나 단체들은 스타트업 전체를 위한 매뉴얼 마련이나 교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창업 교육, 창업 멘토링, 사업화 자금 지원, 업무 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 응대와 같은 문제는 주로 창업 교육이나 멘토링 프로그램 진행 시 세부 과목 정도로 들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별도로 특정 분야만 세분화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지는 않는다. 스타트업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한 데다가 소비자를 응대하지 않는 B2B(기업 간 거래) 스타트업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역시 “주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하는 창업 교육 외에 별도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없다. 법적 테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례라면 개별적으로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매뉴얼·교육 마련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스타트업 업종이 다양하고 그 속에 관련 법률이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섣불리 가이드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사후 처리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눈에 띄게 많이 접수되는 분야거나 특정 분야에 소비자 구제와 관련한 법률이 없으면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후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건의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불만 사항을 개선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실태 조사는 주로 업종·품목별로 진행한다. 스타트업 전체에 대해서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범위가 너무 넓다. 다만 스타트업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거래에서 기존에 없었던 불만 사례들이 접수될 경우에는 내부 심의를 통해 조사 과제로 선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소비자 응대 시스템 구축 과정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경력자 1명만 영입해도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스타트업을 위해서 관련 부처나 단체에서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만들어 예비 창업자들이나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요구 중 과도한 부분과 수용 가능한 점들을 매뉴얼에 담아 담당자를 교육한다면 지금과 같은 사례들을 충분히 기업 자체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의 불만 사항을 잘 해결하는 것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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