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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 6] 장명균-발효의 미학으로 풀어낸 우리 미감

2020.08.21(Fri) 10:22:05

[비즈한국] 당연하게 여겨왔던 평범한 일상사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 소소함의 가치가 우리 삶의 전부라는 깨달음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 미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초심은 평범하지만 솔직함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미술의 중심으로 보듬는 일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아름다움을 주는 미술의 구축이 그것이다. 처음의 생각을 더 새롭고 확고하게 펼치기 위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스미다-소국: 100×56cm 한지에 혼합재료 2016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감동의 의미를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울림을 새겨 넣는 걸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울림의 밀도는 예술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로 통한다. 

 

미술이 주는 감동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손맛이 아닐까. 손이 빚어내는 시각적 흔적에서 회화의 감동을 만나게 된다. 땀내 물씬 밴 솜씨가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려 마음을 여는 셈이다. 

 

요즘 우리 미술계에서는 이런 울림이 있는 작품을 보기가 어렵다. 어쭙잖은 아이디어, 국적이 불분명한 팝아트, 대중문화에 편승한 얄팍한 감수성, 깜짝쇼를 위한 충격 요법. 이런 것들로 버무려진 정체불명의 미술이 흐름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Permeate-peony: 53×45.5cm Mixed media 2019


 

이런 대세를 거슬러서 자신만의 미술 언어를 탐구하는 작업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소중한 시각 체험이다. 

 

장명균의 작업이 그렇다. 장인의 자세로 진득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먹과 채색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 회화 기법으로 이 시대 우리 미감을 찾아가는 작가다. 전통 공예 장인이 땀의 결실로 작업을 하는 자세로 자신만의 작업 방식을 지켜나가고 있다.

 

노동의 결정체가 빚어내는 감동을 찾아가려는 자세다. 그는 전통 한지 위에 옅게 희석한 붉은 빛이 도는 먹을 수없이 겹쳐 칠하는 방식으로 먹색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장명균 회화는 식물을 모티브로 삼지만 바탕이 되는 먹색으로 인해 추상적으로 보인다. 

 

한지에 스며들어 우러나오는 붉은 먹색은 속 깊은 울림을 준다. 어떤 울림일까. 곰국 같은 맛이다. 이런 맛은 작가가 말하는 작업 방식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인위적인 붓의 터치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희석된 물속에 떠 있는 안료 입자들이 그저 편안히 가라앉아 바탕 재료에 안착하여 스며들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스미다-붓꽃: 37×133cm 나무에 혼합재료 2018

  

 

장명균은 이런 작업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한국적 미감의 하나인 ‘발효의 미학’이다. 발효문화는 울림이 진한 맛을 지닌 우리 고유 감성이다.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서야 드러나는 맛이다. 김치나 된장, 간장이 담고 있는 진득하고 깊은 맛이 그렇다. 기다림의 미학, 느림의 미학이 배어 있는 것이다. 

 

이런 맛은 혀끝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혀 속 깊이 새겨야 비로소 느껴진다. 그의 작업은 스치듯 보면 그저 그런 전통 채색 꽃 그림처럼 보인다. 오래 보고 깊이 새겨야 장명균 작가의 의중에 다가설 수 있다. 발산하는 색채가 아니고 침잠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한없이 가라앉아 스며든 색인데도 우리의 눈을 끌어당기는 이유는 그 속에서 투명한 공간의 느낌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이게 작가가 찾아가는 우리 미감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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