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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위풍당당 돈화문부터 비밀의 후원까지, 조선 궁궐의 진수 창덕궁

조선 임금들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일한 궁궐

2020.07.28(Tue) 14:37:41

[비즈한국] 서울 수도권 박물관과 함께 조선의 궁궐들도 지난 주부터 문을 열었다. 아직 부분 개관이라 관람 규모는 평소보다 줄었지만 덕분에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둘러보기 좋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조선의 궁궐은 모두 5개. 그 중 하나만을 봐야 한다면 단연 창덕궁이다. 

 

조선 임금들이 가장 사랑한 궁궐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일한 궁궐이 바로 창덕궁이다. 위풍당당한 모습의 돈화문에서 비밀스런 아름다움을 간직한 후원까지,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이유다. 

 

19세기 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이전까지 270여 년 동안 조선의 임금은 대부분 창덕궁에 머물렀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사진=구완회 제공

 

#돈화문에서 낙선재까지, 이야기 따라 걷기

 

조선 궁궐의 대명사는 경복궁이지만, 조선 왕들이 가장 사랑한 궁궐은 창덕궁이었다. 임진왜란으로 경복궁과 창덕궁이 모두 불타버린 이후, 나라 살림이 어려운 탓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창덕궁을 먼저 복구해 머물렀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이전까지 270여 년 동안 조선의 임금은 대부분 창덕궁에 머물렀다. 평지에 들어선 경복궁이 조선 왕실의 위엄을 나타냈다면, 북한산 자락을 그대로 감싸 안은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건물이 훼손되어 1991년부터 지금까지도 복원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창덕궁은 다른 궁궐에 비해 원형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다. 

 

창덕궁 관람은 궁궐전각 관람과 후원 관람으로 나뉜다. 관람료 3000원의 궁궐전각 관람은 후원을 제외한 창덕궁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5000원의 후원 관람은 문화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미리 신청한 소수 인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은 12세 소년 고종이 즉위한 곳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궁궐전각 관람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서 시작한다. 아름다운 돈화문 앞으로 길게 뻗어 나온 월대를 먼저 주목할 것. 월대란 건물의 돌 기단이 앞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그 위에서 행사를 하기 위한 의례용 시설이다. 보통은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가 이루어지는 정전이나 왕과 왕비, 대비 등이 거주하는 내전 건물에 있기 마련이다. 궁궐의 정문에 이렇듯 월대가 길게 뻗어 나와 있는 것은 돈화문이 유일하다. 영조는 이곳에서 백성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기도 했단다. 일종의 ‘대민광장’ 혹은 ‘여론수렴광장’이었던 셈이다.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은 12세 소년 고종이 즉위한 곳이다. 바로 이전의 철종께서 창덕궁에서 돌아가셨기에 고종은 인정문 앞의 광장에서 즉위식을 갖고 인정전의 용상에 앉았다. 선왕의 상중에 치러지는 즉위식은 당연히 간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경복궁 근정전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왕실의 위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궁궐전각 관람의 마지막 코스인 낙선재는 비운의 왕실 여인들이 머물던 장소다. 사진=구완회 제공


인정전을 지나면 국왕의 업무공간인 선정전과 희정당, 침전인 대조전 등이 이어진다. 궁궐전각 관람의 마지막 코스인 낙선재는 비운의 왕실 여인들이 머물던 장소다. 조선 왕조의 마지막 중전인 순정효황후 윤씨와 고종황제의 외동딸인 덕혜옹주, 그리고 순종의 이복동생 영친왕의 아내인 이방자 여사가 낙선재를 지킨 안주인들이다. 

 

#조선 국왕이 사랑한 창덕궁 후원 감상

 

창덕궁까지 왔다면 반드시 후원을 봐야 한다. 한때 ‘비원’으로 불리던 후원은 창덕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다. 비원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의 유산이므로 조선 궁궐 정원의 원래 이름인 후원 혹은 북원이나 금원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창덕궁 후원을 이루고 있는 네 개의 정원 중에 맨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부용지다. 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이 있고, 마치 나그네가 물에 발을 담근 모습인 부용정과 주합루가 마주 보고 있다. 주합루는 정조 때 지어진 2층 누각으로 1층에는 왕실도서관인 규장각이 있었다. 정조는 자신이 총애하는 신하들을 규장각에 배치해 학문을 연구하고 국왕을 보좌하도록 했다. 부용정에서는 정조와 신하들이 함께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제대로 시를 짓지 못하는 신하들은 연못 안의 작은 인공섬으로 ‘유배’를 보내기도 했다고. 

 

네모난 연못 부용지 안에 둥근 섬이 있고, 마치 나그네가 물에 발을 담근 모습인 부용정과 주합루가 마주 보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연꽃을 사랑하는 연못’이라는 뜻의 애련지는 숙종이 붙인 이름이다. 연못가 북쪽 중앙에는 사방이 뚫린 아담한 정자인 애련지가 자리잡았다. 두 발을 연못에 담그고 있는 애련정에서 보는 풍경 또한 그대로 액자 속 그림이다. 애련지 옆에는 통돌을 깎아 만든 불로문이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족의 건강을 빌면서 통과해보는 건 어떨까. 불로문을 지나면 울창한 숲 속에 띄엄띄엄 정자들이 숨어 있는 창덕궁 후원의 속살이 이어진다. 

 

‘연꽃을 사랑하는 연못’이라는 뜻의 애련지. 숙종이 이름을 붙였다. 사진=구완회 제공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정자들을 지나면 후원의 가장 깊은 골짜기인 옥류천이다. 이곳은 자연을 그대로 살리면서 약간의 인공을 가해 만든 한국식 정원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바위(소요암)에 조그만 홈을 파서 인공 폭포를 만든 셈인데, 높이가 삼 척(약 1미터)이 될까 말까 한 조그만 폭포(?)를 만들고선 숙종은 ‘비류삼백척(飛流三百尺: 폭포수 삼백 척)이라고 당당하게 시를 짓고 바위에 새겨 놓았다. 

 

정조의 부용지에서 조선 정원의 진수인 옥류천까지, 창덕궁 후원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후원의 가장 깊은 골짜기 옥류천에는 바위(소요암)에 조그만 홈을 파서 만든 일종의 인공 폭포가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창덕궁 

△위치: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99

△문의:  02-3668-2300

△관람시간: 궁궐전각-09:00~18:30(6~8월), 09:00~18:00(2~5월, 9~10월), 09:00~17:30(11~1월), 후원-하루 6회 예약 관람(회당 온라인 20명, 현장 20명), 월요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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