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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급한 5G 통신 시장에 드리운 '화웨이 리스크'

지속적인 미국 압박 속 '홍콩보안법'이 방아쇠 역할…막대한 교체 비용 및 특허 분쟁 '예고'

2020.07.22(Wed) 16:15:44

[비즈한국] 무럭무럭 자라는 5G 시장과 미국-중국간 치열한 무역 전쟁이 맞물린 지금,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은 화웨이다. 화웨이는 5G 시대 기술 리더십을 꽉 쥐고 있는 거물인 동시에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 타깃이다.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가 거세지고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까지 형성되면서, 중국의 간판 ICT 기업인 화웨이가 타격을 입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영국이 자국 통신사들에게 화웨이 장비 구입을 금지시켰다.

 

5G 시장은 2026년까지 약 81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무르익는 5G 시대에서 이 분야 최강자인 화웨이와 등져도 과연 괜찮은 걸까.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인해 화웨이가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화웨이가 영국 런던에 설립한 5G 이노베이션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화웨이 주요 임원들이 손가락를 모두 펴 보이며 5G를 강조하는 모습.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영국 너 마저”…홍콩 국가보안법, 화웨이에 최대 악재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화웨이 공격에도 꿋꿋하게 화웨이 손을 놓지 않던 영국도 결국 등을 돌렸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 문화 미디어 체육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각) 하원에 출석해 올해 12월 31일 이후 영국 통신업체들은 화웨이의 5G 장비 구입을 할 수 없고, 오는 2027년까지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월 29일 영국 정부는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있어서 비핵심 장비 부문 시장점유율 35% 상한선을 두는 조건으로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미국의 반(反)화웨이 기조에 적극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지였고, 화웨이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영국이 화웨이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이유는 우선 화웨이 5G 통신 장비가 뛰어난 기술력에도 경쟁사 대비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존 화웨이 장비와의 호환성 등으로 자국 통신사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경우 장비 교체 비용 등으로 손해가 크다.

 

이와 함께, 영국은 첩보 협력 동맹을 맺고 있는 영미권 5국(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으로 구성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연맹에 속하면서도 중국과의 교역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특히 영국은 올해 2월 1일부로 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 조치로 다른 무역 대상국이 절실했던 상황이라 중국과의 원만한 경제 협력이 필요했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랬던 영국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표면적인 이유는 보안문제와 미국의 거세지는 화웨이 제재 때문이다. 화웨이 장비를 통해 국가의 정보가 중국으로 넘겨진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올리버 장관은 “장기적으로 영국의 이동통신망, 국가 안보, 경제를 위해 옳은 결정"이라며 “미국 제재로 영국은 화웨이 장비에 더 이상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 강경 보수파가 홍콩 국가보안법에 반발하며 중국 제재를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4년 영국-중국간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고 1997년 홍콩을 중국으로 반환했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7월 1일부로 홍콩 국가보안법을 실행함에 따라 양국 간 공동선언 정신에 위배된다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 영국은 최근 홍콩 시민 대상 영국 이민법 개정 추진,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 중단 등을 발표했으며 국제사회가 인권유린국에 비자 발급 제한,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내리는 ‘마그니츠키 제재’를 중국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파이브 아이즈의 신분이면서 중국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영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왔지만 이번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이라는 도덕적 명분을 얻게 됨에 따라, 화웨이 건에 있어선 입장이 미국 쪽으로 확실히 기울 수 있게 됐다. 

 

영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게도 그동안의 화웨이 배제는 그저 미국 줄서기로 비출 수 있어 입장이 애매했지만, 국제적 비난 여론이 큰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좀 더 편하게 미국 편을 들 구실을 얻을 수 있어 화웨이에게 이 법은 가장 큰 악재라는 분석이다.

 

영국의 화웨이 배제 결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누구보다 크게 기뻐했다.

 

#“화웨이와 결별 시 5G 투자 비용 대폭 상승”

 

하지만 화웨이와 대립하는 5G 시장은 순조로울까? 얼라이드 마켓리서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포함한 5G 시장은 2020년 약 6조 6000억 원에서 2026년 약 810조 원 규모로 약 120배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의 리더가 화웨이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26.2%), 에릭슨(23.4%), 삼성전자(23.3%), 노키아(16.6%) 순이다.

 

화웨이 결별의 직접적인 대가는 큰 비용 부담이다. 영국의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화웨이에 대한 경쟁 제한이 발생할 경우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인도, 호주, 프랑스, 캐나다의 5G 관련 투자비용이 연 8~2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견했으며 이로 인한 GDP 감소액은 2035년까지 미국 최대 약 76조 원, 영국 최대 약 14조 원, 일본 최대 41조 원 등으로 추산했다. 

 

각국 통신사들도 선택의 자유를 뺏기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화웨이 외에도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NEC 등의 대안이 있지만, 기존 화웨이 장비를 억지로 뜯어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이 크다. 브리티시텔레콤(BT)과 보다폰 관계자는 영국의 화웨이 배제 조치에 불만을 표하며 이는 추후 블랙아웃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LG유플러스도 3.5기가헤르츠 대역 5G 장비 일부가 화웨이 제품이다. 추후 28기가헤르츠 5G 장비 도입에 있어서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기술력, 가성비 등을 고려하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5G 통신 장비 도입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은 통신업체들이 막대한 기존 시설 교체 비용과 더 비싼 장비를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특허왕 화웨이, 자율주행•IoT 등 전방위적 영향력 행사 

 

그레이B가 2019년 9월 발표한 주요 기업들의 5G 특허 현황을 보며 화웨이가 1만 3474개로 전 세계 1위이며, 퀄컴이 1만 2719개, 삼성이 9299개로 뒤를 잇는다. 이어 에릭슨이 8116개, LG가 7694개, 노키아 5554개, 인텔 5000개, 샤프 3936개, ZTE 3860개, 소니 2941개 순이다. 특히 ‘표준 필수 특허(해당 특허를 이용하지 않고는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어려운 핵심 특허)’의 비중도 화웨이가 19%로 가장 높고, 삼성이 15%, LG가 14%, 노키아와 퀄컴이 12%, 에릭슨 9% 순이다.

 

또 화웨이는 자율주행 관련 특허도 적극 구비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018년말에 신청한 이용자의 주행 이력 및 실시간 주행 환경 데이터 기반으로 안전을 높이는 자율주행 방법과 시스템 관련 특허를 공개했다. 0.1초의 반응속도 차이가 생명을 좌우하는 자율주행에 5G 기술은 필수적인 만큼, 5G 리더십은 주도권 확보의 무기다.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대세가 되어가면서 핵심기술인 사물인터넷(IoT) 도입을 위해 탄탄한 5G 기술이 점점 더 기업들에게 필요해진다.

 

즉 기업들이 화웨이 장비를 치운다 해도 이 회사는 막강한 특허를 무기로, 이동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자율주행, IoT 등 5G가 필수인 미래 먹거리 산업 전반적으로 로열티 전쟁을 벌일 힘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화웨이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을 상대로 핵심 네트워크 장비, 유선 장비, IoT 관련 분야에서 약 1조 1800억 원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한 바 있다.  

 

5G 시장 주요 기업들의 특허 보유 현황. 사진=그레이B 제공

 

# 미국의 ‘입체적’ 공격에 총알받이 신세 지속

 

미국의 중국 제재가 워낙 삼엄한 만큼, 앞으로도 화웨이는 총알받이 신세를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다수의 국가들이 미국과의 탄탄한 동맹이 화웨이 단절의 손해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은 화웨이에 우호적인 나라들에도 손을 뻗고 있다. 최근 브라질 주재 토드 채프먼 미국 대사는 화웨이의 20년 단골인 브라질이 화웨이를 배제하고 삼성, 에릭슨, 노키아 등의 제품을 도입할 경우 금융지원을 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까지 포섭하고 있다. 이렇게 입체적이기까지 한 미국의 공격으로 화웨이의 기술력이 아무리 높아도 제품 생산 자체에 차질을 야기, 시장 지배력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화웨이 스마트폰 AP의 98%를 생산하던 대만의 TSMC는 9월부터 더 이상 화웨이의 주문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웨이는 대안으로 대만의 또 다른 반도체 제조사인 미디어텍과 손 잡았지만, 외주 파운드리 선택의 폭이 적어지는 것은 분명 화웨이에 불리하며, 이는 기술력 실현 지연 및 가성비 저하 등으로 이어져 화웨이의 기존 단골들에게도 매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전 세계 다수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을 비난하면서도, 비즈니스적 선택에 있어서는 기술력과 가성비를 우선순위로 두고 싶을 것이다.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제품 자체로 인정받는 장비가 타의에 의해 공급이 원활치 못하게 된다면 고객사들도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가성비가 낮은 제품을 억지로 구매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설령 중국의 비호를 받아왔다 해도 어쨌든 화웨이가 5G 시대 기술 리더십에서 글로벌 톱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기술력이 아닌 정쟁의 소용돌이로 인해 기업이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된다면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떠나 5G 산업 전반에는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강현주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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