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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예비창업자 눈으로 본 '푸드테크' 비용과 효용성

서빙로봇·바리스타로봇·키오스크 확산, 비용 절감보다 홍보 방점…"로봇과 협업 방식 고민해야"

2020.07.22(Wed) 10:08:26

[비즈한국] “음료는 뭐로 하시겠어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카페 ‘봇봇봇’을 찾았다. 로봇과 직원이 동시에 일한다는 카페라지만 다른 곳과 크게 차이가 없는 듯했다. 세 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주문 접수와 결제를 도맡았고 커피 제조도 일부분 하고 있었다. 얼음을 넣고 밀크 폼을 만들어 완성된 커피 한 잔을 완성하는 작업은 사람의 손끝에서 빚어졌다. 그런데도 매장에 들어오는 로봇 문의는 꽤 많다고 한다. 왜일까?

 

핵심은 ‘편리함’이었다. 커피를 만드는 데 쏟은 기여도로만 따지면 로봇이 단연 우위였다. 기자가 커피를 주문하자 ‘드립봇’이 커피를 추출하고 직원은 컵에 붓기만 했다. 이 매장에는 케이크에 그림을 그려주는 ‘디저트봇’과 칵테일을 만드는 ‘칵테일봇’도 있다. 매장 직원은 “다른 카페에서도 일을 해봤는데 보통 드립커피를 만들 때는 계속 신경 써야 해 동시에 다른 일을 못 했다. 지금은 로봇이 움직이는 동안 다른 정리를 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외식업계에서 푸드테크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속히 떠올랐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카페 ‘봇봇봇’의 디저트봇. 사진=김명선 기자


외식업계에 ‘푸드테크’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속히 떠올랐다.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말로 식품 관련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것을 뜻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비접촉)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더욱 주목받는다. 창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무인로봇’과 ‘로봇카페’에 대한 질문이 꽤 많아졌다. 푸드테크 서비스, 창업자 입장에서 과연 고려해볼 만할까. 기자가 예비 창업자가 되어 알아봤다.

 

#배달의민족 ‘딜리’ 50대 늘고, 무인로봇카페 ‘비트’ 문의 300% 증가

 

외식업계에서 특히 관심이 쏠리는 기술은 서빙로봇이다. 2019년 11월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딜리)’를 상용화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월 초에는 전국 12곳 식당에 18대가 공급됐는데, 7월 20일​ 현재 48곳에서 65대 로봇이 서빙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으로 공급된 대수만 집계한 수치다. 지난 4월 우아한형제들은 전국 식당 10곳에 딜리를 무료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당시 신청자가 몰려 50곳으로 지원 대상을 늘리며 높은 인기를 방증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양꼬치 가게에서는 바쁜 시간대에만 서빙로봇을 운영한다. 직원이 음식을 전달할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로봇이 서빙하는 방식이다. 가게 직원은 “신기해서 찾는 분들도 많다. GPS(위성항법장치) 기반으로 로봇이 자동으로 움직이니 바쁠 때는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빙로봇을 만들어 판매하고 빌려주는 업체도 여러 개 생겼다. 비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외식업계에서 특히 관심이 쏠리는 기술은 서빙로봇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딜리)’는 2월 초 18대에서 7월 20일 65대로 유상 공급 수가 늘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양꼬치 가게. 테이블 번호를 표시한 천장의 하얀 점을 ​서빙로봇이 ​인식해서 서빙을 한다. 사진=김명선 기자


지난 20일 신규 서빙로봇 두 종을 추가한 우아한형제들은 딜리의 월별 대여 요금을 24개월 기준 80만~90만 원, 36개월 기준 60만~70만 원 선으로 책정했다. 설치비용으로는 40만~80만 원을 요구한다. 또 다른 서빙로봇 판매업체 위캔코리아는 “일시불로 결제하면 로봇 하나당 1890만 원이다. 1년 무상 AS(사후관리) 기준 월 렌털 비용은 58만 8000원이고, 3년 무상 AS를 원하면 한 달에 68만 8000원을 내면 된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대개 3년 정도 계약 기간을 두고 중도 해지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식업계 종사자나 예비 창업자 사이에서는 커피를 직접 제조해주는 바리스타 로봇이나 무인로봇 카페도 인기를 끈다. 무인로봇 카페 ‘비트’를 상용화한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달콤 관계자는 “80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이전보다 고객 문의 전화가 200~300% 늘었다”며 “코로나가 확산한 1월 이후 새롭게 연 매장은 20곳이다. 주로 기업 사내 카페 등 특수 매장에 입점 비율이 치중돼 있었는데, 최근에는 복합상가나 리조트 같은 생활밀접시설 상권에도 많이 들어섰다”고 밝혔다.

 

비트 매장을 내려면 9950만 원이 필요하다(부가가치세 별도). 사람이 상주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다. 비트 창업 상담사는 “금융상품 형태로 계약이 진행된다. 통상 3년 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 원, 월 렌털 비용은 약 21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임대료 외에 로봇과 커피머신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어서, 인건비에 더해 권리금과 재료비, 가맹 비용을 따져봐야 하는 프랜차이즈 카페 창업보다는 초기 부담이 덜할 수 있다.

 

이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생각해볼만 한 바리스타 로봇은 어떨까. 바리스타 로봇 판매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을 많이 느끼는 카페 창업자들이 문의를 많이 한다. 점주 부담을 줄여주려 얼마 전 카드사와 할부 협약을 맺었다”며 “핸드드립 로봇은 5000만 원, 아메리카노부터 라테까지 모두 제조 가능한 로봇은 9000만 원이다. 초기에는 비싸다 생각될 수 있지만, 3년 계약 기간이 지나면 매출만 유지돼도 이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3D프린팅 커피라테는 아직 갈 길 멀어…로봇과의 협업 방안 고민할 시점

 

키오스크는 외식업계 관계자와 소비자 모두에 가장 낯익은 푸드테크 서비스다. 가격은 300만 원 정도로 서빙로봇이나 바리스타로봇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키오스크가 있는 서울 을지로 세븐일레븐 시그니쳐점. 사진=이종현 기자


키오스크는 외식업계 관계자와 소비자 모두에 가장 낯익은 푸드테크 서비스다. 성동구에 있는 한 소규모 일식당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키오스크를 새롭게 들였다. 가게 직원은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직원들이 다른 일들을 더 빨리 처리하게 되면서 매출이 이전보다 많이 늘었다. 직원 수에는 변동이 없다”고 했다. 키오스크는 앞서의 로봇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판매업체도 많다. 두 업체에 직접 문의를 해보니 두 업체 모두 일시불로 360만 원을 요구했고 3년 계약 기준 임대비용으로는 월 13만 원 정도를 제시했다.

 

카페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3D프린터도 종종 언급되는 기술이다. 특히 지난 2019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커피에 식용색소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을 행정 예고하면서, 3D프린터를 이용해 커피라테 표면에 다양한 색상의 사진과 그림을 그리는 사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한 업체는 라테에 그림을 그리는 3D프린터를 약 32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다만 3D프린터를 활용하는 카페는 아직 드물다. 2019년 7월 라테아트 3D프린터가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에서 임시 허가받은 이후 도입해 카페를 운영했다는 한 매장 점주는 “커플이나 젊은 층이 좋아했다. 그러나 직접 사진을 기계에 올리는 방식이 번거로워서 한 번 체험한 뒤로는 안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푸드테크 시장이 더 활성화되면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아직 업계에서는 효율성 강화와 손님 끌기에 방점을 찍고 활용하고 있다. 김태완 카페 봇봇봇 점장은 “로봇이 모든 걸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로봇과 사람이 협업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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