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서울 집 사려면 24년 6개월 모아야, 다른 나라들은?

한국 19년 5개월로 106개국 중 16번째…미국 3~4년, 유럽 6~8년 수준

2020.07.10(Fri) 10:43:38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21번이나 내놓았지만 부동산 가격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 흐름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조만간 22번째 추가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여론 악화 속에 내놓을 22번째 대책마저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여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민심 이반과 대선 패배로 이어졌던 노무현 정부 때의 악몽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나라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소득주도 성장’ 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를 맞은 셈이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계 국가별·도시별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은 2020년 중반 현재 19.41을 기록했다. 이는 약 19년 5개월 동안 소득을 쓰지 않고 모아야만 집을 한 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PIR는 전 세계 조사대상 106개국 중에서 16번째로 높았다.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가 63.39로 가장 높았고, 인구 대비 영토 면적이 작은 홍콩이 43.52로 그 뒤를 이었다. 캄보디아(39.89)와 케냐(36.33), 스리랑카(34.98), 필리핀(29.92) 등 소득 격차가 큰 국가들에서 PIR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2.72로 가장 낮았고, 미국(3.72), 남아프리카 공화국(4.24), 아랍에미리트(5.14), 카타르(6.03) 등이 낮았다. 주거권 보장이 강한 유럽도 PIR가 낮게 나타났다. 아이슬란드(6.63), 벨기에(6.91), 덴마크(6.96), 네덜란드(7.45) 등이 PIR가 낮은 국가였다.

 

유엔이 주거권이 침해되지 않는 수준의 적정 집값으로 권고하는 PIR가 3~4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PIR는 이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국민들이 주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PIR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개선 흐름을 보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나빠졌다.

 

2009년 우리나라 PIR는 21.29까지 치솟았으나 2011년 20.82로 떨어진 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에 11.65까지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PIR는 2103년 11.52, 2014년 12.33, 2015년 13.91, 2016년 13.17을 기록했다.

 


이처럼 안정됐던 PIR는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일로다. 2017년에 PIR는 14.28로 소폭 오르더니, 2018년 15.28, 2019년 16.23, 2020년 19.41까지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걸고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음에도 PIR가 상승했다는 점은 임금상승보다 주택 가격 상승이 훨씬 가팔랐음을 의미한다. 

 

서울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서울의 올해 PIR는 24.58로 넘베오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래 사상 최고치다. 이는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24년 6개월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수준이다. 2009년 21.29였던 서울의 PIR는 이후 하락세를 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10.96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후 서서히 상승해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16.33까지 올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져 서울 PIR는 2017년 19.17까지 급등했다. 2019년 20.71로 다시 20선을 돌파하더니 올해는 25에 육박한 수준까지 올랐다.

 

이러한 우리나라와 서울의 PIR 추이는 각 정부의 주택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뉴타운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PIR가 하락세를 탔고, 박근혜 정부도 부동산 개발에 정책 무게를 두면서 PIR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급은 늘리지 않으면서 대출 억제 등 실제 소비자 수요를 옥죄는 정책을 하면서 주택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도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더 멀어지게 됐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현장] 성형하러 갔더니 비염수술 권하는 성형외과, 왜?
· 하나은행, '채용비리' 재판 2년째 1심 계류 중인 까닭
· [응급실에서] 코로나 6개월,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 'HUG 분양가 수용 총회' 취소, 둔촌주공 수싸움 들여다보니
· '10년 넘게 방치' 삼성물산 소유 양평 단독주택의 정체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