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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은 공공재일까' 정부-제약업계 특허 논쟁

대통령 "공평하게 보급해야" 업계 "특허 인정 안 되면 개발 포기"…'강제실시권' 도입 의견도

2020.05.29(Fri) 13:58:05

[비즈한국] “미국 납세자들은 렘데시비르를 개발하기 위해 세금을 지불했지만 길리어드가 개발한 렘데시비르 가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는 렘데시비르를 둘러싼 가격 논쟁에 불이 붙었다. 렘데시비르 연구에 미국 정부 공적 자금이 투입됐으니 특허를 무효화해 제약사의 독점적인 가격 형성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이에 반대하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19일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백신과 치료제의 공정한 유통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면서 제약업계와 의료계 시민단체의 의견 충돌은 더욱 거세졌다. 결의안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업체가 특허권이나 임상시험 자료 등을 독점하지 않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공동 관리에 맡기는 내용이 포함됐다. 오늘(29일) WHO는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TAID) 산하 의약품특허풀(MPP)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다만 결의안은 결의안일 뿐 강제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진정한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국내외에서 정립되는 특허 독점 완화 방침은 의약품 가격 결정은 물론 환자들의 접근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민간 제약사가 특허를 갖게 되면 약 가격을 높게 매겨 환자들이 ‘먹지 못할 약’을 만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 제약사가 특허권을 인정받으면 다른 제약사들은 일정 기간 제네릭(복제약)을 만들 수 없어서다.

 

국내외에서 정립하는 특허 독점 완화 방침은 의약품 가격 결정은 물론 환자들의 접근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개발에 들어간 제약사들 역시 특허권을 내려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WHA에서 기조연설자로 발언한 문재인 대통령은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돼야 한다”며 “한국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WHO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대체로 특허권을 포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에 기업이 협조하는 것이지 따라가는 게 아니다”며 “정부가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의지를 꺾지 않는 수준에서 합리적 절차를 통해 특허권을 구매한다면 몰라도, 공익을 위한 일이니 무조건 특허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가 명운을 걸고 개발한 신약의 가치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개발 포기 사태도 줄줄이 이어지리라 예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의료시민단체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정부 공적 자금이 투입된 만큼 제약사의 특허권 제한을 통해 의약품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을 통해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추경 예산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이용한 예방용 임상을 진행하다 유효성 논란이 일자 임상을 일시 중단했다.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28일  부천종합운동장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 및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전진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은 “미국에서 공공연구 성과를 특허를 통해 사적 소유화하는 베이돌법이 1980년대에 시작된 이후, 세금으로 만든 약을 정작 시민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상업적 최종생산물에 대한 제품화만 붐이 일어나고 기초 연구나 혁신은 더뎌지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며 “제약사에서는 이 틈을 타 막대한 이윤을 얻고 싶겠지만 어느 정도 국제사회 압력을 이용해 강제하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준현 정책위원장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정부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단순히 민간 특허권만을 주장하는 건 옳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를 고려해 약값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도 “의약품이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약을 만드는 데 오래 걸려 약을 어디에 먼저 배분할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혜택을 보는 사람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나뉘는 것”이라며 제약사의 특허권 제한에 힘을 실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제실시권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제실시권은 공익적 필요가 있을 때 지적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강제로 제3자가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적재산권자에게는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세계 각국은 특허 독점을 완화해 모두가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감감무소식이다. 또 보상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다국적 제약사가 무역 보복 등의 조치를 통해 강제실시권 사용을 어렵게 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예상된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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