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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취소 이후 '의료코디'로 돌아온 안아키 한의사

의사 진료 이후 날짜 잡아 상담 진행…김 씨 "생활 처방에 국한, 문제 없어"

2020.05.20(Wed) 15:39:38

[비즈한국]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의사 김 아무개 씨가 과거 원장으로 근무하던 한의원에서 환자들과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본인을 ‘의료코디’ 혹은 ‘상담실장’으로 지칭한다. 그러나 보통 의료기관의 상담실장이 진료 전 환자의 예약 관리나 치료 시 주의점 등을 설명해주는 보조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김 씨는 따로 예약을 잡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의사 김 아무개 씨가 과거 원장으로 근무하던 한의원에서 환자들과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지난 1월 31일 김 씨의 한의사 면허는 취소됐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최종 유죄 판결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김 씨는 2018년 7월 27일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에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1심 선고를 인정하자 김 씨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면허 취소 처분을 집행 정지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의료인 자격이 박탈된 이후에도 김 씨는 대구에서 운영하던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상담을 제공해왔다. 현재는 한의원에 새로운 원장(일반의) A 의사가 들어와 진료를 진행하는데, 환자들은 A 의사에게 먼저 진료를 받은 후 김 씨와 상담을 원하면 날짜를 지정해 김 씨에게 대면 혹은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한의원 측은 “진료 상담은 의사를 통해 먼저 하고, 생활 상담이나 다른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 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보자에게 A 의사는 진료 이후 “사실 들어보니 이것(환자 상태)도 김 원장님이 봐야 할 것 같다. 직접 보는 게 나을 듯하다. 예약하면 내원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대상자의 상태나 증상 등을 확인하고 질병의 의심 소견을 밝히거나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상담 및 조언을 행하는 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김 씨는 제보자와의 전화 상담에서 이틀에 걸친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면 상담은 A 의사와의 진료 이후 예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페 내 환자들의 상담 후기에서도 상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한 카페 회원은 김 씨와 대면 상담을 통해 아이의 아토피가 악화한 원인을 고민하고 조언을 받았다며, 알레르기로 시작돼 악화한 아토피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이 “한의원에 가면 원장님(김 씨) 상담도 받을 수 있냐”면서 “현재 음식을 조심하고 햇빛 쬐기, 식염 온천 방문 정도를 하고 있는데 해독 전에 뭘 하면 좋겠냐”고 질의하자 김 씨는 “현재로는 그 정도가 적절한 듯하다”고 답을 남겼다.

 

김 씨의 상담 행위는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의료법 제33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대법원 판례는 △의학적 전문지식 필요 여부 △대상자의 상태에 따른 진단·처방·​처치 수반 여부 △행위의 효과 및 보건위생상 부작용 발생 가능성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의료행위라고 정의한다. 복지부는 질환의 관리나 예방을 위해 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환자가 행해야 할 사항 등을 안내하는 행위도 의료행위라 간주한다. 의료법상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는 한의사만 할 수 있다. 

 

김 씨의 상담이 의료행위에 해당할까? 김 씨는 카페 내에서 여전히 ‘아토피 릴레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 방법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씨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에게 숯가루를 최소 한 달간 먹여보라고 글을 올렸다. 사진=안아키 카페 캡처


의료인의 처방과 진단이 있는 상황에서 면허가 취소된 상황에서 비의료인의 상담 및 조언 행위에 대해 복지부는 ‘상담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당뇨 증세가 있는 환자에게 단 음식을 덜 먹으라는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면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상담을 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통 의사가 면허 정지되면 그런 활동을 안 한다. 사안이 특이해서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한의학에서는 음식도 약이다. 때문에 한약 처방을 비롯한 식이 조절 관련 부분도 의료행위가 될 여지가 있다”며 “최초의 의료행위는 문진에서 시작된다. 환자의 상태를 듣고 눈으로 보고 만져보며 진찰하고 질병을 예측한 후 처방하게 된다. 환자를 본다는 것은 눈으로 그 사람을 진단한다는 의미고 그러면 개별적으로 해주는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 생활 상담이라 볼 수는 없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비용을 받지 않더라도 상담 행위가 치료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영향을 미치면 진료 행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 씨는 원래 면허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취소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질병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의료행위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 의료행위 판단에서 환자가 원해서 상담을 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법령 해석과 유권 해석 관련된 부분이라 협회 차원에서 확실히 답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 씨는 카페 내에서 여전히 ‘아토피 릴레이 상담’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상담을 요청한 환자의 사진을 보고 김 씨가 치료법을 제시한다. 치료 방법은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아이가 아토피를 겪고 있다는 보호자에게 19일 “현재 아이 상태는 장기적인 만성화로 아토피가 된 상황으로 보이고 처음 시작은 항생제로 인한 독성발진으로 추정된다”며 “최소 한 달 정도 하루 한 번씩 숯가루를 먹여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카페 관계자는 20일 “아토피 릴레이 상담을 할 때 진료, 진찰, 치료 등의 의료적 상담을 추측하게 하는 표현은 삼가야 한다. 의료적 행위로 유추될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하고 답변을 하겠지만 문제가 됐을 때는 질문자의 의도 또한 의료행위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김 씨는 20일 비즈한국에 “진료 이후 생활상담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나는 생활 처방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게 의료 코디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원장님(A 의사)이 진료하기 전에 내가 이야기를 하면 예진이 되지만, 진료 후에 내가 환자와 말을 나누면 진료를 보완하는 상담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특별히 내게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는 사람에만 상담을 해준다. 내가 굳이 환자를 안 만나고 싶어도 나에게 한마디라도 듣고 싶어서 연락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전화로 하면 상황을 충분히 모르니까 진료 내용을 참고해 진료에서 ‘뭐가 빠졌구나’를 생각해 그것을 토대로 환자들과 이야기한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 아니겠냐. 나한테 피해를 봤다면 집단소송이 일어나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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