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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망중립성 논란 1] 나는 억울하다, 나도 억울하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 국내 망사업자 갈등 심화…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실익 따져봐야

2020.05.12(Tue) 11:35:02

[비즈한국] 인터넷은 국경을 허물고 전 세계를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만든 지 오래다. 하지만 나라마다 법이 다르고 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특히 이런 갈등은 IT 인프라가 가장 빨리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먼저 불거지는 경우가 적잖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망중립성’ 논쟁이다. 비즈한국은 최근 다시 뜨거워진 ‘망중립성’ 논쟁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대안과 해법이 가능할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갈등으로 시작된 ‘망 이용료’가 이번 주 국회에서 논의될 듯합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으로 더 잘 통하는 법안입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통신요금을 내는 게 맞는지 그른지를 한번 따져보자는 겁니다.

 

한마디로 이 회사들의 트래픽, 그러니까 서비스 데이터가 국내에 들어오는 데에 대한 대가를 내라는 것이지요. 이는 인터넷 업계에서 아주 오래된 이슈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법안의 이름은 넷플릭스를 떼어내고 그동안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의 인터넷 서비스를 적용해도 똑같습니다. 간단히 우리나라 통신사와 해외 서비스의 갈등이라고 봐도 됩니다.

 

망 이용료는 국내 통신사와 해외 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해묵은 논란 거리다. 이번에 코로나19로 넷플릭스 접속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일부 망사업자와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논란에 나오는 또 하나의 논리는 흔히 ‘망 이용료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것이 부정적인 이야기로 통하긴 하는데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면서 긍정, 부정을 떠나 변화와 관련된 갖가지 이슈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망 이용료가 옳은 개념이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통신사들이 서둘러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다만 이 이슈가 벌써 십수 년째 딱 부러지게 결론 나지 않고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망 이용료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대결을 통해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해외 트래픽 비용 부담 크다”

 

지난해 SK브로드밴드는 여러 해외 기업들과 얼굴을 붉혔습니다. 연초에는 페이스북과 망 이용 대가를 두고 소송을 하면서 해외 트래픽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트래픽이 ​늘어나는 ​데에 따른 대가를 해당 사업자가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요. 곧이어 이 논란은 넷플릭스로 옮겨붙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인기는 날로 늘어가고, 그만큼 트래픽 처리는 골칫거리였기 때문이지요.

 

아니, 인터넷망을 공급하는 회사가 인터넷 서비스의 인기 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다니 이상한 일이지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통신사의 기본 역할이고, 그 이용자와 이용량이 늘어나야 속도와 트래픽을 늘려 더 많은 요금을 받을 수 있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한 발짝 들어가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바로 해외망입니다. 우리가 보는 페이스북, 넷플릭스, 유튜브의 데이터는 어디에서 올까요? 네, 대부분은 일본에서 바다를 건너옵니다. 우리나라에 서버가 없습니다. 모든 갈등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니 잘 기억해두면 앞으로 하는 이야기가 조금 더 쉽게 읽힐 겁니다.

 

막대한 양의 동영상 콘텐츠가 바다를 건너오는 건 그저 거리나 양의 문제는 아닙니다. 모든 갈등의 중심에는 ‘돈’이 있습니다. 데이터가 국가를 넘을 때는 대체로 요금을 냅니다. 우리가 직접 내는 건 아니고 통신사들끼리 서로 주고받은 트래픽을 산정해서 요금을 냅니다. 그런데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동영상은 그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꽤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지연 없이 다닐 수 있도록 네트워크의 용량도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콘텐츠가 수돗물이라면 통신사들은 인프라인 수도관과 원료인 물값에 투자한다고 보면 비슷합니다. 그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더 큰 수도관을 깔아도 물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이내 한계에 다다릅니다. 곧바로 또 새로운 수도관을 깔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죠.

 

통신사들은 이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해왔습니다. 그동안 마땅한 답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단은 서비스들이 잘돼야 하니까 망 설비 투자를 이어갑니다. 통신사로서는 조금 억울합니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유튜브 때문에 망 투자가 계속되는데, 정작 이 회사들은 네트워크에 대한 돈을 내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보면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국내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억지만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이용자 따라 늘어가는 비용, 누가 부담해야 하나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대로 억울합니다. 콘텐츠와 이를 서비스할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했고, 그에 따른 통신요금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논쟁이 생기는 건 그 요금을 우리나라 통신사에 내지 않는다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당연히 각 서버는 유료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그 네트워크를 따라 우리의 TV나 스마트폰으로 콘텐츠가 흘러오는 게 인터넷이고요.

 

그래서 통신사들은 바로 이 사업자의 네트워크 요금을 ‘망 접속료’와 ‘망 이용료’라는 개념으로 쪼갰습니다. 접속과 그 대가는 서버가 연결된 국가에서 처리하더라도, 그 트래픽이 결국 국내에 들어와서 서비스하고 있으니 ‘이용’에 대한 대가를 내라는 겁니다. 꽤 그럴싸한 논리입니다. 그리고 해외 사업자들이 난색을 보이는 부분은 바로 인터넷을 쓰는 데에 이런 식의 분리된 개념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망 접속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망 이용료를 부담하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넷플릭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자, 잠깐 이야기를 정리해볼까요. 통신사들은 해외 콘텐츠 서비스들을 위해서 해외망 투자를 해야 했고, 그 원인이 된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네트워크 이용 대가를 내라는 게 바로 망 이용료의 핵심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 갈등의 원인인 해외망 접속료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요? 국내에 데이터센터, 즉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모든 트래픽이 국내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망에도 여유가 생기고, 해외에 네트워크 투자나 망 접속료를 물지 않아도 됩니다. 당연히 서비스의 질도 좋아질 것이고요.

 

하지만 의외로 기업들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놓는 것에 부담을 느낍니다. 설비 투자뿐 아니라 운영비용과 세금, 각종 규제도 따져야 하죠. 이를 피하려는 목적에 대해서는 각 기업의 도덕적 책임을 따져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이유를 먼저 보자면 서비스 속도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두지 않습니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지역을 묶습니다. 중국처럼 완전히 별도의 규제와 네트워크로 분리되지 않는 ‘일반적인’ 인터넷 환경이라면 가능한 일이지요.

 

그런데 기업들 사이에서 나오는 걱정 중 하나는 바로 막대한 네트워크 비용입니다. 통신사들도 서비스 업체들이 국내에 서버를 갖고 들어오길 바랍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나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막대한 이용 요금을 물리기 위해서죠. 서버를 우리나라 네트워크에 꽂으면 자연스럽게 요금을 내야 하고, 그 요금 계약의 열쇠는 통신사들이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의 기업용 네트워크 요금은 세계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꼽힙니다. 게다가 이미 서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국내 기업들도 이미 막대한 통신료를 내고 있습니다. 비슷한 논리로 국내의 네이버나 다음을 비롯한 대형 사이트들은 국내 네트워크 트래픽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망 이용료를 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내고 있는데 쟤들은 안 낸다”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기업협회 등이 조심스럽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면 분위기는 조금 묘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망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네트워크 사업자의 책임이기 때문이지요. 접속자가 늘어나는 만큼 데이터센터의 서버와 네트워크 투자는 늘어나는데 트래픽이 늘어난 데에 대한 망 설비 명분의 요금을 콘텐츠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동안 망 이용료를 두고 적지 않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언급했지만, 사실 인터넷이라는 뿌리로 보자면 국내 기업들도 접속료 외의 요금은 억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를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기업들도 해외에서 사업할 때 망 접속료를 내야 할지도 모르고요. 크게 보면 인터넷의 망 중립성과도 관련 있지만 그 이야기는 잠깐 접어두겠습니다.

 

※2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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