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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억대 금융범죄 밸류인베스트 사건 배후설 재부상 앞과 뒤

일반 사기사건과 달라도 너무 다른 기소와 재판과정…피해자연합 "샅샅이 파헤쳐야"

2020.04.08(Wed) 14:42:27

[비즈한국] 9000억 원대 금융범죄 행각의 장본인 이철 전 대표와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밸류)의 배후세력 존재유무에 대한 의혹이 수면위로 재부상하고 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연합 측은 이철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재판 과정은 일반 사기사건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피해자연합은 수사당국이 재판 과정을 전후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배후세력에 대한 존재 여부를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행사에서 강연하는 이철 전 대표.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이철 씨는 밸류를 설립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3만여 투자자로부터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통해 부동산, 비상장 주식,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밸류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금융투자 업체였고 이러한 행위는 모두 불법이었다. 이 씨는 7000억 원대 금융범죄에 대해선 징역 12년형을 확정 받았고, 2000억 원대 금융범죄에 대해선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철 씨는 3만여 투자자로부터 투자금 7000억 원을 불법 유치해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규제법 위반 혐의로 2015년 10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이 씨가 기소된 사기 혐의는 형법상 ‘사기’였다. 하지만 3만여 피해자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대상인 개별 피해금액이 5억 원을 넘는 사례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피해자연합에도 피해금액이 10억 원이 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이 씨를 특경법상 사기 혐의가 아닌 형법상 단순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의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면 판사 3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재판부에서 재판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 씨는 단순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은 판사 1인이 담당하는 단독재판부에서 진행됐다. 

 

이 씨는 2016년 4월 최대 구속 기간인 6개월을 앞두고 법원에서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피해자연합 측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만일 재판을 합의재판부에서 담당했다면 특별 기일을 정해서라도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구속기간 도과로 이철 씨가 석방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기소된 사기 규모가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데 구속기간 도과로 석방을 받는 사례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씨가 특경법상 사기로 기소됐다면 형량은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그렇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1심 판결은 기소로부터 무려 3년 2개월이 지난 2018년 12월에 선고됐다. 주범 이 씨에게는 징역 8년, 공범들에게 징역 1년 6월에서 3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피해자연합은 이 씨와 공범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며 법원, 검찰, 국회 등을 상대로 보다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결국 밸류 사건은 재점화됐고 2심과 3심은 비교적 빠르게 선고가 이뤄졌다. 지난해 6월 2심 재판부는 이 씨에 대해 징역 12년, 공범들에게도 징역 1년 6월부터 6년까지 형량을 늘렸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철 씨는 보석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추가로 2000억 원대 투자금을 불법 유치하다가 2016년 10월 유산수신규제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앞서 7000억 원대 재판으로 구속된 이력이 있고 보석상태에서 행한 혐의라는 점에서 검찰은 2000억 원대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번엔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그렇게 그는 보석으로 풀려난 후 2년 2개월 가량 7000억 원대와 2000억 원대 재판을 불구속 상태에서 받을 수 있었다.  

 

2000억 원대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는 기소로부터 무려 3년 4개월만인 올해 2월에야 이뤄졌다. 법원은 이철 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고 나머지 공범 7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밸류 사건에 대한 이러한 재판 과정은 유사한 사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실례로 1만 2000여 투자자로부터 1조 960억여 원을 사기와 불법 다단계로 모은 IDS홀딩스 사건의 경우 주범에 대한 구속기소 후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됐다. 

 

IDS홀딩스 사건 주범인 김성훈 씨는 2016년 9월 구속 기소된 지 5개월 여 만인 2017년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형량에 대한 논란이 일자 같은 해 7월 2심에서 징역 15년, 5개월 후인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원심을 확정 받았다. 밸류에 비해 피해금액이 더 큰 사건임에도 구속 기소부터 대법원 판결 확정까지 불과 1년 3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IDS홀딩스와 밸류 사건에 비하면 사기 규모가 훨씬 적은 HM월드의 경우 오히려 주범의 형량은 두 사건 주범과 유사해 형평성 논란을 증폭시킨다. HM월드는 뉴질랜드 소재 외환선물거래 회사 솔포렉스란 회사에 2014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FX마진거래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과 월 2.5% 배당금을 주는 조건을 내세워 3097명으로부터 1660억 원을 챙겼다. HM월드​ 김 아무개  대표와 자금관리자​ 정 아무개 씨는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기소돼 2017년 7월 징역 14년형을 확정 받았다. 

 

피해자연합은 이철 씨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이고 국민참여당의 창당 멤버로 2012년 의정부 지역구 총선 출마까지 시도했던 인물로 다양한 정관계 인사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배후세력이 형성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해자연합 관계자들은 “밸류 사건과 관련해 납득할 수 없는 검찰과 법원의 행위, 정관계에 존재하는 비호세력에게 크게 분노한다”며 “사건이 발생한지 4년이 지났음에도 구속된 자들은 불과 10명 정도에 그치고 피해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사당국은 샅샅이 파헤쳐 배후세력의 존재 유무를 밝혀내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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