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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도 양극화' 코로나19에 울고 싶은 법조계

법원·검찰 모두 사건 급감…​대형 로펌은 재택 권장, 중소·개인변호사는 생존 걱정

2020.03.31(Tue) 09:43:09

[비즈한국] 법원과 검찰 모두 일제히 사건 재판 및 수사를 멈추기 시작한 지 한 달.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움츠러든 수사 및 재판 일정은 자연스레 로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확진세는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검찰이나 법원 모두 꼭 필요한 사건 외에는 진행이 더뎌진 탓에 수임 사건이 크게 줄어든 것. 신규 상담도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공공연한 평이다. 몇몇 대형 로펌은 코로나 관련 TF를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로 법원, 검찰의 진행이 느려지면서 로펌도 수임 사건이 크게 줄어드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사진=최준필 기자

 

#재판 줄고 수사 늦춰지면서 사건 확 줄어

 

“요새 사건이 진짜 없어요. 이미 시작됐던 사건들도 대부분 진행이 안 되고 있어요. 저희도 아예, 별일 없으면 나오지 말고 재택근무해도 된다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대형 로펌 관계자)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에게 최근 분위기를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법원 재판은 물론 검찰 수사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멈춰서면서 일감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법원이 임시 휴정에 들어간 것은 지난 2월 말. 검찰도 비슷한 시기부터 대검찰청 지시로 소환 조사를 최소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검찰 일선은 급한 형사 사건이 아닐 경우, 수사 일정을 뒤로 미뤘다.

 

자연스레 변호사 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과거보다 사건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3월 중순 들어 다시 검찰이나 법원에 가는 일이 생기고 있지만, 설 전과 비교하면 2번 중 1번꼴로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상담 건은 급감했다. 아예 법원이 구속 피고인이나 급한 재판이 아닌 경우 최대한 일정을 천천히 잡으면서 대부분 재판이 4월 이후로 밀린 탓이다. 검찰 역시 몇몇 사건에만 집중하면서 로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객층인 기업들이 로펌을 찾는 일도 줄어들었다. 전 세계 경기가 좋지 않아 검찰이 무리하게 기업 수사를 하기는 힘든 게 자명한 탓에 앞으로도 ‘일반 발생 사건’들 중심으로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로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당연히 소형 로펌이나 혼자 사무실을 꾸리는 변호사들은 위기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서초동의 한 개인 변호사는 “지금은 그동안 맡아놓은 사건들로 버티고 있지만, 당장 몇 달 뒤부터가 걱정이다. 자문을 맡고 있는 기업들도 힘들다고 해서 자문으로 버는 수입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재택근무도 양극화

 

그런 가운데 이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형 로펌과 중소형 로펌의 복지 양극화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4대 로펌은 대부분 이번 코로나19 확산 시점과 맞물려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한 로펌의 경우 설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중국 등을 방문했으면 2주간 재택근무를 하라’고 권장할 정도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법무법인 광장의 경우 지난 2월 중순부터 대구·경북 지역으로의 여행을 아예 승인하지 않았고, 변호사뿐 아니라 비서들까지 순환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근무자를 줄여도 될 만큼 일감이 줄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중소형 로펌들은 대형 로펌들만큼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변호사 10명 내외의 작은 로펌에 고용된 일명 ‘어쏘(associate)’ 변호사는 “최근 재판이 없다보니 하는 일이 서류 약간 작성하는 정도로 크게 줄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는 게 눈치가 보인다”며 “동기들을 살펴봐도 결국 파트너나 대표 변호사가 이를 허락해야 가능한 구조더라. 그런데 회사 매출 등이 줄어들 게 예상되다보니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일이 줄어도 비슷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는 토로였다.

 

#회식 사라지고 화상 회의…바뀌는 법조계 문화

 

코로나19는 법조계 회의 문화도 바꾸고 있다. 자연스레 ‘화상 회의’도 확산되고 있다. 의뢰인들이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상담하기를 꺼리자 몇몇 변호사들은 적극적으로 화상 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10대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새 사건 상담을 원하는 의뢰인들이 코로나로 사무실에 오는 것을 너무 걱정해서 화상 회의 장비를 자비로 구입해 사무실에 세팅해 활용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며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거리가 좀 먼 의뢰인들과는 이를 활용해서 더 상담이나 자문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법적 자문이 필요한 기업들과도 대면이 아니라 화상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내부 회의조차 비대면이 늘고 있다. 전에는 사건 관계된 변호사들이 함께 모여 전략 회의를 하는 일이 많았다면, 비대면 형식의 서류를 통한 검토나 소규모로만 모여 짧게 의사소통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부티크 로펌 대표 변호사도 “최대한 짧게, 적은 인원으로 소통하고 회식도 없어진 지 오래”라며 “워낙 네트워크가 중요한 동네라고 하지만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만나는 것을 다들 자제하고 회식은 아예 사라진 것이 최근 서초동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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