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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무색했나…모호하게 바뀐 기재부의 2021년 예산안 지침

‘일자리, 저출산’ 빠지고 ‘경제 활력, 따뜻한 사회’로 대체

2020.03.27(Fri) 14:22:38

[비즈한국] 정부는 매년 3월이 되면 각 부처에 그 다음해 예산안을 짤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을 담은 ‘예산안 편성 지침’을 내려 보낸다. 정부가 다음해 중점으로 다룰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각 부처가 예산 편성 시 사업별 예산분배를 같은 방향으로 맞추도록 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최근 경제 역동성 회복과 혁신·포용 체감 확산을 중심으로 한 ‘2021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해 각 부처에 내려 보냈다. 하지만 매년 정부의 예산안 편성 지침에 맞춰 각 부처가 사업 예산을 짰음에도 효과는 편성 지침에 못 미쳤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020년 예산안 편성지침’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안일환 예산실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브리핑 하고 있다. 왼쪽은 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인 2017년 3월 28일 정부는 ‘2018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짜면서 4대 핵심분야로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저출산 극복 △양극화 완화를 선정했다. 문 대통령 당선 전에 세워진 지침이지만, 문 대통령이 3대 경제 정책으로 내세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사업 및 청년 창업 지원, 취약 계층 고용안전망 강화, 핵심 기술·인재 양성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8년 지표를 보면 예산안 편성지침이 무색하다. 2018년 청년층(15~29세) 취업자수는 390만 4000명으로 전년 대비 3000명이 줄었다. 전체 취업자수가 9만 7000명 늘어난 것과는 극명한 차이다.

 

합계출산율(1명의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5년 1.24명에서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으로 떨어지더니 2018년에는 0.98명까지 추락했다. 여성 1명이 1명의 자녀도 낳지 않는 셈이다. 소득 불균형을 보여주는 지니계수(0에 가까울수록 균등)만 2018년에 0.345로 전년(0.354)보다 개선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는 △청년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혁신성장 △안전 등 4가지를 중점 투자할 핵심 분야로 선정했다. 청년 일자리는 취업·창업·교육·주거 등 다양한 정책 수요에 맞춰 패키지로 지원하는데 방향을 맞췄다. 저출산은 추세 전환을 위해 기존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생애주기별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고령화 대비를 위해 노인 일자리 확대에 나서기로 했으며, 핵심 선도 사업을 집중 육성해 혁신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책에 2019년 청년 취업자는 전년대비 4만 1000명이 늘어났고, 60세 이상 취업자도 1년 사이 37만 7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기둥인 40대 취업자가 16만 2000명이나 줄어 빛이 바랬다. 경기 부진으로 40대 가장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선 상황에 정부 예산을 쏟아 부은 단기형 일자리만 늘어난 탓이었다. 늘어난 청년 일자리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상관없는 수치였다. 저출산은 더욱 심각해졌다. 2019년에 합계 출산은 0.92명까지 하락했다.

 

혁신성장에 기본이 되는 규제 개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9년 규제개혁체감도’에 따르면 규제개혁체감도는 2018년(97.2) 대비 3.1포인트 하락한 94.1로 조사됐다.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하는 기업은 11.7%, 불만족하는 기업은 22.0%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만족 15.1%, 불만족 16.4%보다 만족은 줄고 불만은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2020년 예산편성 지침’에서는 △활력이 꿈틀대는 경제 △내 삶이 따듯한 사회 △혁신으로 도약하는 미래 △안전하고 평화로운 국민생활 등 4대 분야에 예산 집중 투자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 한국형 실업부조, 기초생활 보장, 4대 신산업(수소·데이터·인공지능·5G) 육성 지원, 미세먼지 및 감염병 예방 등을 중점 사업으로 삼았다.

 

하지만 2020년 시작과 동시에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가 0.1%까지 하향조정(신용평가사 무디스 전망)된 상황에서 경제가 활력을 찾기는 어렵다. 청년들이 사상 최악의 구직난을 겪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급증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감염병 예방 사업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고위험 감염병 대응과 필수 의료 인프라 구축, 의료 취약지역 지원 등 국민건강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에 대한 투자가 더욱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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