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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신약리포트] 잡스도 극복 못한 췌장암, 신약 개발 안 하나 못 하나

장기 특성상 치료제 개발 어려워 기존 항암제에 적용 연구…시도 계속하며 데이터 축적

2020.03.19(Thu) 15:00:44

[비즈한국] 인류 문명은 수많은 질병을 정복했지만 여전히 각종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적지 않다. 질병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제약사들은 과연 어떤 신약을 준비하고 있을까. 또 반대로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은데도 쉽게 신약이 나오지 않는 배경은 뭘까. 비즈한국은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신약을 소개하고 개발 현주소와 전망을 알아본다.

 

가장 흔하면서도 무서운 질병이 있다. 바로 ‘암’이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2017년 기준 국내 암 환자는 23만 2255명에 달한다. 생존율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1983년 사망원인통계 작성 이래로 36년째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줄곧 암이 차지했다. 항암제 시장이 제약사에 언제나 매력적인 이유다. 세계 항암제 시장은 2014년 120조 원가량에서 지난해 172조 원 규모로 5년 사이 40%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항암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머크와 프랑스 사노피는 거액을 투자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을 인수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유독 췌장암 치료제 개발은 더디고 또 큰 관심도 없어 보인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조차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은 현재 뚜렷한 약이 없어 오는 2030년이면 폐암에 이어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은 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췌장암 치료제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대형 제약사들은 항암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나 유독 췌장암 치료제 개발은 더디다. 국립암센터 영상의학 CT 촬영실에서 복부 촬영 검사가 진행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2030년 암 사망률 2위 전망…신약 개발은 거북이 걸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는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현재 우리나라에는 췌장암 신약 자체가 사실상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5월 발간한 ‘2018년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총 272개의 신약이 허가됐는데 항암제는 59건이었다. 이 중 췌장암 신약은 카엘젬백스가 2014년 판매를 승인받은 ‘리아백스주’ 1개에 불과했다. 당시 리아백스주는 유효성이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특정 환자의 생존일이 연장됐음이 확인돼 추후 임상3상을 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제약사의 연구·개발(R&D)이나 임상시험 혹은 기술 수출입 계약 체결 현황을 살펴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매출 기준 상위 제약사 10곳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다수 제약사가 췌장암 신약보다는 대장암, 폐암 등 환자가 많은 암종의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양상을 보였다. 췌장암 환자들은 1990년대 초에 개발된 ‘젬시타빈’을 단독요법으로 쓰거나 젬시타빈과 ‘아브락산’을 병용하거나 네 가지 약물을 섞어 쓰는 ‘폴피리녹스’ 요법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젬시타빈 계얄 신약인 릴리 ‘젬자’의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해 췌장암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유한양행, 동아ST, 한국 릴리 등이 이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폴피리녹스 요법에 해당하는 약물 시장에는 한국화이자제약, JW중외제약, CJ헬스케어 등이 진출해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병용요법으로 쓰는 경우 따로 허가받지 않아도 된다. 약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브락산은 미국 세엘진이 국내에 공급한다.

 

국내에는 췌장암 신약 자체가 사실상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5월 발간한 ‘2018년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총 272개의 신약이 허가됐는데 그중 항암제는 59건이었다.


#기존 항암제에 적응증 추가하는 방식으로 연구

 

이처럼 췌장암 신약이 드문 이유는 췌장이 가진 구조적인 특성으로 인해 치료제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췌장은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약물이 침투하기 어려운 환경을 갖고 있다. 다른 암에 비해 환자가 적어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또 별다른 증상이 거의 없고 원인도 불분명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뒤늦게 발견되는 경향이 강해 환자의 30% 정도만 수술할 수 있고, 평균 생존 기간은 약 6개월이다.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연구하던 미국 릴리는 지난해 12월 임상3상 평가 결과 1차 주요 평가지표인 전체 생존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국내외 대형제약사들은 췌장암과 관련한 특정 항암제를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개발 중인 항암제에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추가하는 방식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적응증을 췌장암으로 가진 후보물질은 아직 없다. 일반 고형암 치료제에 대해 추가적인 임상이 진행돼봐야 췌장암과 해당 약을 연계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항암제 ‘린파자’가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췌장암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받은 바 있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조차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만 국내외에서 췌장암 신약을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사진=비즈한국DB


다만 국내외에서 췌장암 신약을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이다. 췌장암 신약후보물질로 임상2상을 마치고 조건부 판매 허가를 준비 중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조중명 대표는 “주사제로 생존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올해 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면서 “임상3상은 다국적 제약사나 대형 제약사와 협업할 예정이다. 어렵지만 관심을 놓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신약 개발 움직임은 계속 있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다른 대형 제약사 관계자도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기보다는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신약 개발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데서 시작되는데 이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제대로 개발이 이뤄질 수 없다. 여러 가능성이 확인되면 지금보다 많은 연구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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