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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스타워즈' 같은 앞선 외계 문명을 찾을 수 있을까

현대 천문학자들이 고민하는 외계 문명을 추적하는 더 과학적인 전략

2020.03.16(Mon) 11:54:05

[비즈한국] 대표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의 고전으로 꼽히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흥미롭게도 미래가 아닌 아주 먼 과거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기 훨씬 전 먼 옛날 지구보다 고도로 발전한 은하 제국의 문명 사이에서 벌어진 우주 전쟁 대서사를 다룬다. SF는 항상 먼 미래만을 다룬다는 클리셰를 뒤집은 아주 매력적인 설정이다. 

 

“오래전 멀고 먼 은하계에서(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그렇다면 과연 정말 아주 오래전부터 우주 곳곳에 지구 못지않게, 아니 지구보다 더 발전한 다양한 외계 문명이 존재했을까? 또 만약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흔적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지난 칼럼에서는 19세기부터 지구 바깥 다른 존재와의 소통을 고민했던 다양한 선구자들의 아이디어를 살펴봤다(관련 기사 외계 문명에게 지구를 알리는 방법). 당시의 선구자들은 주로 지구 근처 달이나 화성 정도만 가면 외계 문명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에 지구 표면에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수준의 귀여운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천문학자들이 고민하는 외계 문명을 추적하는 더 과학적인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저 막연한 SF처럼 여겨지지만 꽤 과학적인 전략으로 외계 문명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현대 천문학자들이 고민하는 새로운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외계 생명체 말고 외계 문명 

 

최근의 탐사에 따르면 화성이나 목성의 위성 유로파 등 태양계 곳곳에서도 외계 생명체가 살 법한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지구처럼 복잡한 문명을 가진 곳은 발견하기 어려워 보인다. 외계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법한 환경을 갖춘 행성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그 행성에 높은 수준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명체가 존재하느냐와 그곳에 문명이 발전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질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앞서 구상성단 M13으로 외계 문명에게 지구의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전파 천문학자 드레이크의 그 유명한 방정식에도 잘 담겨 있다. 물론 그의 방정식은 엄밀한 수학적인 해를 이야기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를 고민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외계 문명 찾기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안드로메다에 살고 있는 연인과는 제대로 메시지를 주고받기 어렵다. 내가 보낸 메시지를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는다고 해도 메시지 옆에 숫자 1이 사라질 때까지 250만 년이 걸린다. 칼답을 보내도 500만 년을 기다려야 읽을 수 있다. 사진=지웅배 제공

 

드레이크는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에 한해서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소 수백만 수천만 광년 이상 떨어진 다른 은하계의 문명과는 현실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만약 250만 광년 거리에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의 썸남 썸녀 외계인과 톡을 주고받는다면 우리는 상대방의 답장을 기다리느라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칼답을 보내주더라도 우린 그 칼답을 받기까지 500만 년을 기다려야 할 테니 말이다. 

 

이처럼 드레이크는 우주급의 끔찍한 롱디 연애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은하 안에서 인류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문명의 수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당연히 어떤 문명이 있다면 지구에게 태양이 있듯이 그들의 행성을 비추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별 곁에 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선 우리 은하에서 얼마나 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또 그 별들 중에서 행성을 거느리는 비율을 따져봐야 한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우리 은하에서 인류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문명의 수(N)을 추정하기 위해 다양한 변수를 고민한다. 위 방정식에서 순서대로 우리 은하에서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수(R*), 별 곁에 행성을 거느릴 확률(Fp), 그 중에서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갖춘 행성의 수(Ne), 그 행성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Fe), 그 생명체가 지적 생명체로 진화할 확률(Fi), 기술을 갖춘 고등 문명으로 발전할 확률(Fc), 그리고 그 문명이 존속할 수 있는 수명(L)을 의미한다. 직접 변수에 스스로가 생각하는 값을 넣어 스스로가 외계 문명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사람인지 부정적인 사람인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미지=University of Rochester

 

별 곁을 도는 행성이 있다 하더라도 금성처럼 너무 덥거나 천왕성처럼 너무 추우면 생명이 탄생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구처럼 적당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확률을 고려해야 한다. 또 실제로 그 주어진 환경에서 생명이 끝내 탄생할 수 있는 확률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 행성에 박테리아나 물고기 수준의 생명체만 살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과는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다. 비로소 지능을 갖고 있는 복잡한 수준의 생명체로 진화할 확률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 전파 안테나를 지을 수 없는 원시적인 수준의 문명에 머무르고 있다면 역시 우리 지구의 메시지를 수신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인류처럼 통신 기술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확률도 고민해야 한다.[1] 

 

즉 궁극적으로 인류가 우주 바깥으로 보낸 자기소개서가 제대로 읽히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인류의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외계 문명을 찾아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렇다면 대체 천문학자들은 복잡한 기술 문명을 갖고 있는 외계 문명을 어떻게 찾아 편지를 보낼 주소를 정할 수 있을까?

 

#삼각형 사각형 그림자를 찾아라 

 

천문학자들은 지난 9년간 가장 왕성하게 외계행성을 찾아준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사냥법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케플러는 4000개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의 외계행성을 발견했고 2018년 10월 연료가 떨어지면서 멋지게 은퇴했다. 케플러는 외계행성이 자신의 별 주변을 맴돌면서 주기적으로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 별의 밝기가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트랜짓(Transit) 현상을 활용해서 외계행성을 찾았다.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외계행성 탐사 방법 중 하나인 트랜짓 현상은 외계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의 밝기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영상=ESA Science & Technology

 

외계행성은 별에 비해 훨씬 사이즈도 작고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외계행성에 의해 별빛이 가려지는 정도는 아주 미미하다. 별 전체 밝기의 0.1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먼 바다에서 등대 불빛을 바라보면서 등대 불빛이 아주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현상을 보고 등대 불빛 주변에 파리가 맴돌고 있음을 파악하는 것만큼 까다롭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미세한 밝기 변화도 감지할 수 있었던 케플러의 아주 예민한 검출기 덕분에 가능했던 사냥법이다. 

 

만약 별 앞으로 지구처럼 덩치가 작은 암석 행성이 별빛을 가리고 지나간다면 행성의 실루엣에 의해 가려지는 별빛의 양도 적다. 따라서 케플러가 보게 되는 별의 밝기 변화도 미미하다. 반면 목성처럼 더 덩치가 큰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간다면 케플러가 보게 되는 별의 밝기 변화는 더 크다. 이처럼 케플러는 단순히 외계행성의 존재뿐 아니라, 행성이 별 앞을 가릴 때 가려지는 별빛의 정도를 통해 그 행성의 지름도 알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사냥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행성의 실루엣이 별 앞을 가리는 동안 나타나는 별빛의 밝기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 행성의 크기뿐만이 아니다. 더 정밀한 밝기 변화를 파악하면 행성의 형태 자체도 알 수 있다. 행성의 실루엣이 별 원반에 닿기 시작하고 서서히 별 원반 속으로 진입하는 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별을 가리는 행성 실루엣의 면적은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행성의 형태에 의해 결정된다. 

 

덩치가 큰 행성이 별 앞을 가리면 별빛이 조금 더 많이 가려진다(왼쪽). 반면 더 작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면 밝기 변화는 더 미미하다(오른쪽). 이러한 차이를 통해 행성의 크기도 알 수 있다. 사진=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Scott Wiessinger(USRA)

 

만약 별 앞으로 평범한 공 모양이 아니라 삼각형, 사각형 모양의 이상한 물체가 지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사각형 모양의 무언가가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간다면 사각형 물체의 실루엣이 별 원반 앞으로 진입하는 동안 그 실루엣의 높이는 계속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별빛을 가리는 사각형 물체의 실루엣의 면적도 시간에 비례해서 늘어나게 된다. 

 

만약 삼각형 모양의 무언가가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간다면 사각형 물체와 달리, 삼각형 물체의 실루엣의 높이는 서서히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별 원반을 가리는 삼각형 물체의 실루엣의 면적은 빠르게 늘어나다가 다시 느리게 늘어나는 방식으로 변하게 된다. 

 

둥근 공 모양이 아닌 이상한 형태의 그림자에 의한 밝기 변화가 발견된다면 우리는 자연스러운 행성체가 아닌 다른 인공물체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해볼 수 있다. 이미지=Luc F. A. Arnold/Observatoire de Haute-Provence in Paris

 

이처럼 별 앞을 가리는 물체에 의해 별빛이 어두워지는 양상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면 케플러가 포착한 그림자를 그리는 행성체가 어떤 모양인지, 단순히 둥근 공 모양인지 아니면 부자연스러운 삼각형, 사각형 모양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이상한 모양의 무언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공 모양의 행성이 아니라 누군가 인공적으로 만든 인공물체라고 의심해볼 수 있다. 

 

물론 영악한 ‘다스베이더’의 (파괴되기 전의) ‘데스 스타’처럼 공 모양이라면 케플러를 속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사진=스타워즈 스틸컷

 

과연 케플러는 이상한 실루엣을 그리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2011년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우주전쟁’의 흔적? 

 

당시 시민 과학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플래닛 헌터스(Planet Hunter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직접 살펴보던 한 천문학자가 굉장히 이상한 방식으로 밝기가 변화하는 별을 발견했다. 그 별은 다른 평범한 외계행성에 의해 밝기가 변화하는 평범한 별들과 달리 너무나 극심한 밝기 변화를 보였다. 무려 별 전체 밝기의 22퍼센트까지 어두워졌고 그 변화 주기도 불규칙했다. 태비 스타(Tabby’s star)라고도 불리는 이 별은 백조자리 방향으로 약 1480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KIC 8462852다.[2][3] 

 

케플러 망원경으로 관측한 태비 스타의 불규칙하고 뚜렷한 밝기 변화를 나타내는 광도 곡선. 가로축은 시간을, 세로축은 밝기를 의미한다. 굉장히 불규칙하고 크게 밝기가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T. Boyajian & others/MNRAS

 

이처럼 불규칙하고 너무나 많이 어두워지는 밝기 변화는 단순히 작은 외계행성이 규칙적으로 별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부 상상력이 풍부한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찾던, 별 주변을 상당 부분 가리고 있는 외계 문명의 거대 인공 물체라는 꿈을 품기도 했다. 

 

마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소개한 이후 다양한 SF 작품에서 인용된 ‘다이슨 구(Dyson sphere)’와 같은 인공물체라는 상상을 했다. 다이슨 구는 별빛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뽑아내기 위해서 거대한 태양 판들로 별 자체를 가득 감싸는 형태의 상상 속 인공물체다. 실제로 이 수상한 태비 스타를 향해 전파 안테나를 조준해놓고 외계 문명에서 새어나오는 수상한 전파를 포착하려는 시도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태비 스타에서는 외계인의 카톡이 날아오지는 않았다.[4] 

 

많은 SF 작품에 등장하는 고등 문명의 에너지 생산 방식 중 하나인 ‘다이슨 구(Dyson sphere)’의 모습 중 하나다. 이처럼 별 주변을 맴도는 인공위성의 형태로 태양 판을 띄워서 별을 가득 채우면 별 바로 코앞에서 막대한 양의 별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다는 가상의 기술이다. 이미지=Kevin M. Gill/​flickr.com

 

이에 태비 스타를 발견했던 천문학자 타베타 보야진(Tabetha Boyajian)은 킥스타터에 10만 달러짜리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올렸다. 그의 목표는 모인 돈으로 지상 관측망을 확보해서 이 태비 스타의 밝기가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여러 망원경으로 관측해 밝기 변화의 정확한 원인을 파헤치는 것이었다. 

 

덕분에 그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에 10여 개의 다양한 파장의 망원경으로 태비 스타가 다시 어두워지는 순간을 관측했다. 이후 북반구에서 더 이상 그 별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22개월에 걸쳐 총 네 번 태비 스타가 어두워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각 네 번의 밝기 감소 사건에는 엘시(Elsie), 셀레스테(Celeste), 스카라 브레(Scara Brae), 그리고 앙코르(Angkor)라는 이름도 붙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야진의 새로운 관측은 외계 문명의 거대한 인공 물체, 메가 스트럭처(Mega structure)는 없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다.[5] 

 

추가로 관측된 네 번의 밝기 변화를 나타내는 태비 스타의 광도 곡선 그래프

 

만약 어떤 거대하고 딱딱한 금속으로 만든 인공물체가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간다면 적외선, 자외선, 가시광선 등 모든 파장에서 빛의 밝기가 동시에 어두워져야 한다. 하지만 실제 관측된 태비 스타는 그렇지 않았다. 파장에 따라서 별빛이 어두워지는 순간에 시차가 있었다. 이는 태비 스타 주변에 딱딱한 금속 우주선이 아니라 불규칙하고 펑퍼짐하게 퍼져 있는 먼지 구름이 맴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태비 스타 주변에는 콰다니움 강철로 만든 우주 궁전도, 비브라늄으로 만든 우주 정거장도 없었다. 

 

한편 태비 스타 주변을 맴도는 먼지 구름에서는 강한 적외선이 관측되지는 않았다. 이는 별 주변의 먼지 구름이 따뜻하게 달궈지지 않았으며, 먼지 구름이 별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서 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전히 이 거대한 먼지 구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원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오래전 태비 스타 주변을 돌던 암석 행성이나 위성이 부서지면서 남은 잔해이거나 태양계 외곽의 오르트 구름처럼 혜성 무리들이 태비 스타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6][7] 

 

현재 추정하는 태비 스타 주변의 먼지 구름과 행성을 나타낸 그림. 태비 스타 주변에는 큰 고리를 가진 행성 하나와 함께 (태양과 목성의 중력으로 소행성들이 모여 있는 영역이 있는 것처럼) 행성과 별의 중력에 의해 먼지 구름이 모인 영역이 맴돌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이미지=Ballasteros et al. 2017

 

물론 외계 문명이기를 바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정말 스타워즈의 서사시처럼 머나먼 과거 은하 제국의 참혹한 전쟁의 결과로 파괴된 행성과 우주 함선들의 파편이 태비 스타 곁을 돌고 있다고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태비 스타 외에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밝기 변화 패턴을 보이는 별들은 지금도 간간히 발견되고 있다. 어쩌면 정말 그 별들에는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외계 문명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8년 케플러는 은퇴했지만 그 뒤를 이어 우주로 올라간 케플러의 동생 TESS가 똑같은 방법으로 외계행성을 찾고 있다. TESS는 동일한 트랜짓 방법으로 외계행성을 찾지만 케플러보다 더 넓은 시야각으로 한꺼번에 더 많은 별을 분석한다. 이미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영상=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지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외계 문명의 범위를 추려보다 

 

그런데 아쉽게도 케플러가 외계행성을 찾는 데 활용한 트랜짓 활용법에도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지구에서 봤을 때 외계행성의 궤도가 별 앞으로 가리고 지나갈 수 있도록, 그 궤도가 누워 있어야만 외계행성에 의한 별빛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 별 곁을 도는 외계행성의 궤도가 지구에서 봤을 때 옆으로 서서 별 앞으로 지나가지 않는다면 지구에서는 그 행성에 의한 별빛의 밝기 변화를 볼 수 없다. 결국 케플러의 감시망을 벗어나게 된다. 

 

즉 트랜짓 현상을 활용한 외계행성 사냥은 그 행성의 궤도가 충분히 누워서, 지구에서 봤을 때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갈 수 있을 때만 활용 가능한 아주 제한적인 사냥법이다. 게다가 행성이 별 원반 앞으로 겹쳐서 지나갈 수 있게 되는 그 궤도의 경사각 범위는 아주 좁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의 수는 4000개가 넘는다. 제한적인 상황에서 케플러가 엄청난 수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던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지만, 그만큼 우주에 외계행성을 거느린 별들이 정말 흔하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케플러와 TESS로도 절대 찾을 수 없을 외계행성들이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영상=SYSTEM Sounds(M. Russo, A. Santaguida), Data: NASA Exoplanet Archive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재밌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만약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외계인 천문학자들도 인류처럼 트랜짓을 활용해 다른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있다면 어떨까? 만약 다른 별에서 봤을 때 태양 주변을 돌면서 태양의 빛을 가리는 지구의 실루엣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 별에서 봤을 때 지구 궤도가 충분히 누워서 태양 얼굴 앞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보여야 한다. 지구 궤도면 위아래로 수직한 방향에 있는 별의 외계인들은 지구가 태양 앞으로 가리고 지나가는 트랜짓 현상을 볼 수 없다. 그런 별에서는 태양은 아무런 행성을 거느리지 않아 밝기가 변하지 않는 외로운 별처럼 보일 것이다. 

 

태양빛을 가리는 지구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다면 지구에 의한 태양빛의 미미한 밝기 감소를 통해 지구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이미지=NASA/Axel Quetz(MPIA)

 

반면 지구 궤도면에서 쭉 연장해 그 좁은 범위 안에 들어오는 방향에 놓인 별에서는 태양 앞으로 지구가 가리고 지나가면서 태양 빛의 밝기가 조금씩 어두워지는 트랜짓을 목격할 수 있다. 만약 그 별들 중에 똑똑한 외계인 천문학자들이 살고 있다면 이미 우리 지구의 존재를 알고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 한때 우리가 태비 스타에 열광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태비 스타로 안테나를 조준해 기다리던 것처럼, 그들 역시 지구를 향해 안테나를 세워둔 채 인류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지구가 태양 빛을 가리는 지구에 의한 트랜짓이 목격될 수 있는 방향 ETZ가 갈색 영역으로 나타나있다. 지구 궤도면(황도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각도 범위에서만 지구에 의한 태양빛의 밝기 감소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인류처럼 트랜짓 방식으로 지구를 찾게 된다면 아마 이 영역 안에 들어오는 별에서만 가능하다. 이미지=그래픽: MPIA/배경: Axel Mellinger, Central Michigan University, http://home.arcor.de/axel.mellinger

 

즉 인류가 스스로의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줄 수 있는 외계 문명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 우리 지구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을 법한 이런 곳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최근 세티(SETI)의 뒤를 이어 지구 바깥 다른 존재와의 통신을 시도하고 있는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의 연구진은 멀리서 봤을 때 지구가 태양을 가리는 트랜짓 현상이 목격될 수 있는 각도 범위인 ETZ(Earth Transit Zone, 지구 트랜짓 가능 구역)에 들어오는 별들에 한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8]

 

#과학은 어제의 픽션을 오늘의 논픽션으로 만드는 것 

 

사실 외계 생명체도 아니고 외계 문명이라니, 정말 비과학적인 SF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외계 행성이란 주제도 SF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진지한 정상 과학의 영역에서 다뤄진다. 머지않아 외계 지적 문명을 추적하고 그들과의 조우를 고민하는 것 역시 서서히 논픽션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과학의 역할과 매력은 어제의 픽션을 오늘의 논픽션의 영역으로 옮겨오는 것, 상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렸던 어제의 꿈을 별 볼일 없는 시시한 오늘의 일상으로 옮겨오는 데 있다. 어제까지의 꿈은 과학으로 인해 시시한 일상의 일부가 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어제까지는 꿀 수 없었던 새로운 내일의 꿈을 새롭게 꿀 수 있게 된다. 외계의 또 다른 문명에게 지구의 신호를 보내고 또 그들의 답장을 기다리는 것 말이다. 

 

과연 우리는 정말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 어쩌면 ​또 다른 존재가 ​오래전 지구를 향해 날린 선톡이 지금 오는 중일지도 모른다. 

 

[1] https://exoplanets.nasa.gov/news/1350/are-we-alone-in-the-universe-revisiting-the-drake-equation/

[2] https://www.zooniverse.org/projects/nora-dot-eisner/planet-hunters-tess

[3] https://www.wherestheflux.com/

[4] https://www.seti.org/seti-institute/mysterious-star-kic-8462852

[5]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aa405

[6] https://academic.oup.com/mnrasl/article-abstract/473/1/L21/3885941?redirectedFrom=fulltext

[7] https://ui.adsabs.harvard.edu/abs/2018AAS...23231506B/abstract

[8] https://www.mpia.de/3850418/2016-05-Extraterrestrials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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