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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옥션 운영사 이베이코리아 매각 둘러싼 설왕설래

쿠팡·롯데·신세계·네이버·알리바바 등 인수 후보 거론…이커머스 강자 될 수 있지만 몸값 5조원 '부담'

2020.03.13(Fri) 12:31:06

[비즈한국] 이베이코리아는 옥션·G마켓 등을 보유한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강자다. 1998년 등장한 국내 첫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과 2000년 설립한 G마켓을 차례로 인수하며 한때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절반 이상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등장과 네이버를 비롯한 롯데·신세계 등 기존 유통 대기업들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다시 불거졌다.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미국 이베이가 지분 매각을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도 알려지면서다. 

 

옥션·G마켓 등을 보유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강자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설이 다시 불거졌다. 미국 이베이 본사. 사진=이베이 홈페이지

 

이베이코리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베이가 이미 2017년부터 인수 후보자 물색에 나섰으며, 이베이코리아의 회계·재무 등 일부 부서 인력들이 최근 싱가포르 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업 매각 전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재무상태를 정리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벌어진다. 정황상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이며, 어느 때보다도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베이가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할 이유는 충분하다. 먼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심화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커머스 시장이 안착한 가운데, 1세대 업체들은 날로 입지가 줄어드는 데 비해 네이버와 쿠팡 등 신규 진입자들이 주도권을 잡아나가고 있다.

 

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일어난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가 20조 90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2위는 17조 1000억 원을 기록한 쿠팡이다. G마켓과 옥션을 합한 이베이코리아는 17조 원으로 3위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연 134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12%까지 떨어졌다. 2008년 11번가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이베이코리아 내부에서는 “이름처럼 시장점유율이 11%를 못 넘길 것”이라는 조롱이 나왔는데, 이제 이베이코리아가 이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부진한 것은 강력한 경쟁자들의 부상 때문이다. 네이버는 검색 플랫폼과 페이 서비스를 이용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쿠팡은 로켓배송 등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마켓컬리 등 후발주자들이 새벽배송 같은 신개념 서비스를 들고 나오면서 G마켓·옥션의 유명세는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티켓몬스터·위메이크프라이스 등이 촉발한 쿠폰 전쟁으로 마케팅 비용 부담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막강한 조달·유통망을 갖춘 롯데·신세계도 롯데ON·SSG닷컴 등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지만, 시장 장악을 위해 주요 기업들 대부분 적자를 감수하며 싸우고 있다. 날로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들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로서는 현재 위치를 지탱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흑자를 내고는 있지만 시장점유율 하락과 마케팅 비용 증가로 흑자폭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페이·로켓배송·새벽배송 같은 유통의 개념을 바꿀 상징성 있는 서비스가 없어 존재감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이베이 본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존이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9%를 차지한 가운데 월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들도 속속 경쟁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베이는 시장점유율이 날로 떨어지며 자회사인 온라인 티켓판매업체 스텁허브를 경쟁사 비아고고(Viagogo)에 40억 달러에 매각하는 등 활로를 모색 중이다. 본사가 경영 효율화 및 자본 확충에 나선 데에 따라 이베이코리아 매각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의지와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도 매각의 불씨를 피웠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은 이미 한발 늦은 이커머스 분야에서 단숨에 뛰어오르기 위해 기존 회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물류망이 없거나 빈약한 네이버와 카카오·SK텔레콤 등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쿠팡의 인수 가능성도 나온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는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뒤 박리다매로 수익을 확장한다. 이 때문에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를 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보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쿠팡.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다만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도 시장점유율은 30%에 못 미쳐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을 고려하면 적자에 허덕이는 쿠팡이 실제 인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한편에서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쿠팡의 투자사인 비전펀드나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알리바바가 나설 거란 관측도 나온다.

 

쿠팡뿐만 아니라 롯데·신세계 등도 이베이코리아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기업가치로는 KT나 LG유플러스·코웨이 등의 시가총액과 비슷하다.

 

이에 올해 증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SK바이오팜 등 굵직한 기업공개(IPO) 물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어떤 투자자가 이베이코리아에 5조 원의 가치를 쳐주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기업에 가장 중요한 점은 가격과 물류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더라도 마케팅 비용과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인수자가 추가 투자비용까지 고려하면 5조 원의 가치를 매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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