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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19 중증도·자가진단 앱 개발한 허준녕 군의관

의료진 위한 중증도 분류 앱 이어 일반시민 위한 앱도 개발 "소수에라도 도움 되고파"

2020.03.13(Fri) 11:14:07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3일 0시 기준 7900명을 돌파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염 우려에도 환자를 돌보는 현장의 의료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진다. 특히 의사들은 보건당국 지침을 참고해 임상적인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코로나 검사를 권유하고 있지만, 확진자의 증상이 워낙 다양하고 중증도를 분류하기 까다로워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직 군의관이 동료 의사들을 위해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 앱’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환자의 중증도 분류 기준을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앱이다. 이 앱을 만든 허준녕 육군 대위는 환자들이 선별진료소에 가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웹앱 ‘코로나19 체크업’도 함께 출시했다. 지난 11일 허준녕 대위를 만나 앱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직 군의관이 동료 의사들을 위해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 앱’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이 앱을 개발한 국군의무사령부 국방의료정보체계 성능개선TF팀 진료정보담당 허준녕 대위. 사진=최준필 기자


#지침 일일이 보면서 중증도 분류하는 의사들 고충 커

 

허준녕 대위 역시 코로나 확진자들을 최전선에서 접하는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인터뷰 당일도 전날 눈을 붙이지 못한 상태였다. 앱을 개발도상국에 배포하는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허 대위는 “주변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의료진이 적은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증상 자가진단 앱이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피곤해 가라앉은 목소리에서도 작은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 허 대위가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지난 2일 퇴근길에 허 대위는 1일 발간된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대응지침 7판’의 내용을 접한 후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병원에서 위험한 환자들을 선별할 수 있도록 20가지가 넘는 항목을 적어놓은 지침이었는데, ‘한눈에도 이해가 잘 안 되고 현장에 있는 의사가 이걸 모두 외워서 분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그날 새벽에 앱을 뚝딱 만들었다. 지침을 굳이 외우거나 진료할 때 일일이 참고하지 않아도 앱을 이용해 의사가 환자를 쉽게 분류하는 게 목적이었다. 우선 환자가 임산부·​투석환자·​이식환자인지 혹은 고위험군인지를 체크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끔 했다. 만약 환자가 특수 환자나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제시한 분류법을 이용해 확진자를 가려내도록 했다.

 

사진=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 앱 캡처


허준녕 대위는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중증도 환자를 구분하는 의사의 임상적인 판단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 앱이 유용하게 쓰일 거라 봤다. 그는 “환자가 많아질수록 중증도 기준이 점점 엄격하게 정해질 것이다. 앞으로 중증도를 분류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리라 생각한다. 지침이 바뀌면 그것에 맞게 앱을 업데이트해나갈 예정”이라며 “국군수도병원에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돌보는 군의관들이 ‘진료할 때 어떤 환자가 중증이고 경증인지 가려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 만큼 더욱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선별진료소 방문 고민하는 시민들 위한 웹앱도 제작

 

군의관인 그가 앱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입대 이후 틈틈이 휴대폰 동영상 강좌를 통해 이번에 앱을 제작한 개발 도구​ 플러터(flutter)를 익혔다고 한다. 허 대위는 “초등학생 때 웹사이트를 처음 접하고 그 파급력에 한동안 얼떨떨했던 기억이 있다. 의견이나 정보를 이렇게 쉽게 제공한다는 게 놀라웠다. 그때 ‘나도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허준녕 대위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중증도 분류 앱을 만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체크업 웹앱도 제작했다.

 

코로나19 체크업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에 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일반 시민들을 위한 앱이다. 허 대위는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검사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지역에 따라 ​다르게 판단한다. 의사들이 실제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앱으로 배포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줬고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사람들이 1339로 무조건 전화를 해서 업무가 마비되거나, 선별진료소에 환자가 너무 많아서 중요한 환자를 놓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동시에 ‘나는 괜찮겠지’라고 넘어갈 수 있는 환자에게 경각심을 유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허준녕 대위는 코로나19 체크업 웹앱을 통해 “선별진료소에 환자가 너무 많아 중요한 환자를 놓치는 일을 방지하고 무심코 지나치는 환자들에게 경각심을 유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다만 허 대위는 앱을 만들면서 우려도 적잖았다고 털어놨다. 앱에서는 ‘선별진료소에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나왔는데 막상 검사해서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을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체크업 앱이 승인되지 않는 점도 적잖게 신경이 쓰였다. 허 대위는 “중증도 분류 앱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명확한 지침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 앱은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면에서 앱으로 출시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 같다. 다만 웹앱으로 이용할 수 있기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허 대위는 인터뷰 도중 ‘중요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소수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온 그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후 의사의 길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주변에서 공보의, 군의관 동료들이 고생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도 많고 그 희생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도 내 능력으로 조금이라도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 앱을 제작하게 됐다”며 “아직 개발 계획 중인 앱은 없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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