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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면회금지 한 달째, 가족들 속은 타들어간다

감염 막을 대안 없어 간병인 '합숙'하는 곳도…"직원 예방, 병원-보호자 소통강화가 최선"

2020.03.06(Fri) 14:16:13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요양병원이 면회를 금지한 지 한 달이 흐르면서 보호자들의 애가 타고 있다. 임종까지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소식마저 들린다. 보호자들은 노인이 많은 요양병원의 특성상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점은 이해하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보호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간병인이 병원에서 합숙하도록 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고려대학교안암병원에 면회금지를 알리는 문구가 게시됐다. 사진=고성준 기자

 

#공동간병에 기대는 구조, 면회 금지되며 불안 가중

 

“요양병원이 편하게 마음 놓고 가족을 맡겨둘 수 있는 환경이라면 스트레스를 안 받겠죠. 환자에게 욕창이 생겼다고 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니까 내부 규정상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 정도로 폐쇄적인 데가 많아요.” A 씨는 기력이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희귀병을 앓는 어머니가 입원하던 병원이 코로나19 확진자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2월 말 ​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되면서 수시로 가족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는 보호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전국 요양병원에 면회 절차를 강화하고 면회가 필요하면 장소·​시간·​대상을 제한해 운영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28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의료기관 감염관리 주요 대응요령’에서 면회 자제를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감염에 취약한 노인이 많은 요양병원은 이 같은 조치를 실행하는 곳이 적잖다.

 

뇌출혈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둔 B 씨도 고민이 많다. 얼마 전 B 씨는 다른 병원에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어머니를 부축하려 잠시 병실에 들렀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B 씨는 “뇌출혈 환자들은 한쪽 마비가 오거나 아예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체위 변경과 드레싱을 자주 해줘야 하는데 너무 방치된 듯했다”며 “면회가 안 되니 환자에게 더 신경을 안 써줄까 봐 쓴소리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되면서 수시로 가족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는 보호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 간병인을 구하면 보호자들의 불안감은 덜하겠지만 보호자 다수가 요양병원에서 제공하는 공동 간병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개인 간병인을 구하면 보호자들의 불안감은 덜하겠지만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요양병원 간병비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개인이 간병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보호자 다수가 요양병원에서 제공하는 공동 간병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요양병원에서는 평균적으로 간병인 1명이 환자 8명을 돌본다. B 씨는 “요양병원은 대체로 일대일 간병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요양병원이 간병인을 그대로 둔 상황에서 환자만 무작정 늘리는 경우가 많아 간병의 질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부터 급성기 병원 위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활성화됐지만, 요양병원은 대상이 아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병인 대신 전문 간호 인력이 입원 환자를 돌보게 하는 제도로 급여화가 적용돼 자기부담금이 낮다.

 

#보호자들 민원에 간병인도 밖에 안 내보내

 

이러한 이유로 보호자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간병인이나 의료진 등 병원 관계자들은 출퇴근하면서 왜 보호자에게만 엄격하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기관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확진자가 나오면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병원 차원에서 감염 확산 방지에 미흡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책임소재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 즉각대응팀과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코호트 격리하거나 병실 일부 혹은 병원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

 

보호자들의 민원에 대응하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간병인 합숙’을 시행하는 병원도 생겼다. 서울의료원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보호자들의 민원에 대응하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간병인 합숙’을 시행하는 병원도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간병인들도 밖에 못 나가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보건소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내려온 (면회 자제) 안내 사항을 전달했는데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출퇴근하는 간병인이 감염 위험이 큰데도 왜 제대로 관리를 안 하느냐는 보호자의 민원에 따른 조치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호자와 요양병원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병원에서 치료에 소홀하지 않고 환자 상태를 보호자에게 잘 알리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영우 시니어케어24 수지지부 지부장(대한치매협회 교육분과위원장)은 “확산세가 잡혀 복지부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오지 않는 이상 병원 입장에서는 면회 자제 조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병원 직원들이 감염을 철저히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요양병원의 면회 금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경북 봉화군에 있는 노인의료복지시설 푸른요양원에서 34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요양원 입소자와 직원 등 80여 명이 검사 진행 혹은 대기 상태여서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은 5일 오후 질본 브리핑에서 “생활밀집시설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밀집시설 중심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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